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4·27 정상회담 이후 불교계

기대 모으는 남북협력 사업은
한반도 평화 기원 ‘합동법회’
신계사 건축물 진단 및 보수 

고려수도 개성 많은 사찰 창건
흥왕사지 왕륜사지 발굴 준비
서산대제 묘향산 봉행도 관심


역사적인 4·27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그동안 중단됐던 종단 차원의 남북 간 교류협력 사업도 활기를 띨 전망이다. 특히 종단은 대북 지원 사업이 중단된 2010년 5·24조치 이후에도 금강산 신계사에서 합동법회를 갖는 등 교류를 이어왔다는 점에서, 정부 및 북측과의 협의만 잘 되면 올해 계획된 사업들을 곧바로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본부장 원택스님)는 올해 첫 이사회에서 금강산 신계사 건축물 진단 및 보수공사, 서울·평양 교차방문 등 남북 공동행사, 서산대사 남북합동다례재, 개성지역 사지 발굴과 복원, 남북불교문화 공동 보존관리에 관한 정책합의 등 10여 가지 사업을 결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현재 민추본은 우선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남북 불교 대표단이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합동 법회를 갖기로 하고 북측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남북불교교류의 상징인 금강산 신계사. 사진은 신계사 대웅전 모습.

남북 불교교류의 상징인 금강산 신계사 건축물 진단과 보수 공사도 북측과 협의해 우선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신계사 보수불사는 정치적인 사안도 아니라는 점에서 남북당국의 협조 아래 조속히 이뤄져야 하는 사안으로 꼽힌다.

신계사는 2007년 복원 이후 현재까지 단 한 차례의 정밀조사도 이뤄지지 못했다. 종단은 주요 전각 훼손 현황을 알리고 보수불사 대한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이미 종단은 2015년 10월 진행한 신계사 복원 8주년 기념 남북합동법회를 통해 전각 훼손이 우려스러운 상황임을 확인했다. 정부도 이러한 사실을 잘 인지하고 있다. 

북측도 같은 해 11월 신계사 전각 훼손 정밀진단 및 보수불사를 남북이 함께 진행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장기간 경색국면이 이어지면서 이러한 합의는 구체적인 결실을 맺지 못했다.

고려시대 문화 유적 발굴 및 연구 또한 중요한 과제다. 특히 올해는 고려 건국 1100주년으로 고려 수도였던 개성이 북한에 위치한 만큼, 남북 공동 연구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13년부터 문화재청 지원을 받아 금석문 탁본조사사업을 벌이고 있는 불교중앙박물관(관장 오심스님)은 북한 금석문 탁본조사를 기획하고 있다. 개성은 고려의 수도로 당시 많은 사찰이 창건된 곳이기도 한다. 개성박물관 헌화사사적비, 영통사 대각국사비 등 주요 금석문이 전해진다. 박물관은 주요 금석문 탁본 후 남북한 공동전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불교문화재연구소(소장 제정스님)는 남북이 고려시대 궁궐터인 개성 만월대를 공동조사했던 것처럼 개성 흥왕사지와 왕륜사지 발굴을 준비하고 있다. 개성공단 인근에 위치한 흥왕사지는 고려 때 교장도감이 설치돼 고려대장경을 간행한 유서 깊은 사찰이다. 공민왕이 반원정책을 삼았던 도량이나 몽골침입으로 소실됐다. 국보 214호 흥왕사명 청동은입사향완이 남한에 전해지고 있다. 또 만월대와 가까운 왕륜사지는 고려 10찰 중 한 곳으로 연등회를 주관했던 사찰이라 더 의미 있다.

연구소는 언젠가 추진될 북한문화재 남북공동조사를 위해 5월말 <북한불교문화재총람>을 발간할 예정이다. 읍지류나 일제강점기 출간된 자료, 최근 발표된 논문 등을 수집해 폐사지와 사찰, 문화재 등을 정리해 소개한다. 금강산 신계사 도감 소임을 맡기도 했던 제정스님은 “금강산 신계사 보수와 함께 장안사 유점사, 표훈사 등 내금강 사지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밖에 총무원 사업부는 금강산 관광과 관련해 자회사인 주식회사 도반여행을 중심으로 불교성지순례와 문화·관광 교류 사업 등을 준비하고 있으며, 제22교구본사 대흥사는 올 가을 묘향산 보현사에서 남북 불교계 공동 서산대제 봉행 등을 계획하고 있다.

민추본 본부장 원택스님은 “신계사의 경우 훼손이 어느 정도 심각한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향후 남북 교류가 한층 활성화되면 많은 교류가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꼼꼼히 준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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