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강 김규진 ‘창덕궁 희정당 벽화’ 특별전

헤강 김규진.

미륵불, 석가모니불
글씨 금강산에 새겨
해인사 불국사 등의
사찰 편액 주련도 써

20세기 초반 최고 명필 해강(海岡) 김규진(金圭鎭, 1868~1933)의 작품 세계를 만나는 자리가 마련됐다. 국립고궁박물관이 3월 4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열고 있는 ‘창덕궁 희정당 벽화’ 특별전을 통해 해강의 진면목을 확인 할 수 있다.

창덕궁 희정당은 대한제국 제2대 황제이며, 조선의 마지막 임금인 순종 집무실로 1920년 김규진이 그린 두점의 벽화가 걸려 있던 곳이다. 마지막 궁중장식화인 ‘금강산총석정절경도(金剛山叢石亭絶景圖)’와 ‘금강산만물초승경도(金剛山萬物肖勝景圖)’가 화제의 그림이다. 두 작품은 각각 세로 195.5㎝, 가로 882.5㎝의 대작으로 비단에 채색을 했다. 각각 등록문화제 제240호와 제241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지난 2015년부터 2년간 보존처리를 진행한 후 처음 공개하는 것이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조선시대에 진경산수화가들이 즐겨 그렸던 금강산을 큰 화폭에 펼쳐 희정당 벽면을 장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면서 “전통과 근대가 교차하는 격동의 시대에 다양한 시각에서 주목받은 금강산이 궁중회화의 새로운 주제로 등장했음을 보여준다”고 의미를 밝혔다.

두 작품을 그린 해강 김규진은 별호 가운데 하나로 ‘만이천봉주인(萬二千峰主人)’을 사용할 만큼 불교성지 금강산에 대한 애정이 컸다. 직접 금강산을 탐방한 후 순례기를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구룡폭과 만폭동 등 금강산의 명소 바위에 불교와 인연 깊은 글씨를 새길 만큼 불연(佛緣)이 깊다. 구룡폭포 옆 암벽에 彌勒佛(미륵불), 만폭동 반석에 釋迦牟尼佛(석가모니불), 법기봉 주변에는 法起菩薩(법기보살)을 각자(刻字)했다. 이 가운데 미륵불이 가장 유명한 글씨로 꼽힌다. 길이 20m, 너비 2.8m의 대자(大字)로 가장 긴 획의 13m로 구룡연 깊이와 같다. 효봉스님 은사인 석두스님 등 금강산 각 사찰의 스님들이 모연한 비용으로 3.1운동이 일어나던 1919년 여름에 새겼다. 빼앗긴 나라를 되찾고자 하는 스님과 불자들의 염원이 들어있는 글씨의 주인공이 해강 김규진이다.

금강산 구룡폭포 옆 바위에 새긴 미륵불. 김규진 글씨다.

또한 그는 강화 전등사, 금산 보석사, 예산 수덕사, 장성 백양사, 해남 대흥사, 합천 해인사, 상주 남장사, 경주 불국사, 의성 고운사 등 전국 각지에 있는 사찰의 편액과 주련을 썼다. 해인사의 大方廣殿(대방광전), 금강계단(金剛戒壇), 法寶壇(법보단)도 그의 글씨이다. 청나라와 일본에서 서화(書畵)를 익힌 해강은 전서, 예서, 해서, 행서, 초서를 모두 잘 썼다. 산수화, 화조화, 사군자도 즐겨 그렸기에 그림이 들어가 있는 사찰 편액도 다수에 이른다.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자 영친왕에게 서법(書法)을 가르치기도 했다. 영친왕이 일본에 끌려간 뒤에는 절개와 지조를 상징하는 묵죽도(墨竹圖)를 주로 그렸다고 전한다. 또한 사진술을 배워 고종 황제의 어전(御眞)을 촬영했다. 또한 1907년 소공동에 천연당사진관을 개업해 주목을 받았다. 신문에 광고를 내는 한편 여성을 사진가를 채용해 화제를 뿌렸다.

한편 국립고궁박물관은 2월8일 오후2시 본관 강당에서 ‘해강 김규진의 금강산 기행과 금강산도’라는 주제로 특별강연회를 갖는다. 강사는 이홍주 국립고궁박물관 학예연구사이다.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