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마왕이 게송으로 설하여 대답하되, 
“저 사람은 욕망을 잘 끊어서 욕망에 이끌리지 않으며, 
이미 마의 경계를 넘었기에 내가 근심하노라.”
(爾時 魔王說偈答言 彼人善斷欲  不可以欲牽 已過魔境界  是故我懷憂) 
- <별석잡아함경> 중에서

합천 삼가면에 오일장이 서면 농로를 따라 경운기를 몰고 나들이 하는 할아버지 할머니 내외가 계시다. ‘장날이면 거름을 지고라도 장 구경 간다’는 옛말처럼 장이 서면 반드시 나가봐야할 일이 시골살이다. 할머니를 태운 할아버지의 경운기 운전솜씨는 이미 달관의 경지다. 살 것이 딱히 없어도 이리저리 장을 둘러보다 할아버지는 동무와 길거리 국밥집이라도 들러야 살맛이 나고, 할머니는 콩나물이며 손두부라도 몇 모 사야 기다린 오일이 섭섭지 않다. 이런 노부부를 보노라면 어떻게 수십 년을 해로하실 수 있었는지 존경스럽기 그지없다. 고운정보다 미운정이 더 깊이 사무치는 게 사람의 일인지라 노부부의 일생은 젊은이에게 존경일 수밖에 없다. 서로에 대한 인고의 세월이 서로에게 맞춰가며 한 경계를 넘어선 깨달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불교신문3363호/2018년1월24일자] 

도정스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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