집착 없는 마음이 부처님인 줄 알고 
그 마음을 닦는 것이 바른 믿음이니 
다른 곳에서 부처님을 찾는 공부는 
모두 헛된 수행이요 삿된 믿음이라

1장에서 자신의 정성을 드러내는 ‘불보살님께 바치는 글’을 올린 뒤에 대주스님은 2장부터 <돈오입도요문>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 논지는 온갖 중생의 시비와 갈등을 벗어나 행복한 부처님의 세상으로 가기 위해서는 ‘오직 돈오 이 길로만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양한 용어와 개념으로 돈오의 길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 이 어록의 특징입니다. 

원문 번역 :  문) 무슨 법을 닦아야 해탈할 수 있습니까. 답) 오직 돈오 이 길만이 해탈할 수 있다. 문) 무엇이 돈오입니까. 답) 단숨에 헛된 생각을 없애고(頓), ‘헛된 생각이 없는 그 마음자리에서 ‘얻을 게 없음을 깨닫는 것(悟)’이다. 문) 무엇부터 닦아야 합니까. 답) 근본부터 닦아야 한다. 문) 근본부터 닦는다는 것은 무엇을 말합니까. 답) 마음이 근본이 되므로 마음 닦는 것을 말한다. 

강설 : 이 단락의 핵심 개념은 ‘돈제망념(頓除妄念) 오무소득(悟無所得)’입니다. 망념이란 중생의 헛된 생각이며 온갖 시비분별입니다. 단숨에 헛된 생각을 없앤다면(頓) 무명도 사라져 무명에서 생겨난 ‘나’라고 집착하던 존재도 사라집니다. ‘나’가 사라지면 내가 집착하던 대상 경계도 사라져, 아무것도 없는 텅 빈(無所得) 부처님의 마음자리만 남아 있는 것을 깨닫습니다(悟). 이곳이 부처님 세상인데, 여기로 가기 위해서는 그 근본인 마음을 닦아야 합니다. 이런 내용을 다음 구절에서 여러 경전을 인용하여 밝히고 있습니다. 

원문 번역 : 문) 마음이 근본인 줄 어떻게 압니까. 답) <능가경>에서 “마음이 생기면 온갖 법이 생기고 마음이 멸하면 온갖 법이 멸한다”라고 하였다. <유마경>에서는 “극락정토로 가려면 마음을 깨끗이 해야 한다. 마음이 깨끗해야 그 자리가 부처님의 극락정토이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유교경>에서는 “마음을 한 곳에 챙겨 다른 망념을 일으키지 않으면 어떤 일도 명백하지 않은 것이 없다”라고 하였다. 어떤 경에서는 “성인은 자신의 참마음을 찾지 바깥의 부처님을 찾지 않고, 어리석은 사람은 바깥의 부처님만 찾고 자신의 참마음을 찾지 않는다. 지혜로운 사람은 마음을 다스리지 몸을 다스리지 않고, 어리석은 사람은 몸만 다스리고 마음을 다스리지 않는다”라고 하였다. <불명경>에서는 “죄는 마음에서 생겨나고 마음에서 사라진다”라고 하였다.

강설 : 온갖 법을 마주하며 집착하는 마음이 중생의 마음이요, 이 집착이 사라진 깨끗한 마음은 극락정토입니다. 부처님의 지혜는 맑고 깨끗한 마음의 빛에서 대상경계를 집착하지 않고 주어진 인연대로 드러내 알 뿐입니다. 대상경계에 집착하는 분별이 없으면 생겨나는 법도 없을 것이므로 이 도리를 알고 마음을 닦아나가는 것이 수행의 근간이 됩니다. 그러므로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의 마음에서 부처님을 찾지 다른 곳에서 찾지를 않습니다.

원문 번역 : 그러므로 좋고 나쁨이 모두 자기 마음인 줄 알아야 하니, 이 때문에 마음이 수행의 근본이 된다. 해탈을 하려면 모름지기 먼저 수행의 근본을 알아야지, 이를 모른다면 헛된 수행이니, 바깥 모습에서 부처님을 찾는다면 이는 옳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선문경>에서 “바깥 모습에서 해탈을 구한다면 영원토록 끝내 이룰 수 없지만, 자신의 마음에서 깨치면 한순간에 깨달음을 증득하여 해탈하는 것과 같다”라고 하였다.

강설 : 집착 없는 마음이 부처님인 줄 알고 이 마음을 닦는 것이 바른 믿음이지, 이 마음을 떠나 다른 곳에서 부처님을 찾는 공부는 다 헛된 수행이요 삿된 믿음이 됩니다. 팔만대장경을 거침없이 외우고 설한다 하더라도, 근본 마음을 모르면 깨달음의 길로 들어서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불자는 부처님의 마음을 알고 닦아야 합니다.

[불교신문3362호/2018년1월20일자] 

원순스님 송광사 인월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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