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사 ‘심~쿵 작은음악회 ... 매월 셋째 금요일 열려

지리산 화엄사는 매월 셋째 금요일 저녁 경내 화엄원에서 '심~쿵 작은음악회'를 연다.

언제부터인지 산사와 음악회가 제법 어울리는 궁합이 됐다. 여기에 천년고찰이 붙으면 더욱 감칠맛이 난다. 조계종 제19교구본사 화엄사(주지 덕문스님)에서 매달 열리는 작은음악회(셋째주 금요일)도 그러하다.

지난 15일 화엄원에서 두번째 ‘심~쿵 작은음악회’가 열렸다. 저녁 예불을 마치고 고요했던 템플스테이 전각 화엄원이 북적거렸다. 이번 음악회 출연자는 성악가 유환삼 씨를 비롯해 첼로리스트 김창헌, 소프라노 정은선, 대금 김경호 등.

음악회에 앞서 연수국장 태감스님은 “화엄사 작은음악회는 참석자들을 위한 특별 맞춤 음악회”라며 “한 달에 한번 지리산과 천년도량 그리고 선율에 몸과 마음을 맡기면 세파의 무거운 짐을 덜어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작은음악회를 총괄하고있는 화엄사 연수국장 태감스님.

태감스님이 밝힌 맞춤 음악회는 참가자들이 현장에서 직접 연주자와 곡을 선정해 신청하고, 즉석에서 연주하는 음악회다. 부부, 친구, 연인을 비롯해 생일, 기념일 등 특별한 사람과의 인연을 음악으로 소통한다. 오직 자신만을 위한 음악이기에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는, 그야말로 심~쿵 작은음악회다.

먼저 대금 연주가 김경호 씨를 비롯해 출연자들이 무대에 올라 자신의 예능을 선보였다. 이어 출연자들이 미리 준비한 곡명을 카드에 적어 나눠주고 관객들이 선정하도록 했다.

이날 첫 신청곡은 화엄사에서 가장 먼 곳에 사는 이에게 선택권을 주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사는 이현옥 씨가 손을 들었다.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이 씨는 고교 동창생들과 함께 화엄사를 찾았다가 행운을 얻었다. 이 씨가 지목한 연주가는 첼로 김창헌 씨. 무대에 오른 김 씨는 “인간의 음성에 가장 가까운 음을 내는 악기가 첼로”라고 소개하고 연주에 들어갔다.

연주자들이 준비한 곡은 50여 곡이 넘는다. 그렇지만 무대에서 선보인 연주와 공연은 15곡 가량. 모두가 관객들이 신청한 음악가와 연주였다.

작은음악회 참가자들이 연주자와 곡명이 적힌 카드를 보고 신청곡을 선정하고 있다.
화엄사 작은음악회는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자세로 관람할 수 있다.
작은음악회에 참여한 연주자들. 관객이 요청하면 즉석에서 무대에 오른다.

화엄사 작은음악회의 시작은 지난 4월 흑매가 한창일 때였다. 늦은 봄날, 각황전 앞에서 흑매를 무대로 작은음악회를 펼쳤고, 많은 이들이 감동했다. 템플스테이에서 작은음악회를 정례화하기로 했던 것이다.

이날 음악회에는 특별한 손님들이 동참했다. 여행모임의 새로운 장을 연 ‘무심재’ 회원들이 찾은 것이다. 무심재를 이끌고 있는 이형권 여행작가는 “화엄사 작은음악회는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어 좋았다”며 “벽에 기대거나 자리에 누워도 눈치 받지 않아 매우 특별한 체험이었다”고 밝혔다. 철저하게 관객을 위한 맞춤 음악회이기 때문이다.

훌쩍 2시간이 지났다. 산내 암자 구층암에서 내려온 덕제스님은 “음악도 편하게 감상하니 좋은 이와 차 한 잔을 마시는 듯하다”며 미소지었다.”
 

■ 작은음악회 연출 사회를 맡은 성악가 유환삼

“음악으로 부처님과 쉽게 만날 수 있어”

성악가 유환삼

“오늘 준비한 곡만 30곡입니다. 제 노래가 몇 곡이나 선택될지 모르겠습니다.” 심~쿵 작은음악회 출연자이자 연출, 사회, 엔지니어 등 1인 다역을 맡은 크로스오버 성악가 유환삼 씨는 공연에 앞서 “혹여 선택해주는 관객이 없을까 염려스럽다”며 긴장했다.

유씨가 추구하는 작은음악회는 관객과 눈높이를 맞추는 관객 맞춤형 음악회이다. “작은음악회에 출연하는 연주가들은 대부분 클래식 전공이지만 무대에서는 다양한 장르를 소화합니다. 뮤지컬, 오페라, 가곡에서 대중가요에 이르기까지 관객이 신청하면 무대에서 연주합니다.”

바리톤 전공인 유 씨가 크로스오버 성악가로 불리는 것은 중음에서 고음까지 소화할 수 있기 때문. 화려한 기교와 무게감 있는 매력적인 소리가 대중들과 쉽게 친근해지게 한다.

화엄사와의 인연으로 ‘불자 성악가’를 선언한 유 씨는 화엄사합창단과 어린이불교합창단 지휘를 맡고 있다. “불자들이 찬불가 부르기를 생활화 했으면 합니다. 가사와 곡이 감동입니다. 어디에서든 노래를 통해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는 자리가 주어진다면 달려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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