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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바람 분다, 돌풍 넘어 열풍이다

기사승인 2018.03.27  19: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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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상이 각광받는 이유

명상이 집중력을 높이고 불안과 같은 스트레스 요인은 낮추며 집중력과 창의력은 높여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제는 정신상담 분야를 넘어 의학, 경영 등 다양한 영역에서 명상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사진은 조계종 포교원이 주최한 명상 프로그램에 참가한 청소년들. 불교신문 자료사진.

‘명상훈련’ ‘명상래퍼’ 등
스포츠, 힙합씬에서 열풍

성적, 인사고과 시달리는
‘피로사회’ 일수록 각광

일상 호흡 명상만으로도
마음 불안 두려움 벗어나

# 꿀벌을 연상시키는 노란 줄무늬 셔츠를 입은 소년이 무대에 오른다. 부스스한 헤어스타일을 하고 머리를 긁적이던 소년의 모습은 어리버리 그 자체. 잠시 후 이 고등학생 입에서 속사포 랩이 쏟아진다. 귓가를 때려 박는 랩, 그루브 넘치는 리듬감, 그러나 정작 환호는 10대가 썼다고 믿기지 않을 만큼 신선하고 철학적인 가사에서 터져 나왔다.

“생이란 이 얼마나 허무하며 아름다운가. 왜 우린 존재 자체로 행복할 수 없는가. 우리는 어디서 와 어디로 가는 중인가.” Mnet TV 프로그램 ‘고등래퍼2’에서 ‘명상 래퍼’ ‘명상 스웨그’로 한국 힙합씬 사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10대 소년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랩 잘하는 비결로 ‘명상’을 꼽으며 “자신의 관찰자가 되어보라”는 이 소년, 김하온을 보며 사회자 MC 넉살은 “명상하세요”라며 ‘명상의 위대함’을 역설한다.

# 지난 12일 제16교구본사 고운사에 뜻밖의 손님이 찾아왔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일약 ‘국민 스타’로 떠오른 여자 컬링대표팀이 절집을 찾은 것. 올림픽 이후 연일 쏟아지는 관심을 뒤로 하고 이 스포츠 스타들이 사찰을 찾은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답은 ‘명상’에 있었다.

김경두 전 대한컬링연맹 부회장은 고운사 방문 당시 “2014년 소치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했을 당시 선수들이 컬링을 그만둘 생각까지 했었다”며 “명상으로 마음을 다잡고 이후 꾸준히 정신 훈련을 해왔다”고 했다. 불자인 김민정 감독과 김은정 선수와 달리 다른 선수들은 다른 종교를 갖고 있지만 ‘명상’ 앞에서는 한 팀이나 마찬가지였다고. 세계적 강호들 사이에서도 기죽지 않고 ‘팀 킴’으로 흔들림 없이 차분히 마음을 다잡고 경기에 임할 수 있던 데는 ‘명상’이라는 배경이 자리하고 있었던 셈이다.

'명상 래퍼'로 화제가 되고 있는 김하온 군(사진 가운데).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컬링 열풍을 일으킨 여자컬링대표팀이 지난 12일 고운사를 찾아 참선 실참을 선보이고 있다.

스포츠, 힙합 뿐 아니다. 수십년 간 계속된 과학적 연구 결과, 명상이 집중력을 높이고 불안과 같은 스트레스 요인은 낮추며 집중력과 창의력은 높여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제는 정신상담 분야를 넘어 의학, 경영 등 다양한 영역에서 명상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세계적 기업 구글은 ‘내면 검색’이라는 사내 명상 프로그램을 도입한 지 오래고 국내 굴지의 기업 삼성 등 유수의 기업들은 이미 직원을 대상으로 한 명상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손만 뻗으면 무엇이든 얻을 수 있는 풍요로운 현대사회, 내면을 채우는 것이 아닌 비우는 ‘명상’이 국경과 민족, 인종을 초월해 심리치료와 훈련, 취미 등으로 각광받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카이스트와 플라톤 아카데미가 설립한 명상과학연구소 소장 미산스님은 명상 열풍의 원인은 ‘에너지 회복 기능’에서 찾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과도한 노동과 경쟁에 시달리는 ‘피로사회’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일수록 자꾸 뭔가를 이뤄야하고 채워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좋은 성적, 각종 스펙, 높은 인사고과 등을 위해 하루 24시간을 분초 단위로 쪼개 쓰면 쓸수록 몸과 마음의 에너지는 소진되고, 이는 심리적 육체적 고갈 상태로 이어진다.

미산스님은 “빠르게 변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일수록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놓쳐버리거나 잠시도 쉬지 않고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게 된다”며 “명상은 이러한 영혼의 훼손 상태를 명료히 알아차림으로써 몸과 마음을 본연의 상태로 돌아가게 만든다”고 말했다. “내면을 비우면 비울수록 그 자리에 고갈된 에너지가 다시 채워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살률, 행복지수 같은 통계를 굳이 들이대지 않아도 한국 사회엔 긴장이 넘친다. 각종 스트레스로 인해 모든 일에 무기력을 느끼는 ‘번아웃증후군’ 등은 이미 누구나 한번쯤 겪어본 일이 됐다.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벨(Work-and-life Balance)’,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하는 '소확행' 등 요즘 유행하는 신조어는 거창한 일보다 매일 매일의 일상에서 작은 행복을 느끼려는 현대인의 욕구를 반영한다. 명상의 힘은 이 ‘마음의 평온’과 ‘작은 행복’을 찾는 찾아내는 데 있다.

한국명상심리상담학회장 인경스님은 누구나 어디서든 할 수 있는 수행법으로 일상 속 명상을 강조한다. 인경스님은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명상을 할 수 있다”며 “슬픔이나 분노가 느껴지는 그 순간을 알아차리고 호흡을 가다듬고 대상에 집중하면 할수록 그 실체를 마주할 수 있게 되고, 그러다 보면 저절로 부정적 감정이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이 같은 욕구에 기반해 수많은 명상법과 호흡법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 명상 수행법은 바로 ‘마음챙김에 근거한 스트레스 완화 프로그램(MBSR·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 즉 마음챙김 명상이다. 미국 매사추세츠주립대 의대 교수 존 카밧진 박사가 1979년에 도입한 이 명상은 남방불교 위빠사나 명상과 요가 등 다양한 수행법이 녹아 있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분자생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던 존 카밧진 박사는 1974년 숭산 스님을 만난 후, ‘용맹정진’ 모임에 참여하며 선불교를 배우기도 했다.

애플 창립자 고(故) 스티븐 잡스는 이 마음챙김 명상을 몸소 경험한 소감을 다음과 같이 밝힌 바 있다. "마음을 관찰하다 보면 마음이 고요해지고, 마음에 더 미묘한 것들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그때 바로 직관이 피어나기 시작하고, 더 명료하게 사물을 보게 되며, 더 현재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머릿속에 지식과 생각이 가득하다고 해서 창의력이 샘솟거나 일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두는 것만은 아니다. 아침과 저녁, 하루 5분이라도 온전히 내가 숨을 잘 쉬고 있는지 들여다보자. 불과 몇 초 혹은 몇 십초 호흡이 마음의 불안과 두려움에서 탈출하는 열쇠가 돼 줄 것이다.

이경민 기자 kylee@ibulgyo.com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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