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출가열반절의 현대적 의미와 실천

조계종 포교원 포교부장 가섭스님

출가열반의 의미는 
세속과의 거리로만
측정하거나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항상 마음 가운데
중생에 대한 연민으로
가득 채워가는 것이
출가열반이다

요즘 남쪽 들녘에서 봄꽃소식이 한창이다. 겨우내 두터운 옷고름을 풀어 상쾌한 산바람에 몸을 맡기고 싶은 계절이다. 매년 이맘때쯤 절집은 부처님 출가일(음력 2월8일)와 열반일(음력 2월15일)을 환희한 마음으로 봉행한다. 수행정진기간으로 정하여 자신을 돌아보고 신심을 견고히 한다. 

출가가 새로운 시작이라면 열반은 영원한 성취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선택이 출가라면, 열반은 그 선택으로 얻을 수 있는 더없는 행복이다. 서원을 세워 자신과의 약속을 실천하는 길이 출가라면, 출가서원 실천대로 이룩하는 장엄세계가 열반이다.

싯다르타 태자가 출가를 결심한 순간을 떠올려보라. 오직 중생 연민으로 가슴 뜨거웠던 위대한 결정이다. 욕망으로 치닫는 혼돈의 생명들을 위해 얽혀있는 인연들을 담대하게 뒤로하고 모든 치장과 허울을 벗어던진다. 출가의 길만이 모든 중생들을 온전한 행복하게 이끌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한다. 그리고 그 길을 간다. 

<숫타니파타>의 “나는 쾌락에 대한 욕망을 뒤로하고 출가하였다. 나는 쾌락의 비참함을 보았다. 그리고 출가에서 평화를 보았다. 나는 정진하려한다. 내 마음을 기쁨으로 가득하다”라는 말씀에서 부처님의 간절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엿볼 수 있다.
출가는 자신을 변화시키는 다짐이다.

현재의 불편하고 불필요한 환경을 바꿔나가는 용기다. 부처님은 생명을 가진 모든 이들의 안락을 위해 자신이 갖추고 있던 부와 명예뿐만 아니라 모든 인연을 내려놓는다. 그래서 부처님의 출가는 ‘위대한 포기’라 한다. 세속적 가치를 과감하게 버리고 자기를 변화시켜 고통에서 헤매는 뭇 중생에게 참다운 인생의 길을 일러주신 것이다. 부처님은 출가 그 순간부터 삶과 마음 그리고 세상을 비춰본다. 반추(反芻)와 반조(返照)의 연속이었던 수행은 해탈의 기쁨을 얻는다. 

나를 통해 내 삶에서 내 마음으로 내가 살고 있는 세상으로 봐야한다. 그리고 그렇게 얻어진 밝고 맑은 그리고 따뜻하고 고요한 마음으로 이웃과 함께 더불어 가는 길이 출가열반의 길이다. 출가열반의 의미는 세속과의 물리적 거리로만 측정하거나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항상 마음 가운데 중생(衆生)에 대한 연민으로 가득 채워가는 것이 출가열반이다. 

겉치레나 겉치장이 아닌 지금 이 순간 나의 삶과 마음에 들어와 있는 가장 가까운 인연과 함께하는 것,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웃을 향한 나의 말씨와 행동거지 그리고 맘씨를 비춰보는 것이 진정한 출가이며 열반의 성취다.

출가가 새로운 시작이라면 열반은 완성이다. <잡아함경> 권18에서 부처님은 “열반이란 탐욕이 영원히 다하고 화냄과 분노가 다하고 어리석은 어둠이 다한 것이니, 일체의 번뇌가 다한 것을 열반이라 이름 한다”라고 설한다. 내 삶의 고통을 여의고 장애를 해결하는 것이 출가라면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 즐거움을 얻어 함께하는 것이 열반이다. 새로운 변화의 길을 목표로 세우고 실천하는 것이 출가라면 목표를 실천하며 완성된 결과를 누리는 것이 열반이다.

불편한 마음의 속박에서 완전히 벗어나 마치 타오르는 불꽃의 커짐처럼 그렇게 흔적을 남기지 않는 상태가 열반이다. 하지만 밀물 같은 번뇌와 썰물 같은 공허함의 무한반복인 삶의 현실에서 쉽게 이루기 힘든 경지다. 끝임 없이 밀려오는 삶의 번민들은 그리 쉽게 정리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에겐 매 순간 부처님의 출가정신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길이 열반성취의 길임을 굳게 믿고 실천해야 한다.

우리는 부처님의 성품을 담고 있다. 지금 여기서, 출가정신으로 깨어나 지혜와 자비 그리고 평화를 드러내 니르바나의 길로 가자. “이제 감로의 문은 열렸다. 귀 있는 자는 들으라. 낡은 믿음은 떨쳐 버리고”라는 부처님의 말씀처럼. 삶을 맑고 밝게 마음을 따뜻하게 세상을 평온하게 하는 굳건한 믿음으로 시대정신을 구현해야 한다. 중생을 외면한 출가열반은 없다. 그것이 우리시대 출가열반의 진정한 의미이며 ‘신행혁신 붓다로 살자’를 실천해 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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