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고 하는 생각을 벗어나야 곧 깨달을 수 있고 

항상 진리를 보아야 본래 무(無)임을 안다. 

가령 세속을 따르고 스스로 깨닫지 못한다면 

어두운 곳에서 장님을 따르는 것과 같다.

- <수행도지경> ‘행공품’ 중에서

절 안에서 정치적 계산이 난무한다면서 “승가도 썩을 대로 썩었다”며 비방하는 이가 있었다. 승가가 정치적이며 썩고 고인 구정물일 수도 있지만 정화의 물이 끊임없이 유입되면서 흘러가는 거대한 강물과 같다고 설명해도 자기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정치적이라는 것은 인간의 본질적 삶의 방법이다. 힘의 논리를 따라 패거리와 집단을 이루며 결국 권력의 향방에 따라 국가가 만들어지고 전쟁을 일으키며 약탈을 일삼았던 인류의 역사가 이를 대변한다. 인간의 성품은 생각하기에 따라 달리 변하는 것이지 원래 더럽지도 깨끗하지도 않다는 선사들의 가르침을 이해시키려는 나의 노력은 결국 수포로 돌아가 버렸다. 끝까지 굽히지 않는 자존심에 대고 “네가 생각하는 그런 더러운 곳에서 너는 왜 사느냐!”는 인내심이 바닥나버린 말을 했기 때문이었다. 헤어지고 난 뒤 후회를 했다. “너와 내가 함께 반성하며 살자”는 자기성찰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부끄러웠다.

[불교신문3401호/2018년6월20일자] 

도정스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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