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PD수첩 2편’, PD저널리즘의 한계?

MBC 'PD수첩‘이 또 일을 냈다. 5월29일 ’큰스님께 묻습니다‘ 2편 방송분에서 직지사 주지 법등스님,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 용주사 주지 성월스님과 관련한 범계(犯戒) 의혹을 무차별적으로 폭로했다. 5월1일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스님과 교육원장 현응스님의 도덕성을 공격한지 4주 만이다. 종단은 보도 이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MBC는 비상식적 비이성적 비도덕적 행태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최승호 사장 퇴진운동을 비롯해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과 같은 까닭에서다.

①검증 없이 한쪽의 주장 나열

지상파를 탄 의혹들은 특정 인터넷매체가 수년전부터 줄기차게 보도해온 내용들이다. 그러나 모두 불기소 처분되거나 소송 과정에서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 조계종 대변인 일감스님은 입장문에서 “특정세력에 의해 사주 받은 일방의 의혹제기”라며 부당성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방송에선 개인의 폭로 말고는 뚜렷하게 제시되는 증거가 거의 없다는 분석이다. 법등스님의 경우 성폭력 피해자들을 회유하려고 거액의 돈을 쓰려했다는 부분은 법원의 결정에 따라 방영되지 않았다.

②신뢰하기 어려운 제보자

방송을 끌어가는 주요 제보자는 장주스님과 적광사미 그리고 비구니 자매다. 하지만 각자의 사연들 탓에 신뢰하기 어렵다는 의견들이 나온다. 중앙종회 수석부의장 등 종단의 요직을 지낸 장주스님은 재산비위 등의 혐의로 2014년 4월 멸빈됐다. 멸빈은 영구제명과 같다. 적광사미 역시 종단에서 제적당했다. 사찰의 대표자인 주지나 감원이 될 자격이 없는 사미(예비승려) 신분임에도, 산내암자의 감원을 맡아왔다. 승적을 잃은 만큼 종단에 상당한 앙심을 품을 만한 인물들이라 볼 수도 있다.

‘법등스님에게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비구니 자매들에 대해 직지사 측은 스님과 대척점에 서 있는 선학원의 음해라고 강조했다. 5월30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의혹이 최초로 기사화된 것은 법등스님이 선학원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할 때”라며 “비구니 자매는 모두 선학원의 도제(徒弟)이고 자매 중 첫째는 (폭로 이후인) 2017년 1월 선학원 소속 사찰의 분원장으로 임명됐다”고 전했다. 의혹을 처음 보도한 기자조차도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해 기사를 삭제했다는 사실확인서를 갖고 있다고도 했다.

③‘반론권 주지 않았다’ 공분

의혹 당사자의 반론권은 공정보도의 필수적 요소이자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도록 돕는 수단이다. 종단과 직지사와 용주사 모두 PD수첩 제작진이 해명의 기회를 제대로 주지 않았다며 공분하고 있다. 종단은 부처님오신날 특별휴가기간으로 업무가 진행되지 않아 인터뷰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임을 안내했으나 외면당했다. 직지사 측은 “취재작가가 방영 여부와 시점에 대해 ‘미정’이라고 답했다가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꿔 방영일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며 “반론권을 준 시간은 토요일 일요일을 포함한 4일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용주사 측도 “방송 전에 취재팀에 사실관계를 분명히 알렸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전혀 무시하고 방송했다”고 유감을 표했다.

PD수첩은 ‘PD저널리즘’을 표방한다. 한편 이번 후속보도가 PD저널리즘의 한계를 노정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기자와 달리 출입처의 간섭과 인간관계로부터 자유로운 PD들이 사회의 금기와 성역을 과감하게 파헤친다는 것은 PD저널리즘의 장점이다. 반면 취재역량 부족으로 보도에 사실보다 주장이 두드러지고 논리보다 감성에 호소한다는 비판도 받는다. 김관규 동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시사고발프로그램에는 연출이 들어가게 마련”이라며 “극적 재미를 추구하다보면 필연적으로 과장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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