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당 무산대종사의 보시행 ‘재조명’

지난 5월26일 입적한 무산대종사가 생전 아낌없이 베푼 보시행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5월30일 엄수된 무산스님의 영결 ·다비식에서 장례행렬이 다비장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

지난 5월26일 원적에 든 조계종 원로의원 설악당 무산대종사(제3교구본사 신흥사 조실)가 남모르게 펼친 보시행과 덕행이 주목받고 있다. 무산스님은 설악산문의 선맥을 잇고 새로운 선풍을 일으켰던 수행자이자 한글 선시 개척자로 한국불교 대표 시조시인으로 존경받았던 큰 어른이다.

무산스님은 지난 2013년 문인의 집, 청소년수련원 등 건물 6개동과 부속 시설 등으로 이뤄져 있는 만해마을을 동국대에 기증했다. 스님은 당시 기증식에서 “만해마을을 설립한 취지에도 부합하고 만해스님과 인연이 더 깊은 동국대가 운영하는 게 우리가 하는 것보다 10배 이상 만해선양사업을 잘 할 것 같다”면서 애정이 가득 담긴 마을 전체를 무상 기부해 세간의 화제를 일으킨 바 있다.

백담사가 있는 인제군 용대리 주민들을 위한 배려와 나눔도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지난 1995년 용대2리 주민들에게 버스 2대를 선물하며 백담사 매표소에서 백담계곡을 따라 백담사까지 7Km에 달하는 참배로를 운행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적잖은 수입이 발생하는 운행권은 마을주민에게 넘겼다. 버스2대로 시작된 용대2리 주민들의 마을공동사업은 현재 ‘합자회사 용대향토기업’으로 확대돼 농가수입확대와 일자리창출 등 지역 공동체 형성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은사인 성준스님의 유지를 받들어 ‘성준장학재단’을 1999년 설립한 뒤 인제군 주민 자녀 수백 명의 학비를 지원하는 인재 불사에 매진했다.

지난 5월30일 엄수된 무산스님의 영결식에서 정래옥 전 인제군 용대리 이장은 “무산스님은 마을에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을 위해 많은 장학금을 주시고, 노인복지에도 늘 지대한 관심을 가지셨다. 저희들은 용대리 어느 곳을 가나 무산스님께서 남기신 발자취를 잊지 않고 마음 속 깊이 새기고 열심히 살아가겠다”며 눈물을 보였다. 무산스님의 배려와 지원에 대한 고마움이 묻어났다.

특히 대학생 청년 불자들을 위해서도 남몰래 선행을 베풀었다는 사실이 스님 입적 직후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대불련)이 발표한 애도문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지난 2011년 반값등록금 촉구 집회에 나갔다가 집시법 위반으로 약식 기소된 대학생들의 벌금 1억3000만원을 대납해준 것. 당시 무산스님은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을 것을 전제로 대납해준 것으로 전해져 잔잔한 감동을 줬다.

또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문인들에게도 만해마을 내에 집필실을 무료로 운영해 재정적 어려움 없이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준 일은 문인 사이에서 계속 회자되는 미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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