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지방 한 작은 사찰에 갔다가 스님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사세가 작기는 해도 지역에서 꽤나 유명세를 탄 곳인데 젊은 스님이 없어 상좌 구하느라 애를 꽤 먹는 것 같았다. “머리 안 깎아도 좋고, 예쁜 옷 입게 해줄 테니, 어디 그러면 출가 한번 해볼 텐가?”하는 스님 말이 농담인 줄 알면서도 “젊은 스님이 그렇게 없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령화와 저출산 등으로 인한 출가자 감소는 당연한 수순이지만 2030세대가 출가를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수행자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전 세대에 비해 고학력, 개인주의 성향이 짙은 젊은 세대 눈엔 이른바 ‘중물 들인다’는 고된 행자생활과 4년 간의 승가대 생활은 구시대 잔재이자 사회생활의 연장선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여기에 ‘스님도 일반사람과 다를 바 없다’는 인식까지 심어지게 되면 상황은 더 악화된다. 

조계종 교육원이 운영하는 출가사이트에 ‘스님’이란 한 익명의 질문자가 올린 글을 보면 출가 수행자에 대한 세간의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줄을 잘 서 정치승이 안되면 노숙자 같이 승려생활을 해야 된다고 합니다. 무소유와 깨달음을 위해 출가하는데 왜 스님으로 먹고 살려면, 무조건 복종하고 순응하지 않으면 안되고 윗사람이 시킨 일만 해야 하는지요. 그러고 보면 비출가자가 사회에서 바쁘게 사는 거랑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는 “권력을 탐하면 속인과 다를 바 없을 것 같고 본래 취지대로 부처님의 깨달음을 향해 가자니 오염된 무리에 동화되면 안 될 텐데, 이렇게 하다보면 왕따가 될 것 같다”며 “털면 먼지 가득한 속물화된 무늬만 스님인 분 말고 깨달음을 향해가는 청정하고 향기 나는 스님이 계신 모범 사찰이 혹시 있을까요?”라고 재차 물었다. 

수천건 질문에 대해 상담사 스님은 성실히 답변하며 서산대사가 쓴 <선가귀감> 글귀를 덧붙이고 있었다. “출가하여 수행자가 되는 일이 어찌 작은 일이랴. 편하고 한가함을 구해서가 아니며, 따뜻이 입고 배불리 먹으려고 하는 것도 아니며, 명예나 재산을 구해서도 아니다. 오로지 생사의 괴로움을 벗어나려는 것이며, 번뇌의 속박을 끊으려는 것이며, 끝없는 중생을 건지려고 함이다.” 

출가사이트 출가상담 게시판이 문을 연 이후 2017년 4월9일부터 지난 2일까지 10개월 간 올라온 질의응답 게시글은 총 2636건에 달한다. 출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 자체가 결코 적지만은 않다는 뜻이다. 

속세의 질긴 인연을 끊고 어렵게 발심한 젊은 행자들이, 혹독한 생활을 이겨낸 사미 사미니들이, 세간의 오해를 받으면서도 구도의 길을 꿋꿋이 걸어가는 스님들이, 그저 융통성 없는 옛 사람, 품위 없는 성직자가 아니라 보기만 해도 환희심 절로 나는 수행자로 비춰지길 바란다. “절집에 들어오려는 스님 없으니 출가 대책 마련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그 다음의 일이다.

[불교신문3367호/2018년2월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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