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학교는 지난해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17위에 올랐다. 대학평가가 시작된 이후 대부분 10위권에 랭크될만한 견실한 대학이다. 불자들은 이런 동국대에 대해 부처님의 자비 사상을 구현하는 종립대학으로서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겨울방학 중인 요즘 동국대는 청소노동자들의 집회가 매일 본관 앞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연말 정년퇴직한 8명의 자리를 충원해달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학교 측은 등록금 동결과 입학금 인하 등으로 인해 학교가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에서 인력 충원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 전체가 살림살이를 줄여야 한다는 이유로 청소노동자를 충원하지 않는 것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동국대는 동국대의료원과 산학협력단, 학교법인 등을 제외하고도 약 3500억원 규모의 예산을 운용한다. 이 중 교원과 직원의 총 인건비가 1500억원에 이른다. 정년퇴직한 청소노동자 8명을 채용하지 못할 수준이 아니라는 뜻이다. 

2013년 107명이던 동국대 청소노동자는 올해 78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퇴직한 인원을 포함해 5년 사이 29명이 줄었다. 교직원 변동율과 굳이 따져보지 않더라도 청소노동자들에게 지나친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하찮은 청소노동자라는 인식이 같은 노동자인 교직원들에게 있지는 않은지 반문하고 싶은 대목이다. 

정말 우려스러운 것은 학교 측이 전혀 자비롭지 못한 방안을 내세운 점이다. 동국대는 줄어든 청소노동자의 자리를 메우기 위해 근로장학 알바생 모집을 교내에 공지했다.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장학 혜택이 아니라 노동자의 자리를 빼앗는 반교육적 행위”라는 비판이 학생들로부터 나왔다. 

동국대의 문제가 불교계 이슈로 떠오르곤 한다. 지난해 동국대 기부금 가운데 불교계로부터 모연된 금액도 적지 않다. 그것은 동국대가 불교계와 조계종단에 직결된 종립학교이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아픔을 함께 나누는 대안으로 자비로운 종립학교의 보여주길 기대한다. 

[불교신문3365호/2018년1월3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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