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도량 전통 이어 ‘지역민과 함께 하는 사찰’로

경남 고성 옥천사 전경. 

경남 고성 옥천사(玉泉寺)는 신라 문무왕 16년(676년) 의상대사가 창건한 화엄전교십찰(華嚴傳敎十刹) 가운데 한 곳이다. 진경국사와 진각국사 등 많은 고승대덕이 주석하며 수행과 전법의 중심도량으로 1300년 넘게 법등을 밝혀온 유서 깊은 전통사찰이다. 옥천사는 산의 형상이 연꽃을 닮았다고 해 붙여진 연화산(蓮花山) 자락에 위치해 있으며 대웅전 뒤편에 물맛이 뛰어난 옥천(玉泉) 샘이 있어 사찰 이름마저 옥천사로 붙여져 있다.

옥천사는 임진왜란 당시 의승군을 조직하고 승군의 병영지가 돼 호국안민의 가람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왜군이 그에 대한 보복으로 정유재란 시 옥천사 전각을 모두 불태우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40여 년 뒤 학명스님에 의해 중창된 옥천사는 영조 19년 승군 정원이 340명에 이를 만큼 대찰로서의 사격을 다시 갖추게 됐다. 

특히 누각인 자방루(滋芳樓)는 승장이 훈련을 지휘하거나 우천 시 승군을 교육시킨 실내교육장으로 활용됐다. 게다가 자방루 양 옆 문을 닫으면 사찰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요새 같은 독특한 가람 배치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일제강점기에는 경남지역 애국지사들의 주요한 활동거점이기도 했다. 신화수·한봉진스님은 군자금 모집 등 독립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다 체포돼 옥고를 치르기도 했으며, 3·1운동 당시 경남지역에서 활동하던 애국지사 변상태, 이주현 등에게 숙식을 제공하며 이들이 거사를 논의할 수 있도록 지원도 펼쳤다. 

옥천사는 2014년 현충시설로 지정됐으며 광복 70주년인 2015년 8월 ‘이달의 현충시설’로 지정되기도 했다. 아울러 옥천사는 1946년 부산대학교 설립기금 1000만원 모금 운동을 펼칠 당시 500만원 상당의 사찰 토지 13만5000평을 기부해 대학이 설립되는데 크게 기여했다. 부산대는 2016년 개교 70주년을 맞아 옥천사에 감사패를 수여하며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근세에 들어서는 정화불사를 통해 왜색불교를 척결하고 한국불교 중흥의 당간지주를 새롭게 세운 청담스님의 출가사찰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관광, 기도 중심 사찰서

신행도량으로 변모 추진

 

불교대학 처음으로 개설

신도교육 통한 역량강화

지역민과 함께 하기 위해

시장판로개척과 봉사 추진

 

도난 성보 6기 환수 쾌거

6월까지 ‘돌아온 성보展’

성보박물관 체험행사 다채

관광사찰을 뛰어넘어 재적사찰로서의 옥천사가 되기 위한 첫 행보로 지난 7일 처음으로 문을 연 옥천사불교대학.

옥천사는 최근들어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사찰 가운데 한 곳으로 손꼽히고 있다. 바로 성보문화재 환수 노력 덕분이다. 지난 1999년 성보박물관을 개관한 옥천사는 지난 2014년부터 총 6기의 성보문화재를 환수하는 성과를 일궜다.

1976년 명부전 내 10폭으로 구성된 시왕도 가운데 2폭을 도난당한 옥천사는 프랑스의 한 소장자가 갖고 있던 시왕도 제2초강대왕도(第二初江大王圖)를 지난 2016년 9월 환수했다. 시왕도 8폭은 명부전 내 지장보살도와 함께 2010년 보물 제1693호로 지정될 만큼 보존가치가 높은 불화로 손꼽히고 있다. 특히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의 일부가 환수된 것은 제2초강대왕도가 첫 사례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울러 5기의 나한상도 잇따라 환수했다. 옥천사는 16나한상을 소장했지만 지난 1988년 그 가운데 7기를 도난당했다. 2014년부터 경매 낙찰과 개인 기증 등을 통해 제3 가낙가발리타사 존자 등 5기의 나한상을 잇따라 환수하는 성과를 발휘했다. 하지만 옥천사의 문화재 환수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현재까지 행방을 찾진 못했지만 제1 빈도라발타라사 존자와 제5 낙거라 존자 등 나한상과 삼장보살도, 영산회상도 등 4기를 환수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특히 옥천사는 6월30일까지 경내 성보박물관에서 영남 일대 도난 성보 환수기념 특별전인 ‘만행, 돌아온 성보展’을 열고 있다. 옥천사는 물론 동화사와 불영사 등 영남지역 사찰에서 환수한 성보문화재를 한 눈에 관람할 수 있는 이번 특별전은 아직도 만행 중인 성보가 환지본처(還至本處)하길 바라는 사부대중의 간절한 염원을 담아내기 위해 마련됐다.

옥천사는 관광사찰, 기도사찰에 머물지 않고 지역민과 함께 하는 부처님 도량으로 변모하고 있다. 옥천사는 그 변화의 중심활동으로 ‘신도교육’을 선택했다. 지난해 1월 옥천사 주지로 부임한 뒤 신도들과 소통하며 공감대를 형성해 온 원각스님은 지난 7일 1년과정의 ‘옥천사불교대학’을 처음으로 개설했다. 

첫 해인 만큼 신도조직의 안정화를 위해 별도의 외부 홍보활동 없이 기존 신도를 대상으로 불교대학을 개설했다. 30명 정원을 일찍이 초과할 만큼 부처님 법을 배우고자 하는 신도들의 배움의 열기는 뜨거웠다. 인구 5만3000여 명의 고성군 관내에는 종단 등록 불교대학이 없고 그동안 신행활동도 기도와 제사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불교대학 주간반은 매주 수요일 오후1시 옥천사 템플스테이수행관에서, 야간반은 매주 수요일 오후7시 고성읍 동외리에 위치한 옥천사 포교당인 보광사에서 수업을 진행한다. 강의는 동국대 불교대학과 실상사 화엄학림을 졸업한 옥천사 주지 원각스님이 직접 맡고, 옥천사 성보박물관장 원명스님과 외부 인사를 초청해 특강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깊이 있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자 하는 신도들을 위해 내년에는 경전반을 개설하고 외부 전문가를 강사로 초빙할 예정이다. 조계종 신도전문교육기관으로 정식 인가를 받기 위한 절차도 연내에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차량으로 15분 거리에 진주혁신도시가 위치해 있는 만큼 내년부터는 불교대학 홍보 등 본격적인 포교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고성군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교통편이 불편해 진주와 창원, 마산 등지에 비해 신도비율이 상대적으로 적은 고성지역에 대한 포교도 함께 강화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불교대학 야간반을 옥천사 고성포교당 보광사에 개설한 것도 고성군민 포교를 위한 행보 가운데 하나다.

옥천사는 불교대학을 통해 신도역량을 강화한 뒤 지역사회와 함께 길을 걷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치겠다고 서원했다. 우선 산내암자인 청련암이 설립 운영하는 아동복지시설 보리수동산이나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지역사회에서 자원봉사 등을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현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불교대학을 통해 신심과 역량을 강화한 뒤에는 신도들도 사찰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옥천사 운영 시스템의 변화시켜 나간다는 방침이다.

지역 학생을 위한 장학금 지원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옥천사 인근 학교 졸업식 때 장학금을 지원한데 이어 오는 5월 부처님오신날에는 장학생 수를 대폭 확대한다. 방생 때 신도들의 보시금이 다시 지역사회를 위한 자리이타행이 되는 선순환구조를 만들겠다는 뜻을 신도들에게 전했고 신도들도 스님의 취지에 흔쾌히 따르겠다고 의기투합했다.

지역사회와의 소통을 강화해 신뢰관계를 형성한 뒤에는 지역민에게 실제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도 모색하고 있다. 고성군은 주산업이 농업인 만큼 옥천사 앞 임시장터를 열어 농산물을 판매하도록 하거나 대형사찰과 연계해 판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의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옥천사 문화체험행사

옥천사는 성보박물관을 활용한 문화체험행사와 템플스테이가 강점이다. 옥천사 성보박물관은 보물 제495호 옥천사청동북과 보물 제1693호 지장시왕도 등 국가지정문화재 2건 11점을 비롯해 도지정문화재, 비지정문화재 등 10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는 문화재의 보고(寶庫)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분기별로 인근 학교 전교생을 초청해 폐기와에 그림을 그려 넣거나 소원등을 만들어 보는 등 다양한 문화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일반인은 물론 템플스테이 동참자도 참여가능하다.

충분한 휴식을 통한 재충전의 기회를 얻고 싶다면 옥천사 템플스테이가 제격이다. 스님과의 차담 등을 통한 대화 시간도 충분히 제공하고 있다. 옥천사 경내에는 6개월 후에 편지를 받아볼 수 있는 ‘느린 우체통’도 설치돼 있어 누구나 편지를 띄울 수 있다. 연내에 요사채와 후원 등으로 활용할 건물 불사가 회향해 보다 쾌적한 환경속에서 템플스테이를 즐길 수 있을 전망이다.

옥천사 템플스테이

“불법 배운 뒤엔 꼭 실천해야”

■ 옥천사 주지 원각스님

옥천사 주지 원각스님

“그동안 관광사찰로서의 옥천사가 강조됐었다면 이제는 재적사찰로서, 신행공간으로서의 옥천사에 방점을 두고 사찰을 운영해 나갈 것입니다.” 지난 5일 만난 옥천사 주지 원각스님은 이같이 강조했다.

실상사 화엄학림 출신으로서 5년간 실상사에서 머물면서 지역민과 함께하는 새로운 사찰모델을 지켜본 원각스님은 앞으로는 지역사회, 지역민과 함께 하지 않고서는 사찰의 미래 또한 어둡다는 신념을 갖게 됐다.

이를 위해 원각스님은 먼저 신도조직의 안정화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불교대학을 통한 심신 깊고 역량 있는 진성불자를 양성한 뒤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봉사활동을 적극적으로 실천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사부대중공동체인 만큼 사찰 운영에 있어서도 신도들과 함께 하는 사찰운영시스템을 구축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건물불사는 재원만 있다면 그냥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사찰 신도조직의 안정화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불교대학을 운영하고 자원봉사 등으로 대사회활동 강화해 나가려고 합니다. 이처럼 지역사회와 더불어 살기 위한 사찰이 되기 위해선 신도조직이 탄탄하게 짜여져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지요. 임기동안 신도조직의 안정화에 최대한 역점을 두고자 합니다.”

농촌지역의 산중사찰인 옥천사에게도 또 다시 중흥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찾아왔다. 옥천사에서 차량으로 15분 거리에 진주혁신도시가 들어선 것이다. 기존 신도들을 대상으로 불교대학을 운영하고 신도조직을 안정화시킨 뒤 내년부터는 진주혁신도시에 대한 적극적인 포교활동을 추진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고성지역민과의 소통 강화와 공감대 형성을 구축한 뒤 농산물 판로 개척 등 지역사회에 이바지함으로써 지역 내 옥천사의 위상을 강화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산중사찰로 머물고 있지 않고 신도들과 더불어 살아가며 지역사회와도 소통하고 화합할 수 있는 옥천사가 되도록 옥천사 사부대중 모두와 함께 정진해 나가고자 합니다. 불교대학 운영이 그 시작이라고 봅니다. 옥천사, 더 나아가 한국불교를 위해 성보박물관과 템플스테이 등 옥천사가 갖고 있는 강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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