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학회 불교학연구회 등 12개 학회 성명 발표

5월3일 흥사단 본부에서 백제학회 등 12개 학회연합이 기자간담회를 개최해 대통사지 보존을 촉구했다. 사진은 대통사지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노중국 교수. 김형주 기자

역사학자들과 불교학자들이 공주시 반죽동에 위치한 백제 대통사지에 한옥건축을 반대하고 나섰다. 백제학회와 불교학연구회 등 12개 학회연합은 오늘(5월3일) 서울 흥사단 본부에서 기자간담회를 삼국시대 사찰 가운데 사찰이름, 창건연대, 장소를 알 수 있는 가장 오래된 사찰 대통사지 완전한 발굴조사와 보존을 촉구했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대통사는 백제 성왕이 527년 양나라 무제를 위해 창건했다고 한다. 527년은 양나라 중대통(中大通) 원년인 해다. 정확한 위치가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보물 150호 당간지주가 남아 있는 반죽동 일원이 사역으로 추정되고 있다. 추정사역 북쪽에는 무령왕릉을 비롯한 송산리 고분군과 공산성이 있다. 현재 국립공주박물관에 전시 중인 보물 148호 공주 중동 석조와 보물 149호 공주 반죽동 석조는 모두 대통사지에서 출토된 것이다. 규모도 크고 조각이 정교해 백제 석조 기술을 보여준다.

최근에는 당간지주에서 150m 가량 떨어진 반죽동 한옥신축부지에서 백제시대 유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대통사지 실체가 드러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大通(대통)’이라는 글자 중 ‘通(통)’의 책받침 획이 새겨진 기와를 비롯해 소조불상의 무릎부분, 나한의 얼굴, 치미와 귀면와 등이 대량으로 수습돼 대통사지 일부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역사학자와 고고학자, 불교학자들은 웅진시대 백제불교와 고대 불교를 이해하는데 첫걸음이 될 것이라며 대통사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찰명과 위치, 창건시기까지 확실한 사찰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에 조성된 것은 물론 국가사찰로서 당시 백제불교를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기 때문이다. “가람배치나 불상, 탑파 등 사찰문화가 어떻게 발전하고 전륜성왕 등 불교사상을 통한 왕권 강화의 양상, 고대 일본에 전해진 불교문화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타임캡슐”이 되리라 확신했다. 또 이미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돼 있는 공산성, 송산리고분군과 함께 웅진 도성의 도시구조를 이해하는 핵심자료이기도 하다.

반죽동 한옥부지 조사과정에서 나온 대통이라는 글자 중 통자 일부가 새겨진 기와와 앞서 출토된 대통이 찍힌 다른 기와를 비교한 모습. 사진=대통사지의 온전한 조사와 보존을 촉구하는 12개 학술단체

불교사적으로도 고대사적으로도 중요한 사찰 터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이곳은 문화재청 문화재보호기금을 지원받아 한옥신축사업이 추진 중이다. 현재 조사가 진행된 곳 외에도 주변에 한옥건축이 예정돼 있어 사지훼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학자들은 “백제사와 고대사, 불교사연구에 소중한 대통사지가 발견됐음에도 한옥건축만 논의되는 작금의 상황은 매우 개탄스럽다”며 우려했다. 한옥건축을 허가하면 앞으로 중요한 유구가 나오더라도 사찰의 전모를 밝히는 일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학자들은 문화재청과 공주시에 “현재 대통사로 추정되는 사역을 사적 또는 도지정문화재로 지정하고 인접지역에 대한 체계적으로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1500년 만에 흔적을 찾아낸 대통사지를 제대로 발굴해 백제왕도의 면모를 밝혀야 한다”며 “대통사지 또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백제역사유적지구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성명서에는 고구려발해학회, 고분문화연구회, 대구사학회, 백제학회, 불교학연구회, 신라사학회, 중부고고학회, 한국고대사학회, 한국문화재보존과학회, 한국상고사학회, 호서고고학회, 호서사학회 등 12개 학회가 참여했다.

한편 문화재청은 오는 16일 매장분과 문화재위원회의를 열어 반죽동 한옥신축허가와 관련된 사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불교신문3391호/2018년5월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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