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김소월 시 ‘산유화’에서

이 시는 1924년에 발표된 김소월 시인의 대표작이다. 산에는 끊임없이 꽃이 피고 지고, 그 꽃이 좋아 작은 새는 산에 함께 산다. 생명존재의 생멸하는 실상과 순환적 질서를 멋지게 보여준다.   

‘저만치’는 시적 화자와 꽃과의 심리적 거리를 드러낸다. 이 거리는 꽃의 탈속으로 인해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그리하여 이 홀로 있음에는 깊은 고요가 깃들어 있다. 또한 탈속의 공간으로서의 청산에서는 꽃과 새가 함께 공존한다. 생명세계의 조화로운 살림을 엿볼 수 있다. 이 시에서도 소월은 특유의 리듬감을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도 생소하지 않은 쉬운 기층말의 사용으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살려내고 있다.  

[불교신문3386호/2018년4월21일자] 

문태준 시인·불교방송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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