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량의경소 영인본 훈점 사진=둉국대 불교학술원

일본 천태진성종(天台眞盛宗) 총본산 사이쿄지(西敎寺)가 소장한 신라 원측(613-696)스님의 저술 <무량의경소(無量義經疏)>를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게 됐다. 동국대 불교학술원(원장 정승석) ABC사업단은 “오랫동안 사라진 문헌으로 알려져 있던 원측스님의 <무량의경소> 전체를 원래 모습대로 볼 수 있는 영인본을 간행했다”고 18일 밝혔다.

원측스님이 쓴 <무량의경소>는 법화삼부경 중 하나인 <무량의경>에 대한 주석서다. 사이쿄지가 소장한 중세 일본 사본 대장경 가운데 895년에 필사된 <무량의경소> 3권이 포함돼 있다. 사이쿄지는 필사본의 안전한 보존관리를 위해 오츠시 역사박물관에 보존관리를 위탁해 왔다.

사이쿄지 소장본이 원측스님 찬술일 것이란 추정은 이미 1960년대 일본에서부터 제기됐으나 주목받지 못했다. 우리나라 학계에서는 2008년 유식학자 기츠가와 도모아키(橘川智昭)씨가 발표하면서 기정사실화 됐다. 원측스님이 찬술한 때로부터 200여 년 후인 895년 린쇼 스님과 그 제자들이 필사해 전해진 것임이 밝혀졌다.

불교학술원은 사이쿄지에 <무량의경소> 필사본이 전해지는 것에 대해, <무량의경>이 법화경 개설 의미를 해설했기 때문으로 봤다. 법화삼부경의 하나인 <무량의경> 연구 주석서로 가장 유력하고 권위 있는 문헌이 원측스님의 저술이었기 때문이다. 필사본에는 린쇼스님이 제자들과 공부하면서 붉은 색으로 교정하고, 한문 문장을 이해하기 위해 붉은 색으로 점을 찍은 흔적이 남아 있다.

무량의경소 원본 사진=동국대 불교학술원

1000년이 넘게 전승돼 온 필사본은 일찌감치 그 가치를 인정받아 1937년 일본 국보로 지정됐다. 일본 학자들에게도 잘 공개되지 않다가 영인본까지 출간되기까지에는 최연식(ABC 사업단 부단장) 교수의 역할이 컸다. 키츠가와 씨 발표를 듣고 <무량의경소>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던 최 교수는 2012년 한국과 일본 불교문화교류 공동연구팀 일본 방문 때 원본을 직접 대면했다. 이후 ABC사업단에 참여하면서 해외에 전해지는 한국 불교고전 원본을 영인해 간행하는 사업을 제안, 추진했다.

하지만 일본 측 태도는 냉랭했다고 한다. 사찰소장 고문헌을 외국기관을 위해 영인한 사례가 없을뿐더러, 소장처 허가 없이 사진자료가 무작위 유포될 수 있다는 유려 때문이었다. 불교학술원은 “민병찬 국립박물관 학예관과 테라지마 일본 오츠시 역사박물관 학예사 등 명망있는 학자들의 도움으로 영인 사업이 성공했다”고 전했다. 필사본 사진촬영과 영인본 발간은 오츠시 역사박물관이 주도했다.

ABC사업단이 발간한 원측스님의 <무량의경소> 영인본은 국내 도서관과 연구기관, 학자들에게 배포된다. 사이쿄지 요청에 따라 온라인 공개는 되지 않는다. 불교학술원은 “유식학이나 법화불교 등 관련분야의 전문 연구자는 물론 관심 있는 불교학자들의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하며 “영인본 간행 경과에 대해서는 오는 30일 발간 예정인 <불교학술원> 소식지 10호에 자세하게 소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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