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문화 및 응용분야 주제 논문 다양해 눈길

2018년 봄에도 불교사상과 철학, 문화, 응용분야를 주제로 한 다양한 박사학위 논문이 발표됐다. 동국대 서울캠퍼스에 불교학과 선학과 한국불교융합학과, 미술사학과 등에서 14명의 박사를 배출했으며, 중앙승가대와 서강대, 고려대 등에서도 불교학 박사가 나왔다. 특히 올해는 불교문화 및 응용분야에 대한 논문이 다수 발표돼 눈길을 끈다.

조선후기 신중도 양상 고찰

현주스님(동국대)

현주스님은 ‘조선시대의 신중도 연구’에서 가장 이른 1740년 도갑사 신중도부터 1945년 일제강점기 조성된 신중도까지 571점을 대상으로 살펴봤다. 스님은 조선후기 신중도 성립과정과 경전에서 찾을 수 없는 새로운 도상을 규명하고, 조선후기 신중도 전개양상에 대해 살펴봤다.

한국의 신중신앙은 <화엄경>을 바탕으로 하는 화엄신중신앙이 발전했는데, 호국적이고 무력적인 부분이 강조됐다. 조선 후기 사찰재건을 주도했던 벽암문도의 백암성총스님으로부터 시작된 염불문(念佛門)의 성립은 신중신앙과 결부돼 신중도 성립의 중요한 배경이 됐다. 자연재해로 고통 받던 서민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켜 신중신앙이 대중화됐다. 불전 내에 신중신앙의 시각화가 요구되면서 신중도가 제작되기 시작했는데 19세기에 들어서면 급격히 증가한다.

19세기 초반 신중도의 제작 동향에서 나타나는 변화는 도교의 여동빈(呂洞賓), 종리권(鍾離權), 이철괴(李鐵拐)와 같은 신선을 수용해 구성요소를 확장시켰다는 점이다. 또 예적금강 도상이 출현해 주요 존상으로 부각됐다.

삼국시대 일광삼존불 연구

허허스님(중앙승가대)

허허스님은 ‘삼국시대 일광삼존금동불상 연구’에서 고구려 백제 신라시대에 조성된 일광삼존불에 대해 고찰했다. 일광삼존불상(一光三尊佛像)은 하나의 거신광 안에 여래상 양 옆으로 협시보살을 둔 불상을 말한다. 삼국시대 일광삼존금동불상 중 완형을 갖춘 상은 국보로 지정된 계미명삼존불입상, 신묘명삼존불입상 등 5위가 남아 있다. 스님은 일광삼존불상의 세부양식을 분석하고 특징을 도출한 결과를 토대로, 시기와 제작국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불상들의 관계를 정리했다. 나아가 삼국시대 일광삼존불상의 원류를 찾아보기 위해 중국 남북조 불상의 양식도 살펴봤다.

뿐만 아니라 스님은 삼국시대 일광삼존불로 여겨지는 일본 호류지 헌납 143호 불상에 대한 양식분석을 통해 단독의 거신광 불상이라고 주장했다. 스님은 “본존불과 협시불상에 대한 과학적 분석과 양식적인 해석을 통해 단독의 거신광배 불상으로 제작된 불상에 일본의 협시보살상이 인위적으로 끼워져 지금의 형태로 전해지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서양 자비명상 집중분석 눈길

권선아(동국대)

권선아 박사는 ‘현대 서양의 자비명상 연구’를 통해 티베트 불교의 ‘로종(Lojong)’이라는 구체적 수행 전통이 현대 서양의 자비 계발 프로그램들 속에 결합되고 재해석되는 과정을 탐색했다. 권 박사는 먼저 상좌부 불교와 대승 불교를 중심으로 자비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자비의 위상과 역할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살펴봤다. 이어 불교의 자비 수행 전통과 현대 서양의 자비 계발 프로그램을 결합하는 데 매개가 됐던 게셰 체카와의 <일곱 가지 핵심 마음 수행>을 토대로 티베트 불교의 로종 수행을 고찰했다.

더 나아가 심리학과 심리 치료적 관점, 진화론적 관점, 임상 의학을 중심으로 현대 서양에서 자비 개념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살펴보고, 현대 서양의 자비 계발 프로그램들의 특징을 정리했다. CBCT(인지적 기반의 자비 수행) CCT(자비 계발 수행) MSC(마음 챙김의 자기 자비) 리소스(ReSource) CFT(자비 중심 치료) 등을 진단하고 과제를 제시했다.

 

현대와 맞는 불교여성상 제시

김동윤(동국대)

‘여성불자의 신행연구’에서 김동윤 박사는 불교교단에서 재가불자의 위상을 토대로 붓다의 여성관과 원시, 부파, 대승 시대의 여성관을 살펴보고, 시대별 여성관을 고찰했다.

초기경전인 <아함경>이나 율장에서 여성에 대해 부정적인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인도정국과 교단내의 변화로 인하여 불교계의 여성관도 사상적 혼란과 왜곡을 겪었다. 불교를 옹호하던 마우리아 왕조가 붕괴되고 숭가왕조가 세워지면서 바라문 부흥 운동이 일어났다. 이 시기 제정된 <마누법전>에서는 여성을 독립할 수 없고 자유도 없는 존재로 정의된다.

초기불교계가 보였던 친여성적 성향도 부파불교와 초기대승불교시대에 와서 반여성적 인식으로 바뀐다. 여인오장설과 여래32상호를 중심으로, 여성은 성불할 수 없다는 사상이 교단을 지배한다. 김동윤 박사는 부파불교 이후 교단에서 제기됐던 성 차별적인 요소와 관련된 시대의 불교현실을 분석해 오늘날에 맞는 불교 여성상을 제시했다.

초기 지론학파 알라야식 연구

이상민(고려대)

이상민 박사는 ‘초기 지론(地論)학파의 알라야식 개념 연구’ 논문에서 알라야식의 개념의 수용과 해석을 중심으로 6세기 동아시아 불교계의 사상적 특징을 고찰했다. 알라야식은 인도 유가행파가 고안한 새로운 인식의 범주로, 윤회의 주체와 비슷한 개념이다. 인도불교는 물론 동아시아 불교에 있어서도 극히 중요한 교학적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6세기 북조에서 나타난 지론학파에 의해 수용됐는데, 동아시아 불교사상의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알랴야식이 등장하면서 동아시아 불교의 중심담론이었던 불성(佛性)이 심식 구조 속으로 이동되기 때문이다.

지론학파의 알라야식 이해는 <십지경론>이나 <능가경>, 그에 대한 인도 역경승의 교설과 관련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초기 지론학파 저술에서 알라야식을 주로 제7식의 명칭으로 사용된다. 반면 제8식은 불성식(佛性識) 진여불성 등으로 표현된다. 이는 초기 지론학파가 현상적인 마음(전6식)과 불성(제8식) 사이에 놓은 새로운 범주로서 알라야식을 받아들였음을 의미한다.

생수선으로 간화선 대중화 모색

이상호(서강대)

이상호 박사는 ‘의정(疑情)의 이원화와 통합을 활용한 생수선(生修禪) 정립 방안 연구-대중적인 간화선 수행법을 중심으로’라는 주제의 논문을 발표해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의 간화선 수행법에서 의정을 이원화해 수행심리를 분석적으로 살펴본 뒤, 의정의 통합에 대응하는 생활과 수행간의 관계가 ‘생수불이(生修不二)’임을 밝혀 생수선의 정립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생수불이는 학계에서 처음 사용하는 용어로, 생활과 수행이 둘이 아니란 뜻이다. 생수불이를 드러내는 선수행법인 생수불이선을 줄여 생수선이다.

그는 선종수행법의 전개과정을 살펴보고 간화선의 형성요인과 수행심리를 분석했다. 또 석가모니부처님 생애와 대혜스님의 <서장>에서 생수불이 수행사례를 찾아봤다. 주목할 점은 현대적인 생수불이 수행사례를 설명하면서 직접 실참했다는 것이다. 종달 이희익 거사, 백봉 김기추 거사, 숭산스님, 대행스님 등의 선수행과 가르침을 통해 생수선 수행법을 제안했다.

[불교신문 3371호/ 2월28일자]

정리=어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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