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석 박사 학위 신부 많은데 
신학 연구나 성경강설 스님 없어
남을 이해해야 나를 더욱 빛내

수행자는 여러 사상 문화 배워 
세상과 중생 위해 회향해야 

1994년 9월 중순, 달라이라마는 영국 런던의 미들섹스대학의 강의실에 나타나 350여명 남짓한 그리스도인들에게 사흘 동안 특별강연을 했다. 그런데 강연 주제가 놀랍게도 신약성서의 복음서 강의였다. 그것은 유명한 예수님의 산상수훈과 여덟 가지 복에 관한 가르침과 겨자씨의 비유와 하느님 나라, 모습의 변화와 부활에 관한 주제였다. 

이 역사적인 강의가 녹취되고 편집되어 한국에서 1999년 ‘달라이라마 예수를 말하다’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그리고 2017년 류시화 시인에 의해 다시 나온 책이 ‘선한 마음(The Good Heart)’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감동했다. 가끔 이현주 목사등의 불교경전 강설책을 보게되고, 동국대학교에서는 신부님들이 불교관련 논문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다고 한다. 그런데 과문한 탓인지 스님이 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거나 성경을 강설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남을 이해해야만 비로소 나를 더욱 빛나게 할 수 있는 법이다. 

이 자리에서 달라이라마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야크의 머리와 양의 몸을 섞지 않으면서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학문적 만남’과 ‘성지순례’를 추천했다. 그러면서 우화 하나를 소개했다. 한 스승이 제자에게 언제 한번 소풍을 가자고 약속했는데 언제나 너무 바빠서 갈 수가 없었다. 어느 날 그들은 시신운구 행렬을 함께 보게 되었다. 그때 스승이 제자에게 시신을 가리키며 “저 사람은 어디를 가는 거지?”라고 물었다. 그러자 제자는 “소풍을 가는 거예요!”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렇듯이 나중에, 돈과 시간의 여유가 있으면 소풍을 가겠노라고 하다가는 하릴없이 죽음이라는 소풍을 가게 된다는 이야기다. 그런 비슷한 예가 톨스토이 단편 ‘두 노인의 순례’에도 보인다. 그런 까닭에 임제 의현 스님께서는 “다만 이 현재, 지금이 있을 뿐이지 다른 시절은 없느니라(卽時現今 更無時節)”라는 말씀을 했다. 아울러 “어느 곳에서든지 주인공의 삶을 살아간다면, 그 사람이 서 있는 곳이 바로 진리의 땅이다(隨處作主 立處皆眞)”라는 말씀도 하신 것이리라.

올 4월 1일부터 10박 11일간 ‘혜국 큰스님과 함께하는 이집트, 요르단, 이스라엘 문명기행’ 해외연수를 갖는다. 혹자는 “한국 절이 하나도 없는 곳에 왜 갈까?” 라든지, “무엇하러 스님들이 기독교 성지 순례를 해야하나?” 하는 의문을 가질 것이다. 누군가 나에게 “꼭 그렇게 해야만하나?”라고 묻는다면,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해야만 한다!”고 답하지 않을 수 없다. 프랑스의 대문호인 빅토르 위고는 ‘황금률’이란 책에서 “고향을 감미롭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직 허약한 미숙아이다. 모든 곳을 고향이라고 느끼는 사람은 이미 상당한 힘을 갖춘 사람이다. 그러나 전 세계를 타향이라고 느끼는 사람이야말로 완벽한 인간이다”라고 말했다. 무릇 모든 욕락을 버리고 발심출가한 수행자들은 전 세계를 타향으로 느끼는 완벽한 인간, 바로 출격대장부(出格大丈夫)여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가 기독교든, 이슬람이든, 가톨릭이든 상관없이 잘 보고, 느끼고, 배워서 마침내 새롭게 불교의 진리를 중생과 세상에 회향해야 하는 책무가 있기 때문이다. 

달라이라마는 “종교의 목적은 바깥에 큰 사원을 짓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 가슴속에 ‘선한 마음과 친절의 사원’을 짓는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모든 종교는 그 내면의 사원을 지을 능력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나는 종교가 인간에 대한 서비스라고 믿는다.

[불교신문3376호/2018년3월17일자] 

진광스님 논설위원·조계종 교육원 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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