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재와 불교문화 알릴 수 있는 
전 국민적 배경 조성되었는데도 
한국불교 대표하는 조계종 뭐하나…
사설 박물관도 재빠르게 나서는데
단편적 기사와 평론에 그치고 
불교 포교 기회 흘러 보내다니 

불교의 사후세계관과 49재를 다룬 영화 <신과 함께>가 1300만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불교를 표면에 내세운 영화가 주목받은 경우는 <아제 아제 바라아제 (1989)>나 <달마야 놀자(2001)>,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2003)>도 있었지만, 이번 <신과 함께>에 비할 바는 아니다. 불교영화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 2017년 9월 <다시 태어나도 우리>와 같은 작품도 있었다. 티베트불교의 환생을 다룬 다큐영화 <다시 태어나도 우리>는 흥행에 참패하며 종교영화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물론 작품성과 흥행이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영화라는 대중매체를 활용하고 있는 이상, 흥행 실패는 작품의 존재 마저 의심 받을 수 있다. 대중이 보지 않는 영화가 영화로서 가치를 가질 수 있느냐는 비판에 직면하는 것이다. 매년 12월이면, 예수의 생애를 다룬 기독교 영화가 극장에 걸리곤 한다. 이들 영화 역시 흥행에서 쓰디쓴 참패를 면치 못한다. 

이런 점에서 불교를 전면에 내세운 <신과 함께>의 흥행은 세계 종교영화사에 일대 획을 긋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종교 또한 문화적인 코드로 재미와 감동의 옷을 입게 되면, 종교를 뛰어넘는 막대한 외연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인구 대비 1300만이라는 숫자는 영화 관람가능자의 거의 모두가 관람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불교라는 종교를 넘어서는 측면이 존재한다. 

2015년 종교인구 조사결과에 따르면, 불교는 15.5%로 개신교의 19.7%에 밀리면서 2위로 추락했다. 이는 2005년의 결과와 대비해 불교인구 300만 감소라는 수치스런 결과다. 그러나 <신과 함께>는 불교의 종교적 측면은 덜 나타났지만, 문화적인 저력은 여전히 건재함을 유감없이 드러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1700여년 우리 민족과 함께한 불교는 종교적 측면과 달리 문화적 측면에서는 다른 층위를 형성하며, 한국인의 정서 속을 흐른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런데 <신과함께>를 통해 49재와 불교문화를 널리 알릴 수 있는 전 국민적인 배경이 조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은 단편적인 기사와 평론에만 그치고 있다. 불교 포교의 기회를 안일하게 흘러 보내는 것이다. <신과함께>의 스토리 핵심에는 불교의 명부 시왕신앙이 존재한다. 실제로 호림박물관에서는 지난 12월21일부터 <웹툰 신과함께로 만나는 지옥의 왕들>이라는 주제로, 만화 ‘신과함께’와 <지장보살도> 및 <시왕도>를 대비한 전시가 이루어져 대중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사립박물관까지 영화의 흥행에 발맞춰 관련 전시회를 여는데 가장 많은 자료를 가지고 있는 조계종은 오히려 침묵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기회에 49재의 필연성을 널리 알리고 지장신앙과 불교문화의 친연성을 높이는 것은 포교로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내용에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신과 함께>는 2018년 8월에 2부가 개봉될 예정으로 되어 있다. 그러므로 지금이라도 관련 세미나와 단행본 발간 등 다각도의 포교적인 역량개진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덧 없는 포교라는 구호 속 외침보다, 실질적이고 시의적절한 현실적 실천이 못내 아쉬운 상황이다.

[불교신문3363호/2018년1월24일자] 

자현스님 논설위원·중앙승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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