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입김을 불어 유리창을 닦아 내면
새 한 마리 날아가며 하늘빛을 닦아 낸다
내일은 목련꽃 찾아와 구름빛도 닦으리.

-정완영 시 ‘초봄’에서


유리창은 마음의 창(窓)이다. 내가 내 마음을 깨끗하게 닦아 투명한 창을 얻게 되면 세상에 봄빛이 온 줄을 먼저 알게 된다. 봄기운이 완연하여 새가 날고, 그 새의 비행으로 인해 우리는 높고 너른 하늘빛을 우러르게도 될 것이다. 또 목련꽃이 피어서, 부드럽고 고운 흰 빛깔의 꽃잎들이 피어서 공중에 정토와 같은 궁전을 올린 것을 보게도 될 것이다. 봄바람이 불고, 어느덧 생명들이 일을 시작한다. 흙과 물과 허공과 어둠으로부터 생명들이 눈 뜨고, 일어서고, 뻗어 나온다. 새로이 돋고 잉태한 풋풋한 생명이라면 더욱 더 신비롭다. 그러므로 우리도 새봄에는, 초봄에는 생명의 잉태와 생명의 발심과 생명의 분발을 돕자. 그리고 스스로 푸른 생기를 되찾자. 백수(白水) 정완영 선생님께서 “동네서/ 젤 작은 집/ 분이네 오막살이// 동네서/ 젤 큰 나무/ 분이네 살구나무// 밤 사이/ 활짝 펴 올라/ 대궐보다 덩그렇다”라고 쓰신 ‘분이네 살구나무’도 함께 읽는 봄날이다.    

[불교신문3378호/2018년3월24일자] 

문태준 시인·불교방송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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