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엄경정맥소

진감스님 지음·진명스님 옮김/ 불광출판사

 선방수좌 원력 10년 불사
진감스님의 ‘능엄경정맥소’
국내최초 ‘한글완역’ 눈길

최상승선 닦는 수행자에게
화두참구의 철학근거 제시
‘수행 정체성’ 확립 기대

제방선원과 토굴에서 정진해 온 수좌 진명스님이 중국 명대 고승 진감스님의 주석서 <대불정수능엄경정맥소>를 10여 년에 걸쳐 국내 최초로 한글 완역해 총 4권의 책으로 출간했다.

“수행의 묘리를 잘 터득하고자 한다면 <능엄경>을 제외하고 말할 수 없다. 그래서 진감스님은 <능엄경>을 가리켜 ‘법화의 곳집이요, 화엄의 열쇠’라며 이전 열 분의 주석을 모은 <십가회해>를 비판적으로 계승해 새롭게 주해를 냈는데, 이것이 바로 <능엄경정맥소>다.”

평생 수행으로 일관해 온 은사 정공스님의 가르침에 따라 봉암사, 송광사, 대승사, 미황사, 백운암, 도솔암 등 30여 년 제방선원과 토굴에서 정진해 온 수좌 진명스님. 선방에서 화두참구에 매진하던 스님이 10여 년에 걸쳐 중국 명대 고승 교광 진감스님의 저서 <대불정수능엄경정맥소>(전 4권)를 국내 최초로 완역해 눈길을 끌고 있다.

<능엄경>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대불정수능엄경>은 현재 종단 승가대학의 필수 교재이자 수행자의 필독서로서 수행에 바탕이 되는 대승교학을 아우르는 경전이다. 특히 수행체계와 방편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어 예로부터 모든 수행자가 이 경전을 중시했으며, 8세기 초 한문으로 번역된 이래 가장 많은 주석이 나온 경전이다. 하지만 당시 방대한 경전에 담긴 심오한 진리를 번역한 책은 많지 않았고, 진감스님은 그 미진함을 통탄하고 새로운 소(疏)를 쓰고자 발심 출가해 마침내 <능엄경>을 철저하게 분석, 그 실체를 드러낸 주석서인 <능엄경정맥소>를 세상에 내놨다. 이런 이유로 이 책은 국내에서도 탄허스님, 각성스님 등 여러 스님으로부터 관심을 받아왔지만, 현재까지 일부가 번역됐을 뿐 전체가 완역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진명스님은 지난 2009년 의정부 망월사 선원에서 안거할 때 각성스님의 <능엄경 정해>를 보다 <능엄경정맥소>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고 한다. 스님은 “한문의 울타리에 갇힌 내용이 하나둘 드러나면서 환희심이 솟구쳤다”며 “함께 수행 정진하는 도반과 선후배 스님, 재가수행자들과 이 기쁨을 함께하고 싶은 생각에 번역을 시작했다”며 당시 소회를 전했다.

환희에 찬 ‘완역’이라는 원력을 세웠지만, 선원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수행과 병행하며 어려운 한문을 한글로 번역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한글로 번역하는 일은 간난신고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능엄경정맥소>야말로 수행자의 본분사와 믿음을 돈발하는 특별한 경전이기에 험난하다는 생각도 게으름을 부릴 겨를도 없었다. 시작한 지 2년 만에 초고를 완성했다. 그 뒤 제방선원에 방부를 드릴 때마다 원고를 갖고 다니며, 글 밝은 스님을 만나면 해결하지 못한 곳에 대해 서슴지 않고 물었다. 그렇게 여러 스님의 도움과 이후 윤문작업을 더해 총 10여 년의 세월이 걸려 <능엄경정맥소>를 완역하고 출간하게 됐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경문의 난해한 대목은 도표로 정리하고 나름대로 역자 주를 붙여 설명했다.”

오랜 시간 공들여 책을 완역한 진명스님은 수좌들이 분별심을 내지 않도록 말과 글을 멀리하는 선원의 전통에 이의가 없다면서도 “화두참구의 교학적, 철학적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이 책의 한글완역은 한국불교의 수행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뿌리가 되어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는 “수행자들이 ‘어째서 화두선을 ‘최상승선’이라고 하는가?’ 라는 질문에 속 시원히 대답하지 못했던 것이 우리 현실이며 이는 곧 자신의 수행체계를 흔드는 역작용을 낳기도 했다“면서 “때문에 제방 스님들도 이런저런 대안을 모색했지만, 근본문제를 해결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대승요의를 바탕으로 한 교학적 답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40권으로 된 장구한 문장의 바다를 헤엄치면서 한 구절 한 구절 한문의 울타리에 갇혔던 의미가 살아나기 시작해 다음이 궁금하여 견딜 수 없었다. 머리는 찬 얼음물로 씻은 듯 시원했고, 가슴은 장원심이 일어나 세세생생을 시원찮은 하근기 수행자로 살아도 견딜 수 있는 근간을 마련한 듯했다. 이러한 대승요의를 어찌 나만 즐길 수 있단 말인가?” ‘깨달음’이라는 깊은 문을 열고 들어가는 길을 제시한 이 책이 스스로 경험했듯 수행자들이 느낄 수 있는 갈증을 해소하는 방편으로 삼고자 하는 스님의 바람이 남다르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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