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는 6월18일 단오를 맞아 화기를 다스리는 소금단지를 묻는 의식을 진행했다. 주지 지현스님을 비롯한 사중 스님들이 불단의 소금단지를 대웅전 앞으로 이운하고 있다.

조계사 대웅전 앞에 소금 매장
창포 부채 나누며 의미 되새겨

음력 5월5일 단오, 사찰은 산중이나 경내에 소금단지를 묻는다. 1년 중 양기가 가장 강한 단옷날 이 기운을 다스려 재해를 막으려는 사찰의 아름다운 풍습이다. 우주와 자연의 조화를 꾀하는 선조사 스님들의 지혜가 깃든 이 풍습은 간직해야할 무형의 유산 중 하나로 꼽힌다.

올해 단오에도 이 풍속을 잇는 행사들이 열려 눈길을 끈다. 18일 조계종 총본산 조계사를 비롯해 해인총림 해인사와 영축총림 통도사 등 전국의 많은 사찰에서 소금단지 묻기 의식이 열렸다. 각기 다른 풍습에 따라 해인사는 사찰 앞에 위치한 남산 정상에 소금단지를 매장했고, 통도사는 전각마다 지붕 위에 소금단지를 넣었다. 조계사는 대웅전 주변에 소금단지를 묻는 풍습을 이어 올해에도 대웅전 앞 해태상 아래에 소금단지를 묻었다.

세시풍속과 사찰의 풍속을 결합한 조계사 신중단오재는 잊혀져가는 단오를 다시 떠올리게 했다. ‘화기애애’를 주제로 창포와 부채, 소금 등 단오와 연관된 풍속이 선보였다. ‘화기애애’는 불의 기운 화기(火氣)를 다스리고 조화와 평화의 기운 화기(和氣)로 화기애애한 조계사를 만들어가자는 취지가 담겼다.

소금단지는 수(水)가 쓰인 종이에 쌓여 매장됐다. 조계사 주지 지현스님이 호법신중의 위신력으로 화마를 다스리는 염원을 담아 붓글씨로 수(水)를 쓰고 있다.

사중 스님들이 고령의 신도 10명의 발을 창포물로 씻어주는 세족 행사도 열렸다. 주지 지현스님은 이임란(88) 불자의 발을 직접 씻어주며 감사의 마음을 담아 무병장수를 기원했다. ‘당신이 있어 조계사는 참 행복합니다’라는 문구를 직접 쓴 부채도 선물했다. 

이임란 씨는 발을 씻어주던 물이 지현스님의 가사에 묻는 것을 보고 허리를 숙여 닦아주며 눈물을 보였다. “평생 이런 대접을 받아본 일이 없었는데, 주지 스님에게 이런 호강을 누리게 돼 참 행복하다”며 지현스님에게 정성스레 준비한 손수건을 선물했다.

조계사 단오재의 특징은 소금단지를 묻고 도량 곳곳을 돌며 호법신중의 위신력으로 화마로부터 도량을 수호할 것을 염원하는 도량재 형식으로 열리는 점이다. 이날도 불단에 올랐던 소금단지는 물을 상징하는 수(水)가 적힌 종이에 쌓여 대웅전 앞 해태상 아래 묻은데 이어 화엄성중 정근에 따라 사중 스님과 신도들이 모두 대웅전과 극락전 등을 돌며 의식을 진행했다.

이날 해태상 아래 매장된 소금단지는 내년 단옷날 새 소금으로 교체된다.

조계사 사부대중이 대웅전 앞 해태상 아래 소금단지를 매장하고 있다.
조계사 주지 지현스님을 비롯한 사중 스님들이 노령의 신도들의 발을 씻어주며 감사의 뜻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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