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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쓰는 화두-'한국불교'] ⑦ ‘미투’ 운동이 불교계에 던지는 과제

기사승인 2018.03.08  09:4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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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性범죄, 피해자를 평생 지옥 몰아넣는 ‘살생’

 

성일탈은 분명한 계율 위반
교육 통해 널리 인식시켜야

여성을 극복대상으로 여기는
수행문화도 차제에 검토 필요

분노를 삼독심 차원서 접근해
‘내려놓아라’는 식 조언도 문제 

불교계 안에서 성일탈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방지하기 위해서는 남성과 여성이 동일하다는 교육을 강화하고 여성 비하 식의 문화와 의식을 바꿔야한다. 사진은 선학원 이사장의 여직원 성추행을 규탄하는 스님들.

미투운동(Me Too movement)이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다. ‘미투’는 소셜네트워크(SNS)에 ‘나도 피해자(#me too)’라며 자신이 겪은 성범죄를 고백하고 그 심각성을 알리는 캠페인에서 출발하여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 할리우드의 유명 영화제작자인 하비 웨인스타인이 여성 배우와 자신의 회사 여성 직원들을 상대로 30년간 성추행을 일삼았던 사실을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과거에도 이런 류의 움직임은 많이 있었지만 단발성으로 끝났었다. 이번에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것이 과거와 다른 점이다. 

미국 유럽 등지의 미투 운동에서 한 발 비켜 서 있던 우리나라는 현직에 있는 서지현 검사가 JTBC 뉴스룸에 출연해 검찰 내 성폭력 실상을 고발하면서 불 붙기 시작했다. 현직 검사가 일으킨 한국 판 미투 운동은 연극 문학 연예 학계 종교계 등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연극 연출가 이윤택, 시인 고은, 극작가 오태석, 배우 조민기 조재현 등 등장하는 인물이 모두 해당 분야에서 오랫동안 권위를 인정받던 실력자들이라는 점에서 이 운동의 파장이 어디까지 확산될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지난 2월26일에는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미투운동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지지 의사를 보여 그동안 권위에 눌리고, 주변 여론에 위축돼 망설였던 피해자들이 더 용기를 갖고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직 검사 일으킨 한국 판 ‘미투’

연극 영화 문학 학술 대학을 휩쓴 미투 운동은 종교계까지 이르고 있다. 종교계는 오래 전부터 이 문제로 홍역을 앓았었다. 남성 성직자와 여성 신도가 수직 관계로 이루어진 한국 종교 토양은 성(性)적 일탈이 일어날 개연성이 높았다. 가장 몸살을 앓았던 곳은 개신교다. 가해자로 등장하는 인물들은 주로 대형교회의 보수 성향의 목사였다. 불교는 성범죄 보다 은처 등 계율과 관련한 문제제기가 많아 이번에 일어나는 미투 운동과는 성격이 달랐다. 반면 천주교는 성 문제에서 한 발 비켜 있다가 이번에 진보계 대표 인사가 가해자로 등장해 천주교 내부는 물론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던졌다. 불교계에도 이 운동의 여파가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오랫동안 교계 언론에서 몸담았던 한 불자는 “솔직히 걱정된다. 그냥 지나가지 않을 것”이라며 우려했다. 

‘미투운동’은 그동안 제기됐던 은처(隱妻) 폭로와는 전혀 다르다. 은처는 개인적이며 종단내부의 계율 영역이라는 점에서 반사회적 범죄가 아니다. 그래서 사회가 관여하지 못하는 종단 문제다. 반면 ‘미투’는 범죄다. 성희롱, 성추행, 성폭력은 모두 사법처리 대상이다. 계율은 개인의 종교적 양심에 관한 영역이다. 독신을 유지해야하는 계율을 어기면 승복을 벗고 종단을 떠나면 그만이다. 하지만 성범죄는 남성과 여성 문제를 떠나 직위를 이용한 강제성, 상대방 여성의 의사에 반하는 폭력성을 띠기 때문에 사회법이 다룰 영역이다. 계율은 또 종단 구성원들이 범죄보다 더 한 죄로 인식하고 있어 모두 조심한다. 그래서 일탈은 아주 일부에서 일어난다. 그러나 성희롱 등과 같은 성 일탈은 주로 가해자인 남성들이 문제로 여기지 못하거나 죄의식을 느끼지 않아 어디까지 퍼져 있는지 가늠하기 힘들다. 그만큼 폭발성도 크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투’가 ‘은처’ 시비와 달리 사회적 파장과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불교계 안팎에서 불교계 역시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교계 인터넷 댓글에는 피해여성이 쓴 듯 한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내용이나 전개과정은 연극 영화 대학가 등에서 드러나는 것과 동일하다. 피해자는 가깝게 지내는 여성이며 직위와 권한을 가진 남성의 강압적 행동과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여성, 그 뒤 명예훼손이라는 법을 이용해서 강제 입막음하거나, 문제 제기 이후 발생할 피해가 두려워 침묵해온 아픈 과거 등 미투 운동의 일반적 특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관련 기사가 나올 때 마다 등장하는 댓글이 사실이라면 지금의 불교계 상태는 폭발을 앞둔 휴화산과 다름없다.

문제는 이후 대처다. 종단은 성범죄가 발생하면 피해자 입장에서 신속하게 이를 처리하고 있다. 지난 몇 년 간 극히 드물지만 성추행 사건이 종단 주변에서 일어났었다. 피해자가 이를 문제 삼으면 진위를 다투기 보다 사과하고 가해자를 퇴출하는 방식으로 해결해왔다. 이는 종단에서 성문제를 범죄로 인식하고 중대하게 다뤄왔기 때문이다. 종단 중앙은 중앙종무기관과 산하 기관을 합치면 수 백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직장이다.

종교계도 자유롭지 못해 

재가자들인 일반 직원에다 교역직인 스님들까지 다양한 구성원이 직장에서 활동한다. 일반 직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성일탈이 발생할 가능성이 상존하는 것이다. 종단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 양성평등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여성개발원, 여성 시민운동기구가 있어 언제든지 이를 감시하고 문제제기할 외부 단체가 가까이 있다. 

문제는 종단의 손길과 감시가 미치지 못하는 다른 불교계다. 종단과 같은 뿌리와 역사를 갖고 조계종 승적을 가진 스님들이 주로 가입한 선학원 이사장의 직원 성추행이 그 예다. 만약, 선학원이 종단 법이 미칠 수 있는 기구였다면 신속하게 피해자 입장에서 처리했을 것이다. 지방 사찰 역시 일반 사회처럼 남성과 여성이 함께 일하고 접촉하는 공간이어서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은 상존한다.

따라서 미투운동의 발생 여부와 상관없이 차제에 종단이 나서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대처는 두 가지 방향에서 진행돼야 한다.

첫째는 계율 차원의 접근이다. 성희롱 성추행 등은 불교 교리에 비춰보면 살생과 다름없다. 일반적으로 당하는 여성은 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는데 해결을 하지 못하면 평생 트라우마로 남는다. 피해자들의 한결같은 증언은 영혼이 피폐해지고 정상적 생활이 힘들 정도라고 한다. 이는 명백한 살인이다. 10~20대 어릴 때 얼떨결에 당하고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여성이 나이가 들어 결혼을 해서 자식을 기르면서 그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한 사람의 생을 망가뜨린 씻을 수 없는 죄악을 저지른 것이다.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스님도 여성에 대한 남성의 ‘성비위’가 생명에 관한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총무원장 스님은 지난 5일 열린 직원 월례조례에서 최근 일어나는 미투 운둥을 언급하며, “다른 생명을 중히 여기지 않는데서 나온 행위며 특히(성희롱은) 말로 상대를 해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삿된 욕망에서 이를 저질렀기 때문에 불사음계도 어긴 것이다. 이를 보살계 등 수계식에서 스님들 교육에서 분명하게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남성 중심 수행 문화 바꿔야

두 번째는 남성 중심의 수행문화와 의식의 변화다. 불교는 양성평등을 강조한다. 백경임 동국대 가정교육과 교수는 ‘여성재가불자의 위상’이라는 글에서 “부처님 당시 인도사회에서 여성은 남성과 동물 사이의 중간정도에 위치한 존재로 대했지만 불교 교단은 여성불자를 남성불자와 차별대우 하지 않았다”며 “양성 평등의 부처님 가르침은 여성과 남성을 변화시켜 초기 불교시대에 인도여성의 지위에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부처님 가르침을 따라 불교는 여성을 존중하고 대우하는 문화가 다른 종교보다 앞서 있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 이를 찾아 재해석하고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조항이 비구니 팔경계이다. 지금은 거의 사문화됐다고 해도 여전히 여성을 바라보는 잘못된 인식에 일조하는 비구니 팔경계를 종단 차원에서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비구니 팔경계 중에서도 “비구니가 비구의 잘못을 꾸짖거나 비방하지 말 것, 비구의 죄를 들지 말 것”등은 자칫 억울한 일을 당해도 침묵하라는 강요로 받아들일 수 있어 현대사회에 전혀 맞지 않는 조항이다. 물론 이 조항은 일찍이 사문화되었지만 상징적으로라도 폐지를 선언할 필요가 있다. 

재가자는 출가승의 잘못을 지적해서는 안된다는 금지조항에 대한 새로운 해석도 필요하다. 이 조항은 사실이 아니거나 교단의 평화를 깨칠 목적으로 비방하는 행위를 막기 위한 조항이지 자신의 피해 사실 조차 숨기라는 강요는 아니라는 것을 새로 인식시켜야한다. 피해 사실을 호소하는 신도에게 상대방의 잘못을 용서하고 분노에서 벗어나 빨리 ‘내려놓는 것’이 자비이며 수행이라는 식으로 호도해서도 안된다. 

셋째 성을 수행의 소재로 삼거나 극복대상으로 삼는 식의 문화도 바꿀 필요가 있다. 여성이나 성문제는 외부 호사가들의 좋은 소재였다. 성적 충동을 참거나 극복하는 것을 수행의 일종으로 여겨 소설이나 영화의 소재가 되곤 했다. 고승 일화에도 여성의 성을 죄악시하는 이야기가 수없이 많다. 이러한 인식은 여성을 수행을 방해하는 존재로 여기는 여성혐오주의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역시 극복 대상이다. 여성의 몸으로는 성불할 수 없다는 ‘여인성불불가설(女人成佛 不可說)’과 변성남자성불설(變成男子成佛說) 등 여성을 열등한 존재, 수행에 방해되는 극복 대상으로 여기는 인식은 결국 여성을 성적으로 억압하거나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잘못된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반드시 바꿔야할 문화다. 

넷째 남녀평등을 강조한 교리와 인식을 강조하고 널리 교육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성평등과 여성 존중을 강조하는 <유마경> <승만경> 등의 대승경전을 권장할 필요가 있다. 두 경전은 여인즉신성불설(女人卽身成佛說)을 주창한다. <유마경>은 여인을 차별하고 수행에 방해가 되는 존재로 여기는 사리불을 향하여 천녀가 “꽃은 아무 분별을 내지 않는데 사리불 자신이 분별하는 마음을 내는 것이다.” “붓다께서 일체제법은 남자도 여자도 아니라고 하셨다”는 등의 남녀 평등을 강조한다. 총무원장 스님도 조례에서 “남녀 모두 부처님 법에 의해 만난 도반으로 서로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교육 홍보 문화와 의식 전환과 더불어 종단 내 관련기구를 만들거나 법을 정비하는 사후 엄벌도 강화해야한다. 여성 불자들이 피해를 감추는 이유는 일탈을 저지른 수행자가 법의 처벌을 받아도 종단적으로 아무런 징계가 가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종단의 적극적이고 발빠른 대응이 필요하다. 

[불교신문3374호/2018년3월10일자] 

박부영 기자 chisan@ibulgyo.com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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