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자(賢者)는 쾌락을 찾아 헛수고 하지 않는다”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일확천금을 꿈꾸는 인간의 욕망인지, 아니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변화의 시작인지 미지수이다. 사진은 비트코인을 이미지화 한 것이다. 출처=piabay

인간 욕망이 분출된 결과
소욕지족 자아 성찰 필요
4차산업혁명 변화 지적도

투자인가. 투기인가. 지난해부터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가상화폐)의 돌풍을 바라보는 상반된 시각이다. 짧은 기간에 몇 억원, 몇십억원을 벌었다는 이야기까지 돌면서 암호화폐에 대한 세인들의 관심이 한껏 고조되고 있다. 과열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한 정부가 입장을 표명할 때마다 암호화폐 시장이 큰 폭으로 출렁거리고 있다. 일확천금을 꿈꾸는 인간의 욕망에서 비롯된 허상인지, 아니면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맞은 새로운 변화의 시작인지 아직까지는 미지수다.

“블록체인(Blockchain)을 블록할 생각은 분명히 없다.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단지 암호화폐가 이상과열 현상을 보이고 그 뒤에 올 것이 뭔가 정부도 두렵다.” 지난 14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영화 ‘1987’을 보고 난 후에 밝힌 암호화폐에 대한 입장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6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가상화폐에 대해 비이성적 투기가 많은데 어떤 형태로든 합리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면서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도 살아있는 옵션으로 종합대책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박상기 법무부장관과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잇따라 암호화폐에 대한 입장을 밝힌바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암호화폐나 가상화폐라는 대신 ‘가상통화(virtual currency)’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지급 결제수단으로 실제 사용되고 있다는 인식을 불식 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정부에서 암호화폐에 부쩍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가을부터다. 2017년 1월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110만9258원이었는데, 5월에 250만원을 돌파한 이후에 잠시 조정을 거쳐 12월에 1018만1000월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가을부터 비트코인 투자(투기?) 열풍이 불었는데, 특히 2030세대가 중심에 있었다.

‘가자’라는 데서 유래한 ‘가즈아’라는 용어가 암호화폐 시장에 유행할 정도로 ‘묻지마 투자(또는 투기)’ 광풍이 불었다. 투자와 투기라는 엇갈린 평가가 나오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코스닥 주식시장에서 매일 거래되는 금액이 3~4조인데 비해, 가상화폐거래소는 10조 정도의 돈이 오갔다. 짧은 기간에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증폭된 것이다.

출처=piabay

한국의 가상화폐가 다른 나라들 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현상을 가리켜 ‘김치프리미엄’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가상화폐 시장이 24시간 연속 거래가 이뤄지면서 스몸비(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 비트폐인(廢人, 암호화폐 때문에 일상 생활이 어려운 이)’이란 말까지 생겼다. 심지어 고등학생들 까지 뛰어들어 지난 9일에는 대전의 한 고등학교가 비트코인 등의 거래 규제를 안내하는 가정통신문을 학부모들에 보내기도 했다.

현대인, 특히 젊은 세대가 코인에 빠지는 원인을 두고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큰 요인은 스스로의 힘이나 경제활동으로 내 집 마련이나 안정적인 생활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사회 구조에서 원인을 찾는 경우가 많다. 부모로부터 부(富)를 세습 받지 못하면 자신의 능력만으로는 한계에 봉착할 수 밖에 없는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상대적 박탈감을 지닌 젊은 세대들에게 암호화폐는 신분상승의 탈출구로 작용하는 것 같다.

개인적인 원인도 있다. 일확천금(一攫千金)을 꿈꾸기 때문이다. 정당한 노동이나 노력보다는 일시적인 선택으로 큰돈을 거머쥐려는 욕심에 기인한 것이다. 물론 “가상화폐는 투기가 아닌 투자”라는 반론도 있지만, 대체적인 시각은 투자로 여기지 않는다. 불교 입장에서 재물욕은 식욕, 수면욕, 음욕, 명예욕과 더불어 다섯가지 욕망 가운데 하나이다.

가상화폐가 고수익을 올리는 투자의 기회인지 아니면 기회를 가장한 버블(거품)인지 아직은 모른다.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정부도 가상화폐를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암호화폐가 ‘시대적 흐름’으로 무조건 막아서는 안된다는 여론도 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암호화폐 규제를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자가 1월 16일 20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 12월28일 청원이 시작된지 20일만이다. 한달 안에 20만 명이 청원에 동의하면 청와대는 30일 이내에 답변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당하게 재물을 획득하는 것이 악은 아니다. 하지만 욕망으로 치닫는 삶과 지나친 욕심을 버리는 자세도 함께 필요하다. 그래서 현대인에게 요구되는 자세 가운데 하나를 소욕지족(少欲知足)이라고 한다. 희족소욕(喜足少欲), 무욕지족(無欲知足)과 같은 의미로 욕망을 줄이고 만족함을 안다는 뜻이다. 얻지 못한 물건에 탐욕을 내지 않고, 이미 얻은 물건은 적다고 불평하거나 후회하지 않아야 하며, 남과도 나눌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출처=piabay

김응철 중앙승가대 교수는 암호화폐 열풍에 대해 “첨단 과학을 활용한 새로운 유통, 즉 화폐의 개념을 만든 것으로 긍정적인 면도 있다”면서 “하지만 지금 보이는 모습은 주체나 관리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폭탄 돌리기’라고 볼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김응철 교수는 “과도한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은 결국 인간의 욕망이 분출된 결과”라면서 “결국 현대사회에 인간의 욕망이 극대화되어 나타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상황에서 불교의 소욕지족 정신에 맞춰 자기를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면서 “자기의 욕구를 충족시키려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주는 결과가 나타나지 않도록 하고, 스스로 성찰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전에서

여기 두 길이 있으니 하나는 이익을 추구하는 길이요 하나는 대자유에 이르는 길이다. … 현명한 사람은 어디서나 집착을 버리고 쾌락을 찾아 헛수고를 하지 않는다. 즐거움을 만나거나 괴로움을 만나거나 지혜로운 사람은 흔들리지 않는다. … 황금이 소나기처럼 쏟아질지라도 사람의 욕망은 다 채울 수는 없다. 욕망에는 짧은 쾌락에 많은 고통이 따른다. <법구경>

“금전이나 재산에 대해 투기하고 용모[顔色]에 대해 투기하며 공양물에 대해 투기하고 종성(種姓)에 대해 투기하며 경법(經法)에 대해 투기하고 은밀하게 아껴서 전수하지 않기도 합니다. 부귀한 사람이나 세력을 지닌 사람을 따라 다니며 마음이 꺾이어 불법(佛法)을 무너뜨립니다.” <가정비구설당래변경>

비트코인

비트코인(bitcoin)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온라인 암호화폐이다. 암호화폐의 ‘대장’으로 불린다. 사토시 나카모토(中本哲史, Satoshi Nakamoto)라는 프로그래머가 2009년에 개발했다. 일본식 이름이지만 가명이어서 그가 진짜 일본인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비트코인의 총 발행량은 2100만으로 한정되어 있다. 지금까지 약 1700만 비트코인이 유통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1년에만 해도 1비트코인의 가격은 1달러 정도였지만, 지금은 약 1만5000달러를 오가고 있다.

비트코인은 중앙은행이 없이 P2P 방식으로 개인들 간에 자유롭게 송금 등 금융거래를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거래장부는 블록체인(Blockchain)으로 특정 서버가 아닌 모든 사용자들의 컴퓨터에 나누어 저장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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