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례, 그 몸짓의 철학

이성운 지음/ 조계종출판사

삼귀의부터 염불, 공양
다비 등 장례 의식까지
불자라면 꼭 알아야 할
의례의미 고찰한 철학서

“의례 제대로 아는 것이
깨달음, 한발 내딛는 일”

이성운 조계종 의례위원회 실무위원이 불교의례를 새롭게 고찰한 <불교의례, 그 몸짓의 철학>을 최근 펴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제5교구본사 법주사 연화대에서 불교전통으로 엄수된 청주 관음사 회두 이두스님의 다비식.

삼귀의, <반야심경> 봉독, 사홍서원 등 일상적인 법회의식은 물론 염불, 기도, 공양, 다비에 이르기까지 현재 우리나라 사찰에서는 수많은 불교의례가 오랜 전통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불교 신행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중요한 절차 임에도 그 속에 담긴 의미와 형식을 온전히 알고 있는 불자들은 많지 않다. 물론 “의례의 의미까지 생각하지 않아도 신행을 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는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겠지만, 그 뜻을 제대로 파악해야 바로 설행하고 후대에 바르게 전승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는 종교의 포교와 확산이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이성운 조계종 의례위원회 실무위원이 2500년 동안 전승되어온 불교의례를 새롭게 고찰한 <불교의례, 그 몸짓의 철학>을 최근 선보여 주목된다. 저자는 동국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학술연구교수, 동국대와 금강대 강사로 활동하며 20년 넘게 불교의례를 연구해 온 전문가다. “불교의 몸짓이 불교의례에 들어 있는 사상과 논리 그리고 거기에 담긴 아름다움을 글로 풀어내고자 했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의례의 순서나 방법을 알려주는 의례집이 아니라, 의례에 담긴 의미와 문제를 살피는 철학서다. 또 문파마다 의식문의 차이가 생긴 전승의 문제에 화두를 던지기도 한다. 특히 불교의례를 ‘몸짓’이라는 현대의 언어로 풀어쓴 점이 눈길을 끈다. 조계종 어산어장 인묵스님은 “불교의 사상을 몸으로 표현하는 몸짓을 불교의례라 하며, 그 속에 담긴 의미에 대해 논리적으로 사유하고 있다”면서 “불법에 귀의하고 예경하는 의례나 송주하고 염불하며 참선하는 수행, 공양을 올리는 의례, 외로운 영혼에게 법의 음식을 베푸는 시식, 육신의 명이 다해 이승을 떠났을 때 행하는 다비의례 등을 몸짓이라고 하고, 그 의례를 철학적으로 분석해 자신의 견해를 내놓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불교철학을 담은 ‘몸짓’인 불교의례를 제대로 알고 바르게 설행하기 위한 수행과 이론을 담은 불교의례 전문가의 날카로운 통찰”이라고 평했다.

그럼에도 불자들에게 불교의례는 어려운 분야로 스님들의 전유물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저자는 사찰에 가서 인사를 드리고, 참선을 하고, 공양을 올리는 일상적인 행위가 모두 의례임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우리가 신행과정에서 쉽게 접하는 의례의 의미를 이야기하고, 의례 설행 너머의 문제까지도 함께 생각하도록 이끈다.

먼저 ‘귀의’편에서는 오늘날 조석예불에서 우리가 살펴야 할 것과 출·재가자들이 함께 수지하던 <범망경> 보살계목이 재가보살 중심으로 재편되었지만 계목은 그대로 전지하는 점, 재일과 포살의 관련성 등 귀의하고 수계를 받는 일련의 과정을 꼼꼼히 살핀다. ‘불공’편에서는 공양의 구조와 의미, 공양물을 변화시키는 변공과 바치는 헌공, 축원을 아뢰는 표백 및 수륙재회의 산물인 공양의 역사적인 변형의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 깨달음을 위한 대승불교 수행의 발달 과정은 물론 고통에 빠진 불특정 다수에게 보시를 베푸는 시식 의식의 구조와 불교의례인 장례, 다비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저자는 “관혼상제 같은 생활의례 중 불교에 남은 가장 정교한 의례가 장례의식”이라며 “전통불교 다비작법은 대사 스님이 열반하였을 때 쓰이던 것이었지만, 조선 중·후기를 지나며 불교 일반장례법으로 정착돼 심지어 재가불자들의 장례에도 적용되며 현실적이지 못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염습과 시다림, 화장의 과정, 칠칠일 간의 추선의례 등을 소개하며 죽음을 죽음이 아니라고 인식하는 불교의 가르침을 현실에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를 탐구한다.

저자는 “진리를 구하는 구법의 몸짓은 수행의례로 나타나고, 중생을 교화하는 몸짓은 공양과 시식의례로 드러난다”면서 “구법과 교화의 의례는 상구보리 하화중생이라는 불교교리와 정신을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역사와 설화 등 전통문화까지 고스란히 담은 우리 문화의 중요한 보고”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런 소중한 의례를 바르게 실천하는 것은 불교수행의 완성”이라며 “열심히 기도하고 염불하는 것만큼 의례에 대해 제대로 알고 바르게 설행하는 것이 깨달음에 한발 더 다가가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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