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의 부처, 영봉스님이 세상을 떠났다. 누구보다도 절실한 수행자로 이 시대의 보살로 사시다가 63세의 이른 나이로 가셨다. 스님은 네팔의 오지에서, 문맹으로 인한 외부로부터 천대와 가난하다는 이유로 가해지는 멸시를 받으며 사는 사람들을 만났고 ‘부처님이라면 이들을 어떻게 하셨을까?’ 하는 생각에 피케이(Pikey) 산정에 <파쁘레에> 초등학교를 설립했다. 수도 카트만두에 한국 문화와 한국어를 가르치는 세종학당도 세우고 교육 불사로 그들의 삶에 빛을 주고자 하셨다. 스님의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스님을 더욱 이해하게 되면서도 건강이 걱정되었던 기억이 난다. 화면 속 스님은 환히 웃고 있었지만 자신의 몸이 부서지는지도 모르며 헌신하시던 모습. 나 또한 늘 포교를 하면서 어려운 상황을 만날 때 마다 부처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하고 되묻곤 한다. 

늘 대답은 같다. 움직여라! 중생을 구제하라! 그들과 함께하라! 들려오는 목소리가 너무도 명확하기에 시작하고 시작한 일은 멈출 수가 없다. 세계 곳곳에서 많은 스님들이 이렇듯 보살이 되어 사람들을 돌보고 있다. 하지만, 그 분들에 대한 체계적 보살핌과 지지는 너무도 미흡하다. 영봉스님의 여정도 마찬가지이다. 30년을 혼자 고전분투 하다 지쳐 병을 얻고 사라지셨다. 

그런데 걱정이다. 영봉스님 같은 분들의 일을 이어 그 뜻을 더욱 빛나게 할 사람이 있을까?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불교 시스템은 그런 분을 찾을 수 없고 찾았다 해도 지원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그래서 더 걱정이다. 오랫동안 이루어온 포교 업적이 그냥 앉아서 무너지는 것을 바라만 보아야 하나! 

네팔에는 700명의 한인이 살며 그중 500명이 기독교 선교 목적으로 온 사람이며 그 중 150명이 목회자다. 어렵게 이루어온 스님의 노력을 어떻게 하면 헛되지 않게 할 수 있을까? 스님의 노력이 향기나는 커다란 열매가 될 수 있도록 불교계가 함께 고민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불교신문3363호/2018년1월24일자] 

자우스님 논설위원·비로자나국제선원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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