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교류 활성화 ‘올림픽’ 이후가 더 중요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은 풍성한 선물을 준 행사로 기억될 것 같다. 한반도기를 앞세워 남북이 함께 손을 잡고 공동입장을 했고, ‘우리’ 선수들이 단일팀으로 하나 돼 멋진 경기를 보여줬다. 남북의 응원단도 올림픽의 분위기를 흠씬 높여 놓았다. 불과 몇 달 전만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이었다. 감동과 안타까움, 그리고 기쁨과 환호성이 함께 했던 평창은 우리에게 평화라는 소중한 선물을 안겨줬다.

그러나 곳곳에 위험은 도사리고 있다. 무엇보다 북한과 미국 간에는 여전히 차가운 기운이 넘치고 있다. 미국은 북미간의 만남을 북한이 걷어차 버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은 북한대로 미국에 대해 거친 언사를 쏟아내고 있다. 각자 자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결코 협상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평화’와 ‘위험’. 위에서 언급한 두 장면은 모두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올림픽 이후, 예정된 군사훈련이 실시되고 이에 북한이 반발하게 되면 결국 북미간의 대결이 재현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최대한의 압박을 멈출 생각이 없는 미국과 결코 굴복은 없다는 북한이 충돌 일보 직전에 이를 수 있는 위험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잠시 평창에 가려져 있었지만 위기의 구조는 그대로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사실 우리의 입장에서는 남북관계의 개선이라는 커다란 고갯길을 하나 넘어서고 있는 중이다. 정상회담까지 예견되는 남북관계의 개선은 그 자체로 평창이 가져다 준 큰 선물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넘어야 할 고갯길이 하나 더 있다. 남북관계의 개선과 발전을 위해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의 주변국들과 긴밀히 공조해 나가야 한다. 특히, 북미간의 대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우리 정부는 이제야말로 진짜 실력을 보여줘야 할 가장 중요한 지점에 서 있는 것이다. 

가장 큰 노력은 역시 남북관계의 힘을 키우는 것이어야 한다.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고, 이 힘을 통해 북미관계에 징검다리를 놓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창올림픽이 끝난 지금부터 정부 및 시민사회가 부단한 대화와 교류와 협력의 방도를 모색하고 실천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남북관계의 힘은 현재의 한반도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렵지만, 근원적 해결을 위한 필요조건이면서 동시에 그러한 방향으로 문제를 풀어 나가도록 하는 큰 힘이 될 것이다. 이에 무엇보다 불교계를 비롯한 종교 및 시민사회가 큰 힘을 모아야 할 것이 요구된다. 

결국 우리는 남북관계라는 이제 막 넘어가려는 고갯길을 힘차게 달리는 것과 함께 북미대화라는 또 하나의 고갯길을 넘어가도록 힘차게 페달을 밟는 수밖에 없다. 바로 이것이 평창이 준 선물이 단지 선물로 끝내버릴 것이 아니라 더 큰 결실로 맺는 일이 될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필요한 것은 지금까지의 ‘평화의 노력’보다 ‘더 큰 평화를 위한 노력’인 것이다. 

[불교신문3374호/2018년3월10일자] 

정영철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조계종 민족공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