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분위기는 예년과 다르게 썩 즐겁지 않다. 공영방송이라 자임하는 MBC가 지난 1일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바탕으로 PD수첩 ‘큰스님께 묻습니다’ 편을 방영해 불교계에 큰 상처를 줬기 때문이다. 

종단과 적대적인 관계를 가진 세력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공정성을 상실한 채 방송을 제작했다는 사실이 매우 유감이다. 게다가 의혹 대상자로 지목한 교육원장 현응스님의 해인사 주지 시절 처소를 엉뚱한 곳으로 가리키면서 ‘조작 방송’이라는 의심도 사고 있다. 곧바로 종단은 이를 혼란과 균열을 야기하는 불교 파괴세력으로 규정짓고 강력 대응을 천명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유독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소위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가 불교 파괴에 동참하고 있는 점이다. 시민연대는 PD수첩 방송을 일주일 앞두고 종단이 개최한 긴급 현안간담회에 참석하겠다고 떼쓰며 종무원과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대치하는 자극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이 장면은 PD수첩 방송에 유용하게 사용됐다. 교계 시민단체가 도리어 훼불 방송 제작에 손수 참여하고 이바지하는 정성을 쏟은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PD수첩이 방영되자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듯이 불교개혁 등을 위한 촛불집회를 열겠다고 환영했다. 물론 지난 10일 보신각에서 열린 촛불집회의 참석인원은 고작 70여 명이었다. 스님은 4명이었는데, 그나마 2명은 종단 징계승이었다. 

사람은 적었지만 소음은 컸다. 사회자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졌다”며 막말을 쏟아냈다. 조계사 앞까지 도로를 막고 무리하게 행진을 진행하며 봉축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MBC 제작진이 다시 보였다. PD수첩 후속 방송 영상을 제공하기 위해 집회를 열었다는 의구심이 들었다. 조계종 총본산을 찾은 불자들과 일반시민, 외국인들은 이 난장판 속에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시민사회단체의 생명은 공공성에 있다. 그러나 지난해 총무원장 선거에 이어 또 다시 MBC라는 외부세력과 함께 손잡고 종단 분열을 조장하는 행태는 그들이 왜 종도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가에 대한 명쾌한 답변이 될 것이다. 불자로서의 최소한의 애정도 예의도 없이 되레 교계 갈등을 부추긴다면 그에 따른 종도들의 비난과 무관심도 응당 받아야 마땅하다. 

무엇보다 불교라는 큰 울타리 안에서 살아가면서 불자들의 최대 축제인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오히려 ‘불교 죽이기’에 혈안인 그들의 모습이 부끄럽다. 공공성을 상실한 채 특정 이익에 편승하는 그들의 행태가 오히려 적폐라고 느껴진다.

[불교신문3393호/2018년5월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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