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지키며 대중마음 여는 문화종교로 나가야”

상원 한성대 영상·애니메이션디자인트랙 교수와 김용재 주식회사 한영 씨엔텍 감독이 지난 4월14일 서울 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에서 만나 우리나라 불교문화콘텐츠의 향후 전망과 과제를 짚어봤다. 신재호 기자

학계 문화콘텐츠 권위자
산업계 20년 경력 전문가

우리나라 불교문화콘텐츠
현주소와 향후 전망 조명

매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서울 일원에서 펼쳐지는 국가무형문화재 제122호 연등회는 봉축행사의 백미로 꼽힌다. 동대문과 종로 일대는 국내외 시민들의 환호 속에 서울 밤하늘을 10만 연등으로 장엄하며 세계인의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전통등 사이로 어린이들의 대통령으로 불리는 뽀로로등, ‘카카오프렌즈’ 인기 캐릭터 라이언등, 만화캐릭터 꼬마버스 타요등과 라바등을 포함한 만화캐릭터등은 어린자녀와 동반한 가족단위의 관람객들에게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또한 인기리에 종영한 tvN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 14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가운데 불교의 사후세계를 조명한 영화 ‘신과 함께’ 등 불교를 바탕으로 한 문화콘텐츠가 영화와 방송가에서 주요 소재로 활용돼 대중으로부터 호평을 얻었다.

이처럼 수천 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불교가 최고의 문화콘텐츠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다방면에서 확인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 부처님오신날을 앞둔 지난 4월14일 서울 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에서 국내 ‘불교문화콘텐츠 권위자’로 꼽히는 이상원 한성대 ICT디자인대학 영상·애니메이션디자인트랙 교수와 캐릭터 산업현장에서 20년 넘게 활약해 온 김용재 주식회사 한영 씨엔텍 콘텐츠 기획자 및 캐릭터 감독이 만나 앞으로 우리나라의 불교문화콘텐츠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 봤다.

고려시대 고승 일연스님이 저술한 역사서로 삼국은 물론 고대국가 역사를 망라한 가운데 단군신화, 불교, 민속신앙, 서민생활상에 대한 자료도 풍부하게 수록돼 있는 위대한 문화유산<삼국유사>를 비롯해 사찰 설화, 고승들의 수행담 등 현대 미디어에서 활용할 만한 불교문화의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그럼에도 영화, 출판, 모바일,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 개발에 나서고 있는 타종교에 비하면 불교계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이날 자리를 함께한 학계, 산업계의 전문가들 역시 “불교문화콘텐츠 분야 중요성에 대한 사부대중의 인식은 물론 전문 인력, 인프라 등 모든 것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상원 교수
“문턱 낮추면 많은 게 보여
불교 쉽게 전할 전략 필요“

이상원 교수

지난 2002년 애니메이션 작품 제작 관련 논문으로 국내 1호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다양한 불교문화콘텐츠를 제작해온 이상원 교수인 만큼 현장에서 느낀 아쉬움이 적지 않다. 이 교수는 “매년 연등회를 보러 가면서 연등행렬 전 과정을 촬영하고 있는데, 사찰 특성을 살린 장엄등이나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선보이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며 “반면 최근 흥행한 영화 ‘신과 함께’의 경우 불교설화를 모티브로 삼은 영화임에도 불교계에서는 잘 활용하지 못한 것처럼 기존의 불교이미지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하루하루 달라지는 디지털미디어 시대의 흐름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캐릭터 디자인으로 한성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불교설화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김용재 감독 역시 “현대사회는 과거와 달리 종교는 대중이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하는 ‘필요조건’이 아닐 수도 있다”면서 “여러 종교 가운데 불교만의 장점을 살려 그들의 눈높이에 맞춘 콘텐츠로 접근하는 시기로 접어들었는데, 아직 기존의 이미지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전반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이 같은 현실을 딛고 한 걸음 나아가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은 없을까. 이들은 불교만의 전통을 살리면서도 그 안의 담겨 있는 다양한 스토리를 활용한 콘텐츠를 채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4차산업, 융복합 시대로 나아가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면서 사찰 일주문 밖의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불교문화콘텐츠에 대한 이해를 높여가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이러한 인식 속에 때로는 파격적이면서 다양성을 인정하며 불교의 이야기를 가공할 수 있는 스토리 작가를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전체 콘텐츠 가운데 불교는 1%만 있어도 된다”면서 “문화는 스스로 재단하고 검열할수록 위축되거나 사장될 수밖에 없는 만큼 불교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중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밝혔다.

김용재 감독
“불교 정체성 구축해 가는
전략팀 신설해 활용해야”

김용재 감독

더불어 이를 실현하기 위해 불교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젊은이들에게 문화로서 불교를 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이 교수는 “대중적인 동자승의 이미지만으로도 수많은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 것처럼 불교의 문턱을 조금만 낮추면 많은 것이 보인다”면서 “불교문화재연구소처럼 종단 내 불교문화콘텐츠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젊은 세대에게 불교를 쉽고 재미있게 전하는 문화포교 전략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최근 한복이 젊은이들에게 옛것이 아닌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은 것처럼 불교계가 하기 에 따라 승복도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면서 “불교의 정체성을 세련되게 드러낼 수 있는 이미지 메이킹 작업을 비롯해 불교문화가 대중에게 어떻게 접근할지 꾸준히 관심을 갖고 연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이 자신이 몸담은 현장에서 느낀 우려와 고민 속에서도 우리나라 불교문화는 현대인의 삶 속에 깊게 스며들어 있는 만큼 앞으로 그 어떤 방식으로든 진보해 나갈 전망이다. 이 교수는 “여유를 갖고 디지털 문화에 대한 인식을 보다 성숙시킨다면 불교계도 아직 늦지 않았다”면서 “앞으로 종단 차원에서 외부전문가를 초청한 가운데 관련 포럼 등을 통해 전략을 수립하는 한편 문화콘텐츠 전공자 및 종사자들을 위한 템플스테이를 마련해 저변을 넓혀나가는 방안도 효과적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 감독은 “기독교 등 다른 종교에는 오래전부터 정체성을 구축해가는 전략팀이 있는데, 불교계도 이를 신설해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런 노력이 이어져 불교전통의 변질이 아닌 변화와 다양성으로 대중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문화의 종교로 더욱 성장해 나가길 바란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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