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각스님 ‘화엄교학 강론’ 출간

본각스님은 지난 8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국제회의장에서 <화엄교학 강론> 출판기념법회를 열었다.

경전 자체와 화엄의 기본교의
부수적인 교학사상을 비롯해
30년간 축적한 연구성과 집성

30년간 화엄의 숲길을 걸어온 ‘화엄행자’ 본각스님이 <화엄경> 및 화엄사상의 기본교의와 사상을 비롯해 30년간 연구 성과를 집대성했다. 중앙승가대, 봉녕사승가대학 명예교수인 본각스님은 <화엄교학 강론>을 출간하고 지난 8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국제회의장에서 출판기념법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조계종 고시위원장 지안스님을 비롯해, 이평래 충남대 명예교수 등 원로학자들과 후학들이 함께 했다.

본각스님이 화엄경 연구에 원력을 세운 것은 1983년 일본 유학 시절이었다. 방대한 양의 화엄경을 소의경전으로 삼아 평생 연구해야겠다고 결심한 스님은 10여 년을 일본에서 화엄학 연구에 매진했다. 1992년 도쿄 고마자와(駒澤)대학원에서 ‘화엄관법의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돌아온 스님은 강단에서 후학들에게 화엄의 정수를 가르쳤다.

이번에 선보인 책은 긴 시간 스님이 화엄경을 공부하면서 꼭 기억해야 할 경문과 중요한 교의를 정리하고 기록했던 것을 토대로 발표했던 논문들을 하나로 엮은 것이다. 1000페이지에 달하는 책에 대해 스님은 “부족한 점이 많지만 빠트려서는 안 될 화엄의 주요내용을 어느 정도는 담아냈다”고 자평했다.

책은 모두 6장으로 구성됐다. 1장에는 화엄경의 성립배경과 현존문헌, 명칭과 해석, 80권본 화엄경에 실린 26품의 개요가 담겨있다. 발췌된 화엄경의 핵심 경문과 함께 한문경전의 원문도 수록했다. 스님은 “화엄경을 공부하는 데 경전내용을 알고 친숙해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보다 깊이 있는 공부가 되길 기대하면서 한문 원문을 실었다. 해독해보는 것도 공부의 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2장 ‘화엄의 불신론(佛身論)과 세계관’은 화엄경에 나타나 있는 부처님과 그 세계에 대해 다룬다. 용어를 먼저 정의하자면 불타관은 석가모니부처님 생존 당시나 입멸한 다음 구체적인 불타를 상념하는 것이다. 불신론은 불교교학이 발달하면서 여러 부처가 있다는 제불사상, 그리고 불신을 여러유형으로 분류하면서 이신론, 삼신론, 십신설 등 사상적으로 발전해나가는 양상을 불신론으로 볼 수 있다. 책에서는 불신의 갖가지 모습과 화엄에서 주장하는 십신불(十身佛), 화엄의 우주법계를 ‘세계성취품’과 ‘화장세계’를 통해 논했다.

3장에서는 화엄경의 주역으로 등장하는 선지식을 만날 수 있다. ‘입법계품’을 보면 문수사리보살에 의해 선자동자가 53명의 선지식을 참배한다. 본각스님은 “여래를 대신해 중생을 구제하려고 노력하는 선각자의 행위가 ‘선지식’이란 이름으로 중요하게 다뤄지는 게 화엄경의 특징”이라며 “선재동자가 문수보살에 감동하고 미륵보살의 격려에 힘입어 보현보살과 동체가 되는 광경, 여래의 세계에 합일하게 한 구법자와 선지식의 역할이 돋보인다”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책에는 53선지식 가운데 21명에 이르는 여성선지식의 명칭과 법문을 일일이 표로 정리했다. 여성문제에 관심이 많은 스님의 의도가 반영돼 있다.

4장 ‘화엄의 기본교의’에서는 분과설과 종취설, 교판을 비롯해 화엄삼매, 화엄유심의, 십중유식, 화엄법계의, 화엄법계관문을 다뤘다. 각 회(會)에서의 근본삼매와 ‘입법계품’의 1백 삼매, 해인삼매의 위상, ‘십종품’의 십종삼매 등 경전에 나오는 삼매에 대한 부분도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원융’에 중점을 두고 별도로 장을 만든 5장 ‘화엄 원융교의’에서는 ‘십지품’ 초환희지의 육상원융을 시작으로 지스님이 창안한 ‘십현문’ 법장스님의 교의를 서술하고 있다. 6장 ‘화엄 수행론’은 화엄의 공관(空觀)과 공행(空行), 화엄보리심론, 화엄 신심론, 화엄계학을 얘기하는 챕터다. 공관은 실체로서 자성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 공성(空性)이고 이를 관찰하는 것이 공관이다. 반야의 공관을 보살도로 실천에 옮기는 것은 공행이다. 스님은 “공성-공관-공행은 화엄 보살도의 근본 실천행”이라며 “공관과 공행은 불가분의 관계로 공서의 진리를 체득하는 것이 대승보살도의 근본 토대가 된다”고 설명했다. 공행의 토양 위에 보리심의 씨앗을 심고 신심을 다져나가야 된다고 믿는 스님은 보살의 수행계위를 거쳐 불과(佛果)에 오른 다음 불과를 장엄하는 힘이 화엄의 계학이라고 설정했다. 책 말미에는 화엄을 공부하는데 꼭 봐야 할 경문과 필요한 문헌과 교의가 정리돼 있다.

본각스님은 “부디 화엄경에 가까이 다가가는 통로가 되고, 화엄교학을 연구하는 참고서 같은 역할을 하게 되길 바란다”고 희망하며 참다운 화엄행자의 길을 단단하게 걸어갈 것을 서원했다.

[불교신문 3401호/2018년6월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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