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컷

양경수 지음/ 위즈덤하우스

예명 ‘그림왕양치기’로 활동
현대미술작가의 그림에세이

은행원에서 택배기사까지
다양한 직업군 애환 담아

“우리의 아주 작은 이해가
누군가에겐 큰 힘 될 것“

불교웹툰’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양경수 작가가 최근 다양한 직업군의 깊숙한 애환을 담은 그림에세이 <잡다한컷>을 펴냈다. 사진은 회사원의 고충을 표현한 그림 ‘일하사업무탑’.

부처님의 일생을 여덟 단계로 나누어 그린 불화인 팔상도(八相圖)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카툰 전시회를 유럽에서 열어 호평을 얻은 양경수 작가. ‘불교웹툰’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며 불교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그가 최근 사회 곳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다양한 직업군의 깊숙한 애환을 담은 그림에세이 <잡다한컷>을 최근 출간해 눈길을 끌고 있다.

양 작가는 ‘그림왕 양치기(梁治己, 나를 다스린다)’라는 예명으로 SNS에서 직장인, 대학생, 아기엄마들에게 폭풍 공감을 끌어내는 재치 있는 그림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2016년 출간 세 달 만에 6쇄를 펴낸 <실어증입니다, 일하기 싫어증>과 네이버 웹툰 ‘잡다한컷’을 통해 직장인의 피 말리는 하루하루를 통쾌한 한 컷으로 담아내 회사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 책은 복지 없는 사회복지사, 은행 갈 시간 없는 은행원, 병가 못 쓰는 간호사, 기쁨 주고 슬픔 받는 택배기사, 영웅 이전에 사람 소방관 등 다양한 직종 사람들의 그야말로 ‘웃프다’ 못해 아픈 애환을 그렸던 웹툰에서는 미처 그리지 못했던 그들의 속내와 자신이 독자들과 함께 이해하고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더 깊게 담아냈다. 양 작가는 “전작 출간 후 많은 회사원들에게 공감 어린 메시지를 받으며, 고마운 마음이 드는 한편 ‘도대체 얼마나 힘들게 하루하루 버티며 살고 있기에 이렇게나 많은 공감을 보이는 걸까’ 하는 생각에 씁쓸함을 느끼기도 했다”면서 “이에 다른 직업군의 삶에는 또 어떤 애환이 있을지, 그 애환을 함께 들여다보고 이해하고 싶은 마음에 네이버 웹툰 연재를 시작했다”고 소회를 전했다.

책 제목 ‘잡(JOB)’과 ‘다(多)’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는 올해 2월 기준, 2600만 여명이 각자의 생업전선에서 일을 하고 있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다양한 직종에서 돈벌이를 하고 있다는 것인데, 그들의 행복지수는 얼마나 될까? 안타깝게도 57개국 중 우리나라는 49위다. 게다가 한 취업포털 사이트에서 조사한 결과 직장인 2명 가운데 1명은 자신의 직업에 대해 ‘천하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그 이유로 낮은 연봉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이어 낮은 사회적 지위, 불안한 고용, 불균형한 삶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다니는 직장이 오히려 숨통을 조여오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 앞에 이 책은 우리에게 “어떻게 하면 좀 더 인간다운 삶, 좀 더 숨통 트이는 삶을 살 수 있을까?”라고 화두를 던진다. 그리고 양 작가는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직업을 갖고 열심히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그 안에서 서로의 직업에 대한 이해가 조금이라도 생긴다면 짜증과 스트레스는 꽤 많이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라고 자신만의 해법을 제시한다. 실제 그는 ‘잡다한컷’을 연재하며 인터뷰에 응했던 한 승무원이 “한 승객분이 기내식 그냥 남는 거 달라고 하시더라고요. ‘잡다한컷’에서 봤다면서…”라는 경험을 전했다고 한다. 그의 연재를 통해 승무원들의 고충을 이해하며 건넨 승객의 말 한마디가 비행하는 내내 큰 힘이 됐다는 것이다. 때문에 양 작가는 “우리의 아주 작은 이해가 누군가에게는 전쟁터 같기만 한 직장생활을 버티게 해주는 힘이 되기도 한다”면서 “이 책을 통해 일 때문에 아프고, 사람 때문에 더 아픈 이들의 애환을 따뜻한 시선으로 한번 들여다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단청장인 아버지와 불화가인 어머니 아래서 예술적 재능을 물려받은 양 작가는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2011년 일러스트 작가로 변신했다. 2014년 만화로 불교를 전하는 ‘만만한 뉴스’ 창립 멤버로도 활동한 그는 2015년 불교박람회에서 우수콘텐츠상’을 수상했으며, 2016년 네덜란드 국립 세계문화박물관의 초청으로 카툰전 ‘위대한 붓다’를 여는 등 불교계 안팎의 활동을 왕성한 활동을 이어왔다. 또한 젊은 작가답게 대중음악에도 관심이 많아 힙합래퍼 ‘MC스나이퍼’의 뮤직비디오 미술감독을 맡았고, 힙합듀오 ‘배치기’의 음반재킷 디자인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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