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불교 구심점 회복…밝은 미래 열었다

 

제14교구본사 금정총림 범어사는 부산불교 활성화와 자존심 회복을 위한 변혁의 시기를 맞고 있다. 흩어진 불심을 하나로 모으기 위한 중창불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월 열린 선문화교육회관 상량식 모습.

승가・신도단체 통합 결실
종립학교 범어사 직접 관장
지역불교계 통괄 가능해져

불심모을 대대적 불사 병행
수말사 중심 소속사찰 개편
발빠른 사회복지분야 독보적

부산과 창원, 김해를 담당하고 있는 제14교구본사 범어사는 250여 말사와 10개 산내암자를 거느린 대찰이다. 우리나라 제2의 도시 부산을 품어안은 금정산 중턱에 자리잡고 있으면서 100여명의 대중이 상주하는 총림이자 방장 지유스님이 주석하며 총림을 이끌고 있다. 범어사를 중심으로 한 제14교구는 700명의 스님들이 소속된 대형 교구 중에 하나로 꼽힌다. 

주지 경선스님은 부임 직후 매월 종단의 선지식과 강백, 율사가 법석에 올라 화엄법문을 설하는 천일화엄대법회를 열어 ‘널리 화엄의 그물을 펴 인간과 천상의 중생을 제도한다’는 ‘장대교망록인천지어(張大敎網漉人天之魚)’의 법을 펼치고 있다.

금정산문에 내걸린 선찰대본산(禪刹大本山)이라는 편액에서 범어사의 기상이 읽힌다. 일제로부터의 독립을 이끌었던 용성스님과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는 정화운동을 이끈 동산스님이 범어사에 주석해 조계종단의 종가(宗家)와도 같은 교구본사로 잘 알려져 있다.

불교세가 강한 부산지역은 조계종단 외에도 여타 종단의 사찰도 적지 않다. 부산지역 사암과 승가단체가 3개나 되고, 연합신도회도 2개로 나뉘어져 있다. 범어사가 중심을 이루고 부산불교를 이끌어왔지만 최근에는 그 역할을 다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기도하다. 부산의 불자들이 다른 지역의 사찰을 찾는 현상도 나타나 범어사는 종가로서의 위상은 물론 부산불교의 중심 역할에서도 멀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요즘 범어사는 새로운 변혁기를 맞고 있다. 불교세가 가장 강한 부산지역을 통괄하는 구심점의 자리를 회복하는 불사와 돌아선 불자들을 다시 범어사로 되돌리기 위한 불사로 생기가 돈다.

범어사는 부산불심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승가단체를 범어사 주지가 당연직 회장으로 있는 부산불교연합회로 통합하는 작업에 착수해 상당부분 결실을 맺었다. 조계종부산연합회와 부산불교승가연합회를 부산불교연합회가 아우르도록 합의를 끌어냈다. 연합신도회도 하나로 통합하는 논의가 긍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부산지역 종립학교의 법인 이사장도 범어사로 이양하기로 논의가 마무리됐다. 이는 범어사가 부산불교를 통괄하는 위치를 회복했음을 보여준다.

금정총림 범어사 전경. 부산불교의 중심이었던 범어사는 부산을 감싼 금정산에 거대한 총림을 이뤘다.

이와 함께 진행된 신도들을 다시 범어사로 모으는 불사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 그 출발이 건축불사다. 현재 범어사에 진행되고 있는 범어사승가대학 도서관, 선문화교육불교회관, 템플스테이관 신축불사와 요사채 명학당과 도림당 개축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유물전시관 신축불사도 올해 새롭게 시작된다. 

오는 5월경 착공 예정인 유물전시관은 부산 유일의 사찰 박물관으로 국가지정문화재 4건 4점, 시도지정문화재 49건 329점, 보관문화재 15건 17점, 비지정문화재 2635건 3만3186점의 성보를 소장 전시할 수 있는 시설이다. 승가교육, 신도교육, 포교, 문화, 생활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이 불사는 범어사의 자존심 회복과도 직결돼있다.

오랜 기간 다른 교구본사에 비해 불사가 미진했던 범어사는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증개축 조차 합법적으로 하지 못했다. 그나마 진행된 불사는 무허가, 미준공이어서 재정, 행정적 부담이 적지 않았다. 심각한 문제는 사회와 세태의 변화를 담아낼 수 없어 불자들에게 범어사는 불편하고 구식의 사찰로 낙인 찍힌 점이다. 

스님들의 불편은 차치하고라도 현대인에게 맞는 시설과 공간을 갖추지 못하니 점점 다양해진 불자들의 욕구를 충족하지 못했다. 부산 도심과 김해에 포교당을 개설할 만큼 지역포교에 힘썼던 과거의 노력은 한때의 성과에 그쳤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범어사는 흩어진 부산불심을 모으는데 이런 불사가 적지않은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범어사는 말사 개편작업에 착수했다. 부암동 선암사, 기장 장안사, 모라동 운수사, 동래 법륜사, 연산동 마하사, 창원 성주사, 김해 은하사, 사천 다솔사를 수말사로 지정한데 이어 포교당으로 설립한 김해 연화사와 해운대 반야선원, 영도 대원사가 포교도량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방향을 설정했다.

다른 교구에 비해 빨리 시작했던 사회복지 분야는 14교구가 독보적이라 할 만큼 앞서 있다. 범어사가 설립한 사회복지법인 금정총림범어와 재단법인 금정총림범어 청소년동네에서 직영과 위탁으로 운영하고 있는 시설이 12개소에 이른다. 미래세대를 위한 투자 덕분에 아동, 청소년 시설이 절반에 이른 점은 눈여겨볼만하다.

범어사 주지 경선스님은 부임 이후 종단의 선지식과 강백, 율사가 법석에 올라 화엄법문을 설하는 천일화엄대법회를 열어 '널리 화엄의 그물을 펴 인간과 천상의 중생을 제도한다'는 '장대교망록인천지어(張大敎網漉人天之魚)'의 법을 펼치고 있다.
제14교구본사 범어사 주지 경선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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