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 현안을 둘러싼 해법 모색을 위해 ‘조계종을 걱정하는 스님들의 모임’이라는 승가 단체가 지난 5일 공식 발족했다. 이날 3시간가량 진행된 비공개 회의 직후, 주최 측은 브리핑을 통해 논의 결과를 발표했다. MBC PD수첩 측이 제기한 종단의 각종 비위 의혹들이 더 이상 확대되기 전에 스스로 자정능력을 보여주자는데 의견을 모았다는 것이다. 과거 종단에서 소임을 보았거나 주요 사찰 주지를 지낸 스님들까지 폭넓게 참여해 머리를 맞대겠다고 하니 사태 해결을 위한 진심은 어느 정도 읽을 수 있었다. 

다만 이날 회의에서 구체적인 활동을 놓고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진 않은 듯하다. 활동방향을 놓고 온건론과 강경론이 오갔다고도 한다. 이 모임이 앞으로 종단 내 제기된 의혹에 대해 더 이상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지 않도록 적극 나서겠다고 한 만큼 유념해야할 점을 일러두고 싶다.

무엇보다 현재 의혹 당사자로 지목된 스님들이 자신들의 의혹 규명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는 모습을 외면해선 안 될 것이다. 총무원장 설정스님 경우만 보더라도 이는 여실하게 드러난다. 총무원장 스님은 분명 PD수첩 측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자신을 둘러싼 의혹 규명 차원에서 ‘교권 자주 및 혁신위원회’에 전권을 위임했다. 의혹당사자인 전 모 씨의 친모는 평소 존경하던 스님의 명예를 회복할 목적으로 가슴 아픈 개인사까지 털어놨다. 

MBC PD수첩 보도 또한 특정 세력에 편승한 사실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의혹 수준의 내용에 불과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이미 수차례 종단에서 밝혔듯 객관적 검증은 소홀히 한 채 특정세력의 사주를 받은 일방의 의혹제기라는 지적을 꾸준히 하며 강경대응을 천명했다. 이런 가운데 종정예하를 증명법사로 최근 공식 출범한 교권 자주 및 혁신위도 PD수첩 보도에 맞서 교단 자주권을 수호하고 방송에서 제기된 의혹을 자체적으로 규명하기 위해 힘쓸 것을 다짐했다. 

자칭 ‘조계종을 걱정하는 스님들 모임’이라면 앞으로 한국불교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식을 찾으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과거 일부 단체들이 보여준 방식대로 선정적인 언어로, 한국불교 1번지 조계사 앞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시위를 진행하며 일방 통행식 주장만 고집한다면 전혀 해법을 찾을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한다. 부처님 법을 믿고 따르는 종도라면 분열이나 혼란을 가중시키는데 열을 올릴게 아니다. 지금은 일단 믿고 기다려주자.

[불교신문3400호/2018년6월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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