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준이하 함량미달, MBC의 부끄러운 탐사보도”

최초보도 기자가 사실 아니라고
판단해 의혹 기사 삭제한 점 등
법등스님 입장은 반영하지 않아

‘기계적 중립’ 조차 지키지 않고 
한쪽 일방적 주장 그대로 방영
저널리즘 기본 의심할 수밖에…

필자는 PD저널리즘 프로그램을 즐겨 본다. 그 이유는 성역 없이 다루고 심층적으로 취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MBC PD수첩의 방영분은 ‘탐사보도’라는 말이 부끄러울 정도였다. 

이번 PD수첩의 방영분은 단적으로 말해 ‘수준이하’내지는 ‘함량미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첫째 이유는 조금도 새로운 사실을 밝히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부 불교계 언론에서 이미 오래전에 제기한 의혹을 그저 영상화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신속성이 아닌 심층성에 방점을 찍어야 하는 PD저널리즘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기본자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둘째 이유는 쌍방의 주장이 엇갈리는데도 ‘기계적 중립’을 지키지 않고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을 그대로 방영했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실례가 법등스님의 의혹관련 내용이다. 비구니 자매는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다. 법등스님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처럼 쌍방의 주장이 맞설 때는 그 진위여부부터 확인해야 한다. PD수첩측은 비구니 자매의 주장이 일관되고 구체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2015년 10월과 11월경 일부 불교계 언론에 보도된 내용과 PD수첩에 방영된 비구니 자매의 인터뷰 내용만 살펴봐도 상충하는 내용이 적지 않다. 

시점과 장소는 물론이고 심지어 성폭행인지 성추행인지조차도 모호하다. 그도 그럴 게 비구니 자매의 모친 주장에 따르면 비구니 자매 모두 정신병 전력이 있다. PD수첩 방영분을 보면 동생 비구니는 여전히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사건의 진위 여부가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신질환을 앓는 이의 일방적인 주장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것이 과연 방송윤리에 적합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런가 하면 △법등스님에 대한 의혹을 최초 보도한 것은 선학원 기관지인 ‘불교저널’과 제휴사인 ‘불교닷컴’이고, 당시 법등스님은 선학원정상화추진위원장이었던 점 △최초 보도 기자가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해 기사를 삭제한 점 △비구니 자매 모두 선학원 도제인 점 △의혹 폭로 이후 언니는 2017년 1월 선학원 소속 사찰의 분원장으로 임명된 점 △사건 시점이라는 1990년대 초 법등스님은 허리디스크로 거동이 불편해 수술을 받았던 점 등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하는 상당한 근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PD수첩측은 법등스님의 주장에는 조금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특히, 조계종과 선학원이 여전히 대척점에 서 있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PD수첩은 어느 한쪽 편을 드는 편파적인 방영이 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다. 

재판부가 방영 금지를 결정하지 않았다면 PD수첩측은 법등스님이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2억원을 상대방에게 건넨 사실이 있는 것처럼 방영했을 것이다. 문제의 입금확인증은 도리사가 법등스님에게 건넨 불사 명목의 자금이다. 그런데 PD수첩측은 이 입금확인증의 출처조차 모르고 있었다. PD수첩이 얼마나 전문적이지 못하고 윤리적이지 못한지 알게 하는 대목이다. 

이번 방영분에는 “지금 내부적으로 서면 답변서를 보내려고 하고 있고, 변호사 자문을 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필자의 음성도 들어가 있다. 유추컨대 법등스님에게 충분히 반론권을 보장했음을 알리기 위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PD수첩측이 필자에게 보인 태도는 매우 저열하고 졸렬했다. 

필자는 5월15일 통화에서 “법등스님에 대한 내용이 방영될 예정이라면 반론권 보장 차원에서 정식으로 취재요청서와 질의서를 보내주되, 방영 시점으로부터 2주 전에 연락을 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PD수첩측은 “알겠다”고 답했다. 

PD수첩측은 아무런 답변도 주지 않다가 5월23일 필자가 재차 요청을 한 뒤에야 취재요청서와 질의서를 보내왔다. 이때에도 PD수첩측은 법등스님의 의혹에 대한 방영 여부와 시점에 대해 “미정”이라고 답했고, 보내온 취재요청서에도 방영 예정일은 “미정”이라고 명시돼 있었다. 

그러나 MBC PD수첩측은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꿔 법등스님의 의혹에 대해 5월29일 방영할 예정임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면서 “서면답변서를 내일까지 보내 달라”고 했다. PD수첩측은 필자를 속여서 안심시킴으로써 방송중지 가처분 신청을 막으려고 했던 것이다. 방영 시점까지는 며칠밖에 시간이 없었으며, 그 기간 중 이틀은 휴일이었다. 부처님오신날 이튿날(23일)부터 27일까지 조계종 총무원이 쉬는 관계로 행정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간신히 답변서를 송부했지만, PD수첩측은 법등스님의 입장은 조금도 반영하지 않았다.

혹자는 “기계적 중립은 기자가 게으르거나 비겁할 때 쓰는 말”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심층취재를 통해 직·간접적 증거와 정황증거를 채집한 단계에 이르렀다면 굳이 기계적 중립을 지킬 이유가 없다. 하지만 PD수첩처럼 취재랄 것도 없이 이미 오래전에 기사화된 정보들을 선정적으로 편집만 해서 방영할 것이라면 상황은 다르다. ‘기계적 중립’은 사건의 진위여부를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덕목이다. 

[불교신문3397호/2018년6월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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