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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축특집] “잘 키운 스님 한 명, 목사 열 명 부럽지 않다”

기사승인 2018.05.22  10:4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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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 / 비로자나국제선원 비구니 ‘나란다 수행관’

학업·전법 위한 비구니 처소
서로 탁마하며 상생 도모해

상담포교 하는 스님 1명과
대학원 재학 스님 4명 상주
누구나 하룻밤 숙박도 가능

매일 예불로 하루일과 시작
낮시간엔 각자 분야서 정진

큰수술 전후해 요양 필요한
스님 위한 ‘쉼터’도 곧 개원

소위 ‘N포세대’ 대학생에게 캠퍼스의 낭만은 남의 이야기가 된 지 오래다. ‘헉’ 소리가 나오는 등록금과 생활비에다가 높기만 한 취업 문턱까지 어느 하나 녹록한 게 없다. 지방 출신이라면 원룸 임대료 등 숙식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학자금 대출도 내보지만 좀처럼 희망의 빛은 보이지 않는다.

서울 등 대도시에서 학업을 이어가거나 포교 일선에 뛰어든 스님들도 이같은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제일 큰 문제는 거처 문제. 학부생 위주로 배정되는 기숙사를 배정받기 어려운 대학원생은 학교 인근의 원룸을 찾아보지만 50만원 내외의 월세 또한 부담스럽다. 수업이나 스터디가 있는 날마다 승복을 입고 모텔이나 찜질방을 전전하는 일도 세간의 쏟아지는 눈총에 머뭇거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운 좋게 수도권 사찰에서 방사를 제공받더라도 일손이 부족한 사찰의 사중일을 돕다보면 어느 순간 본연인 학업보다는 사중일에 더 매몰돼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스님 신분으로 아르바이트도 여의치 않아 학업을 중도 포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렇다보니 대학원 진학이나 전법을 펼쳐보겠다는 원력을 세웠다가도 가장 기본적인 거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시작조차 못한 채 포기하는 젊은 스님들도 있다. 서울 비로자나국제선원은 학업이나 포교 원력을 세운 비구니 스님들을 위해 지난 2월말 방사인 ‘나란다 수행관’을 개원했다. 나란다 수행관에 거주하며 미래 희망을 일궈나가는 비구니 스님들을 지난 4월28일 만났다.

 

지난 4월28일 비로자나국제선원 나란다 수행관에서 스님들이 차담을 나누며 서로의 근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스님들은 신심과 원력 있는 젊은 스님들이 마음껏 공부하고 전법할 수 있도록 다른 사찰에서도 제3, 제4의 나란다 수행관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서원했다.

충청지역 작은 암자에 거주하고 있는 서윤스님은 나란다 수행관 개원 이후부터 편안한 마음으로 학업을 이어갈 수 있다고 털어놨다. 상담심리학 박사과정에 재학중인 스님은 수업과 과제, 스터디 등으로 인해 서울에서 매주 최소한 하룻밤은 머물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집단상담과 치료프로그램 수련도 받아야 한다.

그동안 스님의 발목을 잡은 건 바로 거처 문제였다. 도반 스님의 절은 학교에서 너무 멀어 신세질 수도 없었다. 방음조차 제대로 안 되는 값 싼 여관에서 밤새 잠 못 이룬 뒤 제반 여건이 좋은 곳으로 옮겼지만 그곳도 잠시. 비싼 숙박료로 인해 결국 찜질방을 전전했다. 술에 취한 성인남자랑 지근에서 잠을 잔다는 게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었다. ‘나쁜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공부하겠다는 건데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라는 생각에 서러움이 북받쳐 올라 남 몰래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신도 소유의 빈 아파트에서 논문을 썼던 도문스님도 비슷한 경험을 갖고 있다. ‘스님이 왜 아파트에 살지?’라는 눈총으로 인해 새벽 일찍 나갔다가 밤 늦게서야 귀가했다. 어쩔 수 없이 장을 보기 위해 마트에 들리는 날에는 주위의 시선을 오롯이 견뎌내야만 했다. 절에서 살 때에는 사중일과 학업을 병행해 나가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게다가 며칠 째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공부하다가, 새벽예불 때 “지심귀명례~” 하다가 자신도 모른 채 깜빡 졸기도 해 너무 민망했다고 털어놨다. 도문스님은 “최소한 나란다 수행관에 있는 동안에는 처소 걱정 없이 마음껏 공부할 수 있어 다행”이라며 “저 또한 나중에 공부하고 수행 포교하려는 후배들을 위해 꼭 적은 일이라도 할 수 있도록 더욱 정진하겠다”고 서원했다.

나란다 수행관에 거주하는 스님들의 입소 전 사례는 대동소이하다. 값싼 여관과 고시원, 휴게텔을 한번쯤은 전전했다. 운 좋게 속가 가족의 집에서 함께 기거하거나 신도 소유의 빈 오피스텔이나 아파트에 머물러도 마음 한켠에는 불편함이 상주했다. ‘비구니 스님이 왜 절이 아닌 오피스텔에 혼자 살지?’ ‘비구니 스님이 왜 젊은 남자랑 같이 살아?’ 등 불편한 말과 시선에 스스로 위축됐다. 대학원 공부를 위해 속가 가족 집에서 당분간 함께 산다고 얼굴에 써놓고 다닐 수도 없는 갑갑한 노릇이었다.

비로자라국제선원은 이같은 어려움을 호소하는 비구니 스님들을 위해 지난 2월 나란다 수행관을 개원했다. 절에서 도보 5분거리에 위치한 빌라 1곳을 전세 냈다. 입방조건은 승려기본교육기관을 마치고 구족계까지 수계한 비구니 스님으로서, 학업을 이어가거나 어린이청소년포교 등 포교원력을 갖고 활동하고자 하는 스님이면 가능하다. 특히 나란다 수행관은 스님들의 처소문제 해결은 물론 각 포교분야의 이론과 현장 경험을 공유하고 토론함으로써 각 분야별 이론을 강화하고 포교현장에서의 시행착오를 줄여 전법의 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는 마중물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재 대학원 석·박사과정 학업, 상담 등 포교에 매진하고 있는 스님 5명이 상주하고 있다. 창문 없는 작은 방사에도 서울에 잠시 머물러야 하는 스님들이 돌아가며 머물고 있는데 이 또한 늘 스님이 있을 만큼 인기가 높다. 게다가 개원 당시 주지 자우스님이 이웃들에게 떡을 돌리며 공부하는 비구니 스님들이 같이 생활하는 숙소라고 미리 안내하고, 수행관 스님들 또한 이웃과 마주칠 때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눔으로써 이제는 이웃사촌으로 지내고 있다.

나란다 수행관은 별다른 청규가 없다. 다들 구족계까지 수계한 만큼 대중생활에 익숙해 스스로의 일을 찾아 해 청규를 만들어야 할 만한 필요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먼저 귀가한 스님이 밥과 국을 만든다면 다른 스님이 설거지를 맡는다. 또 다른 스님들은 말없이 화장실 청소를 하거나 쓰레기 분리수거를 맡는 방식이다. 그래도 출가수행자로서의 본분은 잊지 않기 위해 예불이나 기도는 빠짐없이 이어가고 있다.

매일 새벽예불과 기도를 한 뒤 아침공양까지 마치고 나면 각자 자신의 일과에 맞춰 생활하면 된다. 학교에서 수업 듣고 공부하거나 수행관에 남아 혼자 공부할 수도 있다. 공부하다 모르는 부분이 생기면 서로 물어볼 수도 있어 공부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대부분 대학원 과정에 재학중인 만큼 귀가시간이 제각각이지만 공동생활 공간인 만큼 너무 늦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재정적으로 넉넉지 못하다보니 주말에는 사찰 어린이법회 지도법사로 활약하거나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에는 지역 사찰의 기도 부전을 맡아 법사비를 마련해 생활비에 보태기도 한다.

비로자나국제선원의 나란다 수행관 운영은 여느 사찰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도전인 만큼 주위 스님들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나란다 수행관 거주 스님들은 “사중일을 정말 안 도와줘도 되냐”는 질문은 가장 많이 받는다고 밝혔다. “사중일을 도와달라고 요청하거나 안 한다고 눈치를 준 적도 없다”고 답해도 “그 걸 알아서 해야지 꼭 말로 해야 아냐”는 핀잔을 준 도반 스님도 있었다고 한다.

비로자나국제선원은 그동안 사중일을 요청하긴 커녕 쌀과 김치는 기본, 각종 공양물을 계속 제공하고 있다. 한 신도가 매달 한번씩 대량의 음식재료를 제공하는데다가 자우스님 또한 낮시간대에 나란다 수행관에 잠시 들려 냉장고에 밑반찬과 과일, 떡 등 각종 공양물로 채워 넣고 있다.

비로자나국제선원은 오는 5월말 개원을 목표로 ‘제2 나란다 수행관’ 개원을 준비하고 있다. 지방의 한 스님이 서울 큰 병원에서 수술을 하는데 수술 전후로 나란다 수행관에서 잠시 머무를 수 있겠냐고 부탁하자 자우스님은 제2의 나란다 수행관 개원에 박차를 가했다. 제2 나란다 수행관은 아픈 스님들이 수술 등을 위해 최대 2개월까지 병원을 오가며 편하게 몸조리하며 지낼 수 있도록 ‘비로자나 쉼터’로 마련하고 있다.

이를 위해 비로자나국제선원에서 도보로 7~8분 거리에 위치한 방3개 빌라 한 곳을 임대했다. 바로자나 쉼터는 조용한 데다가 산책로 입구에 위치해 있어 건강을 회복하는 데는 제격인 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게 자우스님의 설명이다.

자우스님이 어려운 사중살림에도 불구하고 나란다 수행관을 계속 마련하는 것은 자신 또한 그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자우스님은 방사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한 때 크게 아파 수술을 받았지만 머무를 곳이 없었다. 2000년대 초반 포교에 처음 나설 때 ‘자우스님은 포교할 사람이니 공부만 할 수 있게 해주라’고 한 서울 봉정암 주지 스님의 도움이 있었기에 지금의 비로자나국제선원과 나란다 수행관이 문을 열 수 있었던 것이다.

자우스님은 “선배 스님의 따뜻한 배려를 이제는 제가 후배들에게 전하고자 한다”면서 “잘 키운 스님 한 명이 목사 열 명 부럽지 않다는 말이 실현될 수 있도록 나란다 수행관을 통한 인재 불사에 더욱 매진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자우스님과 나란다 수행관 거주 스님들은 젊은 스님들이 마음껏 공부하고 포교일선을 누빌 수 있도록 다른 사찰에서도 제3, 제4, 나란다 수행관을 계속 마련해 나가길 서원하며 이날 하루 일과를 마무리 지었다.

제1 나란다 수행관 외부 모습

■ 폐지줍는 노보살도 매달 1만원 희사

나란다 인재불사 동참 방법은…


또한 나란다 수행관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나란다 후원인을 모집하고 있다. 매달 1~3만원씩 보시하는 정기후원에다가 포교활동비 지원, 수행관 운영비 지원, 석·박사 과정 장학금 지원, 석·박사 논문집 발행 지원, 수행관 불사 등 다양한 분야에 후원을 이어갈 수 있도록 권선하고 있다.비로자나국제선원이 제1, 2 나란다 수행관을 운영하고, 더 나아가 수행관을 추가로 마련하기 위해서는 불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후원이 절실하다. 비로자나국제선원이 재정적으로 넉넉해서 이같은 인재 불사를 펼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지난해 7월 이전 불사로 인해 금융기관에 적지 않은 대출을 갖고 있지만 한국불교의 미래를 위한 비구니 인재 불사를 위해 허리띠를 더욱 졸라맸다.

자우스님이 발벗고 뛰어다니며 후원자를 모집한 결과, 4월말 현재 120여 명의 후원자를 모집했다. 특히 나란다 수행관 개원 기사를 접한 한 노보살이 거리를 돌며 폐지를 주워 생활하고 있지만 나란다 수행관 스님들에게 보시하고 싶다며 매달 1만원씩 CMS 후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또한 비로자나 쉼터 개원 소식을 접한 한 불자는 처음에는 김치냉장고를 해준다고 하더니 다음날에는 세탁기, 이틀 후에는 냉장고까지 보시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자우스님은 “나란다 수행관은 한국불교의 미래를 위한 삼보 수호이자 인재불사인 만큼 스님들이 수행과 전법 원력을 활짝 꽃 피울 수 있도록 십시일반 후원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후원 문의 : (02)6012-1731, 후원계좌 : 농협 301-0207-6786-91(예금주 : 비로자나국제선원(나란다 인재양성))

박인탁 기자 parkintak@ibulgyo.com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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