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과 소통으로 향기로운 세상을 꿈꾸는 도량

안성 칠장사는 ‘나눔과 소통으로 향기로운 세상’을 모토로 지역 사회를 위한 활발한 나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칠장사 어사 박문수 전국 백일장에 참가한 청소년들이 글을 작성하는 모습.

신라 7세기 중엽인 636년
자장율사 창건한 천년고찰
혜소국사, 임꺽정, 박문수 등
다양한 이야기 전해지고 있어

나소향 문화예술 대축제
박문수 전국 백일장 통해
활발한 나눔 사업 펼치며
지역 사회, 주민들과 동행

고려 초 고승인 혜소국사와 의적 임꺽정, 어사 박문수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쉽게 공통점을 찾기 어려운 인물들이지만 의외로 답은 간단하다. 바로 천년고찰 안성 칠장사와 인연이 있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안성 칠장사는 신라 7세기 중엽인 636년(선덕여왕 5)에 자장율사가 창건한 사찰이다. 유서깊은 사찰인 만큼 칠장사에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전해지고 있다.

고려 초 고승으로 자비 실천에 앞장서 온 혜소국사는 칠장사 중흥을 이끌었다. 1014년 혜소국사는 왕명으로 칠장사를 크게 중창했다. 혜소국사는 1044년 개성 광제사 문 앞에서 굶주린 민초들은 보살폈다. 보물 제488호인 칠장사 혜소국사비에는 “개성 광제사 문 앞에 솥을 걸어놓고 밥 짓고 국 끓여 굶주린 이들을 대접하는 데에 일천의 곳간을 비워도 좋다, 백 섬의 곡식을 베풀지라도 아끼지 않았다”는 구절이 전해지고 있다. 뿐만 아니다. 혜소국사는 칠장사에 주석하며 경내에 홍제관을 세워 수행은 물론 이웃과 소통하는 대중불교를 실천해왔다. 전국 곳곳에 무료급식소를 세워 가난으로 고통받는 백성들을 위해 자비를 베풀기도 했다.

의적 임꺽정의 이야기도 칠장사에 전해지고 있다. 병해대사는 칠장사에 머물며 백성들의 아픔을 어루만졌다. 임꺽정을 비롯한 백성들은 병해대사를 깊이 존경해 살아있는 부처로 모셨다. 병해대사가 입적하자 임꺽정은 정성스레 나무를 깎아 1560년 칠장사 극락전에 모셨다. 소위 ‘꺽정불’이다. 백성들의 근심과 걱정을 함께 나눴던 병해대사와 그를 향한 임꺽정의 존경심이 고스란히 담긴 꺽정불에 불공을 올리면 근심과 걱정이 모두 사라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며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칠장사 나소향 문화예술 대축제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이불 전달식.

암행어사로 유명한 박문수가 꿈속에서 본 시제로 장원급제했다는 ‘몽중등과시(夢中登科詩)’도 칠장사에 전해지는 유명한 이야기다. 과거시험에 두 차례 낙방한 박문수는 과거를 보기 위해 한양으로 향하던 중 칠장사 나한전에 기도를 올리고 하루를 머물렀다. 그리고 그날 밤 칠장사에서 꾼 꿈에 나온 시제가 그대로 과거에 나와 장원급제했다는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안성 칠장사가 유명한 것은 칠장사에 전해지는 다양한 이야기 때문만은 아니다. 민초들의 아픔을 보듬었던 혜소국사의 자비정신과 만인이 평등한 세상을 염원했던 임꺽정의 꿈은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나눔으로 이어지고 있다. 칠장사는 매년 활발한 나눔을 펼치고 있다.

지난 2007년 칠장사 주지로 부임한 지강스님은 ‘나눔과 소통으로 향기로운 세상(나․소․향)’을 모토로 지역민과 소통하며 지역 주민을 위한 나눔쌀 지원, 초등학생과 대학생 장학금 지원, 파라미타 및 청소년선도회 후원, 무료급식 등 활발한 나눔을 펼치고 있다. 지난 2011년부터는 북한이탈주민들의 정착을 돕는 시설인 하나원의 법당운영에 힘을 쏟으며 하나원을 퇴소해 사회로 나온 북한이탈주민들을 위해 이불과 생활필수품을 후원하는 일에도 힘을 쏟고 있다. 해마다 부처님오신날과 혜소국사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칠장사 나소향 문화예술 대축제’를 통해 신도들과 함께 십시일반으로 모은 성금을 지역사회를 위한 나눔으로 회향하고 있다.

혜소국사의 자비정신이 지역사회를 위한 나눔으로 이어지고 있다면 어사 박문수의 일화는 21세기 한국문학의 문재(文才)를 양성하기 위한 백일장으로 이어져 왔다. 지난 2009년 박문수의 몽중등과시를 모티브로 처음을 열린 ‘칠장사 어사 박문수 전국 백일장’은 청소년을 대상을 펼쳐지는 백일장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발전을 거듭해왔다. 지난 2017년까지 청소년 5000여 명이 넘는 인원이 대회에 참여했으며, 수상자 가운데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은 학생들은 심사위원단 추천으로 작가로 등단하는 기회가 주어지면서 대표적인 청소년 문학축제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칠장사는 앞으로 지역사회와 함께 행보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지역 주민들을 위한 의료 지원 등의 나눔을 계획하고 있다. 그동안 무료급식과 장학금 지원, 북한이탈주민 등을 위한 지원을 펼쳐온 만큼 앞으로 의료 지원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이를 위해 칠장사 주지 지강스님은 매달 신도들과 함께 무료급식, 대중공양, 의료지원 등 주제를 정해 업장소멸 기도를 봉행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하며 만들어 나갈 ‘나눔과 소통으로 향기로운 세상’이 곧 부처님 세상이라는 칠장사 주지 지강스님의 믿음 때문이다. 주지 지강스님은 “자기가 가진 것보다 더 많이 쓰려고 하면 늘 부족한 것이고, 자기 것을 아껴서, 조금이라도 나누면 여유로운 법”이라고 밝혔다.

“부처님 세상위한 나눔 이어나갈 것”
■ 칠장사 주지 지강스님

“꾸준히 나눔을 실천하는 비결이요? 바로 기도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도가 없이는 지속적으로 지역사회를 위한 나눔을 실천하고 나눔을 늘려나갈 수 있는 힘이 생기질 않습니다.”
안성 칠장사 주지 지강스님<사진>은 꾸준한 나눔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지난 2007년 칠장사 주지로 부임한 지강스님은 ‘나눔과 소통으로 향기로운 세상(나․소․향)’을 모토로 내걸고 묵묵하고 꾸준하게 지역사회를 위한 나눔을 펼쳐왔다. 꾸준한 나눔을 통해 처음에는 스님을 이상하게 보던 신도들도 이제는 ‘주지 스님이 후원을 또 하시는구나’라고 당연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그렇게 신도들도 자연스럽게 보시에 동참하게 됐다. 지강스님은 ‘나눔과 소통으로 향기로운 세상’이 곧 ‘부처님 세상’이라고 강조했다. 부처님 세상을 만들기 위한 나눔을 그칠 수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를 위해 스님은 무엇보다 ‘공심’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심은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자기 삶을 잘 사는 것, 부처님 말씀을 잘 실천하는 것, 오계를 잘 지키는 것입니다. 이는 칠장사에서 강조하고 있는 나․소․향 정신과도 일맥상통합니다. 나누는 것이 행복하니 계속해서 하는 것이고 행복하니 열심히 하게 되는 것입니다. 공심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지강스님은 스스로 ‘심부름꾼’을 자처했다. “나눔을 실천하는 일은 신도들의 몫”이라는 스님은 “신도들의 시주를 비롯해 여러 곳에서 십시일반 후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여러 곳에서 모인 정성과 후원을 대신해서 심부름하며 실천할 뿐”이라고 말했다. 지역사회보장협의체 회장 소임을 맡아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는 일에도 힘을 쏟고 있다. 안성시 15개 읍․면․동에 100만 원씩 넣은 통장을 개설해 전달하기도 했다. 누구나 자율적으로 통장에 기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앞으로 지강스님의 목표는 혜소국사의 자비 정신을 계승한 ‘혜소국사 나눔쉼터’를 운영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스님은 매월 한 차례 지역 중식당을 빌려 모든 이들을 대상으로 짜장면을 보시하고 있다. 도움을 받는 이들을 배려해 무료급식이라는 이름이 아닌 ‘나눔쉼터’라는 명칭을 사용할 계획이다. 지강스님은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의 정성을 함께 모아 무료급식소 역할을 하는 쉼터를 운영하고 싶다”며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누구나 함께 어울리며 이야기를 나누는 쉼터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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