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는 것만으로도 신심나게 하다

석가모니 비로자나 도사 등
중생 근기에 맞는 이름으로
신심 일으키는 환경 만들어 

두 번째 설법장소인 보광명전에서 설해지는 6품은 부처님을 향한 믿음을 열 가지로 정리해서 중생이 부처가 되는 길을 열어 보이고 있다. 부처님을 향한 십신(十信)은 중생들이 그냥 일으키는 것이 아니다. 부처님에 대한 감동 없이 믿음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중생을 교화하는 지혜와 자비의 모든 덕성인 부처님의 능력을 보여주고 중생 스스로 신심을 일으키게 해야 한다. 

무엇이 십신인가. 부처님을 향한 예경의 마음인 신심(信心), 부처님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염심(念心),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가려는 노력인 정진심(精進心), 지혜의 길에 대해 아는 혜심(慧心), 불신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법을 아는 정심(定心), 물러나지 않는 믿음으로 전진할 줄 아는 불퇴심(不退心), 정법을 지키려는 호법심(護法心), 불자로서의 삶의 방향을 알고 실천하는 회향심(廻向心), 청정한 삶을 위한 행동 방법을 아는 계심(戒心), 불자로서 무엇을 발원해야 하는지 아는 원심(願心)이다. 이 십신이 원만이 구족될 때 다음 단계인 십주(十住)의 처음인 발심주(發心住)가 되므로 <화엄경>에선 십신을 명시하지 않았다. 즉 십주의 발심주가 바로 십신이다. 중생이 부처가 되는 과정인 52계위의 첫 발자국은 이렇게 시작된다.

화엄경 전체에서 7품인 여래명호품(如來名號品)은 우리에게 부처님의 정체성(identity)을 알려주며 우주 가득히 언제나 부처님이 우리와 함께 하고 계신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 ‘나가’의 청을 받아 보광명전에 이른 부처님은 십 불찰 미진수의 많은 보살들과 함께 계셨는데 이들은 모두 다음 생에는 곧바로 부처가 된다는 일생보처의 자격을 갖춘 이들이었다.

이들이 부처님 앞에서 세존께 연민의 마음으로 우리가 부처님과 불국토에 관한 모든 것을 궁금해 하는 것을 알고 다 답해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모두 약속이나 한 듯이 사유에 들어 마음속으로 40가지의 질문을 부처님께 은근하게 전했다. 

먼저 ‘부처님의 모든 능력’인 정보(正報)와 ‘부처님의 환경적 세계’인 의보(依報) 대한 10개의 질문을 한 것이다. 바로 부처님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이며 불교의 존재이유에 관한 질문이다. 부처님께 설법을 청하는 이유는 답을 통해 질문자에게도 물론 시원한 이익도 있지만 사실은 일체중생에게 부처님의 답을 들려줌으로써 깨닫게 하려는 자리이타의 마음이 있다. 뒤이어 보살의 수행법인 ‘불과의 원인’ 10개를 질문함으로써 미래의 우리들에게 불교를 믿고 공부하고 수행하며 깨달아 불교를 전법해야하는 의미를 묻고, 보살이 수행하여 불과(佛果)를 이루었을 때 나타나는 ‘부처님의 덕’에 관한 10개의 질문과 ‘부처님의 체성’에 관한 10개의 질문을 순식간에 물었다. 이 40개 질문의 답이 펼쳐진 세계가 바로 화엄경이다. 

부처님은 질문을 받고 신통으로 무수한 우주법계에 가득히 광명을 놓으셨다, 그 광명이 도달하는 별세계에서 반짝반짝 빛이 오더니 보살이 등장했다. “제가 온 곳은 ‘금색세계’! 우리 부처님은 ‘부동지부처님’, 저는 이번 사절단 대표인 ‘문수’랍니다”라고 말하며 순식간에 부처님 곁으로 와서 자기가 온 동쪽방향에 연꽃의자를 신통으로 만들고 앉았다. 아! 그러니까, 부처님이 우주법계로 쏘아올린 광명은 티끌같이 많은 별세계로 보낸 초청장이었던 것이다. 그 뒤로 사천하 모든 곳에서 사절단보살들이 구름같이 모여와 각각 연꽃자리를 만들고 그 곳에 차례로 앉았다.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은 신기로운 현상을 보며 우리도 부처님처럼 수행해 저 분들처럼 되어야겠다는 생각했다.

궁금한 것은 부처님들의 이름이 소개될 때 10가지 명호로 말하는 것이다. 설법자 문수보살은 우주 깊숙이 다양한 세계에 다양한 중생들을 위하여 안성맞춤으로 설법하기 위해서이며, 중생들이 자신들의 근기와 안목대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배울 수 있게 하기 위한 교육환경의 다양성이었다고 말한다.

“여래가 사바세계에 불리는 이름이 싯다르타를 뜻하는 ‘일체의성’, 지혜가 보름달처럼 원만하여 ‘원만월’, 분명하고 확실한 설법인 ‘사자후’, 모든 일에 능통하고 어지시니‘석가모니’. 과거칠불을 나타내는 ‘제칠선’, 청정법신 ‘비로자나’, 석가족인 ‘구담씨’, 악을 멈추어 ‘대사문’, 최고의 성인 ‘최승’, 중생을 고난에서 건져주는 ‘도사’이시니라. 그 이름이 많고 많은 것은 중생들이 제각기 자기 근기대로 알고 보게 하기 위함이니라.”

[불교신문3378호/2018년3월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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