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를 전역한 후 다시 군법당을 찾아 준 장병들과 기념촬영.

부처님의 가르침처럼 만나면 헤어짐이 있는 것은 만물의 진리이지만, 아직 깨달음을 얻지 못한 뭇 중생들에게 이별은 항상 애달프고 괴롭다. 그런데 그렇게 슬프디 슬픈 세상의 이별 중에도, 아주 아름답고 황홀한 이별이 존재한다. 바로 군대 ‘전역’이라는 이별이다.

통상 전역은 ‘제대한다’라고 이야기를 한다. 군 복무를 모두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뜻한다. 필자 역시 약 8년여의 군승법사 생활을 하며, 수많은 장병들의 전역이라는 이별을 맞이했다. 전역하는 장병들을 볼 때마다 남은 자의 입장으로서는 전역으로 인해 헤어짐이 아쉽고, 약간의 여운이 남기도 한다. 특히나 함께 동고동락하던 군종병(종교와 관련한 업무를 보는 병사)이 전역할 때에는 매우 섭섭하고 서글프다. 하지만 정작 전역하는 당사자들은 정말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표정으로 이별의 인사를 나눈다.

그럴 때마다 조금 서운하긴 하나 그들의 복합적인 해방감을 알기에 그것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라 명명하기로 한다. 수많은 아름다운 이별을 경험했지만 그 중에서 잊히지 않는 일이 있었다. 바로 지난 2015년 충북의 모 부대에서 근무하던 시절의 일이다. 지금 생각해도 잊지 못할 일이다. 당시 군법당에서 함께 지내던 불교 군종병이, 부처님오신날 바로 전날에 전역을 하게 됐다. 진즉 날짜를 따져보며 곧 전역을 한다고 들떠 있는 모습을 보았던터라, 마지막으로 함께 부대 밖에서 저녁공양도 하고 자연스럽게 그동안의 나누지 못했던 깊은 이야기도 나누게 됐다.

그런데 공양을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그 군종병이 뜻밖의 이야기를 꺼냈다. 아무리 생각해도 부처님오신날 행사를 마치고 전역해야 할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 군종병으로서 부처님오신날 행사 다음 날, 정리까지 다 마치고 전역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전역을 이틀이나 미루게 되는지라, 충동적으로 결정하지 말고 잘 생각해보라 이야기했다. 하지만 군종병의 결심은 확고했다. 오히려 정말 많이 생각해 보았다면서 그래야 더 기쁜 마음으로 전역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 이야기를 듣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럴 수가.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 ‘행복한 이별’을 스스로 미룬다니….’ 군필자들은 공감하겠지만, 일반 병사가 자신의 의지로 전역일을 미루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결정이다. 그렇게 그 친구는 정식으로 전역 연기를 신청했고, 마지막까지 열심히 일하고 부처님오신날 다음날 무사히 전역하게 됐다. 필자 역시 그 군종병에게 투박하지만 진심을 다해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그 친구는 모든 임무를 마친 뒤, 뒤돌아서 집으로 향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그날 그 친구의 그 결정이,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던 ‘무주상보시’, 즉 바라는 것 없이 베푼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매주 법회에 참석하고, 매일 군법당의 일을 도맡아 하면서 자연스레 자비심과 신심이 더해졌으리라. 지금도 연락하며 지내는 그 친구는 여전히 불자로서 봉사하며 베풀고 살아가는 듯 보인다.

이처럼 군에서의 포교는 청년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해 신심있고 자비로운 불자를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한다. 점점 청년 불자가 찾아보기 힘들어지는 오늘 날, 가장 가까이에서 청년들과 소통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할 수 있는 군불교에 종사하고 있다는 보람을 느낀다. 부처님오신날이 다가오면서 다시금 그 군종병의 얼굴이 떠오른다.

[불교신문3378호/2018년3월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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