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가피는 모두에게 평등
받아들이는 우리 자세가 달라
교사가 같은 내용을 가르쳐도
학생에 따라 성적 다른 것처럼
그래서 공덕의 크기가 달라져

올해는 처음으로 맞이하는 ‘부처님오신날’이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인가? 4월 8일은 1975년 법정공휴일로 지정된 경축일이다. 그러나 4월8일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인 법정공휴일 명칭은 작년까지만 해도 ‘석가탄신일’이었다. 이것이 2017년 10월 조계종과 불교계의 지속적인 요청에 의해 부처님오신날로 변경된다. 즉 법정공휴일 명칭으로 공식적인 부처님오신날이 사용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인 셈이다. 

석가탄신일은 ‘석가모니께서 태어나신 날’이라는 의미이므로 내용적인 문제는 없다. 다만 한자에 기반한 경직된 어투가 불교가 어렵고 멀게 느껴지도록 만드는 단점이 있다. 이로 인해 불교계에서는 석가탄신일 대신, 부처님오신날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변경을 요청했던 것이다. 부처님오신날은 특수한 측면을 가리키는 용어이므로 ‘부처님 오신 날’처럼 띄어쓰기를 하면 안 된다. 이는 종단 명칭인 ‘대한불교조계종’도 마찬가지다. 

부처님오신날에는 지혜의 빛으로 오셔서 어리석은 무명을 제거하신 부처님을 기념하기 위한 연등을 밝힌다. 그런데 연등이 연꽃 모양으로 만들어지다 보니, 연등을 ‘연꽃 모양의 등’ 즉 연등(蓮燈)으로 이해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연등(燃燈)은 ‘불탈 연(燃)+등불 등(燈)’이 합쳐진 것으로 ‘밝은 등불’이라는 의미다. 우리말로 같은 발음이 나다 보니 연(燃)과 연(蓮)을 혼동해서 일어난 오류다. 

밤에 연등을 밝히는 연등놀이(연등회)는 본래 정월대보름 밤에 삿된 기운을 물리치는 의식에서 시작되었다. 쥐불놀이나 달집태우기의 불교 버전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이렇다보니 연등이 굳이 연꽃 모양일 필요는 없었다. 이는 연등놀이나 연등회의 한자가 각각 연등(燃燈)놀이와 연등회(燃燈會)인 것을 통해서 분명해진다. 이것이 고려후기 무신정권의 집권자인 최우(최이)가 부처님오신날에도 연등을 밝히도록 함으로써, 연등은 부처님 탄신을 기념하는 의미에서의 연꽃 모양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즉 연등(蓮燈)의 탄생인 동시에 연등(燃燈)과 연등(蓮燈)의 혼재가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놓고 본다면, 연등이라는 명칭의 혼란 역시 800년의 역사를 지닌 오랜 문화전통(?)이라고 하겠다.

여기서 한 가지. 현재 사찰에는 다양한 크기의 연등들이 있으며, 이에 따른 공양금의 차이도 존재한다. 이 때문에 종종 ‘부처님께서도 돈 있는 사람을 더 좋아하시냐?’는 항의성 질문이 나오곤 한다. 답을 말한다면, 부처님은 작은 등이나 큰 등을 밝히는 분들을 전혀 차별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럼에도 연등을 밝히는 우리들이 받는 과보에는 엄연한 차이가 존재한다.

무슨 말인고 하면, 장마 때 하늘에서는 차별 없이 모든 곳에 장대비를 내려주지만 빗물이 담기는 양은 그릇의 크기에 따라 각기 달라진다는 의미다. 대접과 대야에 담기는 물의 양이 달라지는 것은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차등을 두기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전적으로 대접과 대야의 용량차이 때문이다. 

이처럼 부처님께서는 연등을 밝히는 모든 분들에게 동등한 감로비, 즉 가피의 공덕을 내려주신다. 그러나 그 공덕은 받아들이는 우리들의 자세에 의해서 사뭇 달라진다. 마치 선생님이 같은 내용을 가르쳐줘도 학생들의 수업태도에 따라 성적이 달라지는 것처럼 말이다.

[불교신문3391호/2018년5월9일자] 

자현스님 논설위원·중앙승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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