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 종민스님 브리핑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 종민스님이 주유네스코 짐바브웨 대사와 인사를 나누며 '산사'의 역사성과 전통성을 설명했다. 사진=조계종

산사 세계유산 등재의미 및 종단중심 관리단 필요 역설

“이번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는 살아있는 유산으로서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의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동안 문화재라고 하면 국보 보물 등 유형문화재 한 점을 생각했었다. 그러나 유네스코는 한국불교 1700년 역사 속에서 스님들이 이어온 수행과 생활, 독특한 교육체계 등 무형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산사가 갖고 있는 외형적으로 보이는 유산을 넘어 그것을 지켜낸 사람, 즉 스님과 신도들의 수행과 신행생활 자체를 중요하게 여김으로써 전통사찰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줬다.”

전통사찰 인식개선 계기돼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 세계유산 등재 관련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 종민스님은 지난 5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브리핑룸에서 ‘산사’ 세계유산 등재 의미를 이같이 설명했다. 통도사, 법주사, 대흥사, 마곡사, 부석사, 봉정사, 선암사 등 7개 사찰은 970 여개에 달하는 한국의 전통사찰을 대표하는 동시에 한국 산사가 갖는 사상적, 신앙적, 지리적 다양성을 대변한다. ‘산사’의 세계유산 등재는 곧 한국 전통사찰의 역사성과 전통성을 세계적으로 고양시킨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찰에 대한 인식변화의 계기가 됐다는 점이다. 그동안 한국사회는 사찰 전체를 하나의 문화로 보는 게 아니라 대웅전, 탑과 같이 유형적인 성보들만 문화재로 보는 경향이 강했다. 국보나 보물 등 국가지정문화재에 관심을 쏟을 뿐 유형의 유산을 지켜내기 위한 노력들은 간과한 것이다. 하지만 유네스코는 부동산의 문화재보다 살아있는 유산인 전통사찰에 집중했다. 삼국시대 창건 이래 지금까지 사찰에서 주석한 스님들이 어떻게 수행하고 공부하고, 생활했는지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화엄, 법상, 선종 등 다양한 사상이 유입되면서 사상을 대표하는 사찰이 창건되고, 그에 맞게 교육도 이뤄졌다. 스님들은 사찰운영도 직접 책임졌다. 농사를 짓거나 탁발을 했고, 불사도 직접 했다. 전각을 짓고, 불화를 조성하고, 절에 사용되는 불구들도 스님들이 제작했다. 몽골 침입, 임진왜란 등 전란 속에서 대중과 사찰을 지키기 위한 스님들의 헌신, 숭유억불정책이 시행된 조선시대 핍박을 이겨낸 노력도 간과할 수 없다. 

임진왜란 이후 폐사된 사찰을 중건하면서 지금까지 그 문화를 이어오고 있다. 오늘날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많은 불교문화재들은 모두 스님들의 손을 거쳐 조성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화부장 스님은 “유네스코는 산사가 살아 있는 유산이라는 데 포인트를 뒀다”며 “스님과 신도들이 신앙공동체를 구성해 현재까지 수행과 신행을 유지해 온 측면에서 산사의 가치는 헤아릴 수 없다”고 자평했다.

21개 나라가 인정한 ‘산사’

부장 스님은 지난 6월30일 바레인 마나마에서 열린 42차 세계유산위원회 등재 현장분위기도 전했다. 스님은 “이코모스가 심사평가서에 4개 사찰만 등재권고 한고, 3개 사찰을 보류한 상황에서 바레인 가는 발걸음이 무거웠다”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물론 종단은 바레인 출발 전부터 3개 사찰 포함해 7개 사찰을 모두 등재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했다. 

문화부와 산사세계유산추진위원회가 노력해 12가지 지적사항에 대한 정오표를 만들어 유네스코에 보냈다. 외교교섭 지지자료를 만들어 외교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바레인으로 출발하기 전 외교부 차관을 만난 스님은 7개 사찰 모두 역사성과 전통성 갖는 살아있는 유산이라는 점을 부각시킨 지지자료를 직접 전하며 21개 위원국 대사들을 설득해줄 것을 부탁했다고 한다.

“27일 출국해 첫째 둘째 날은 긴장했다. 21개 위원국 가운데 7~8개 나라에서 지지를 해주면 7개 사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위원국 설득여부에 우리나라 대표단 관심이 쏠렸다. 짐바브웨, 중국 등이 지지발언을 해준다는 소식을 듣고 안심했다.”

6월30일 등재 당일 ‘산사’ 세계유산 등재 권고문을 작성한 크리스탈 바클리 이코모스 어드바이져가 ‘산사’의 가치를 위원국과 회원국에 설명했다. 첫 번째 지지발언은 스페인에서 나왔다. 7개 사찰이 모두 역사성과 정통성을 갖고 등재돼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이다. 인도네시아, 헝가리, 우간다, 브라질, 보스니아, 노르웨이, 쿠웨이트, 튀니지, 짐바브웨, 쿠바 등 많은 위원국들이 7개 사찰 모두 등재돼야 한다는 지지표명을 했다.

세계유산 산사 관리는 이렇게

산사 세계유산 등재 소식과 함께 일부에서는 규제만 생긴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종민스님은 ‘규제’가 아닌 ‘권고’를 강조했다. “스님들 생활공간 내부에서 일어나는 현대식 건축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정한 상태에서 등재됐다”는 문화부장 스님은 “강력한 규제로 박제화 된 산사가 아닌 살아있는 유산으로서 사찰을 보존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네스코 권고안은 불사가 무조건 안 된다는 규정이 아니다. 스님들 수행, 예경과 생활공간, 불자들의 신행공간을 훼손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불사를 해야 한다는 것을 인정했다. 지금 유지하고 있는 상태를 벗어난 불사에서 유네스코센터랑 사전에 의논하면 된다. 또 우리나라는 ‘문화재보호법’과 ‘전통사찰의 보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등이 제정돼 있기 때문에 국내법에 따라 보존관리 하면 된다.

종민스님은 ‘(가칭)산사통합관리단(혹은 산사세계유산센터)’을 구성해 사찰과 지자체와 긴밀한 활동을 예고했다. “2017년 1월 세계유산센터에 등재신청서를 제출할 때 7개 산사를 통합관리하는 센터로 종단 주도의 산사통합관리단을 출범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며 “세계유산협약에 따라 등재된 유산이 적절히 보존관리 될 수 있도록 7개 산사의 학술연구와 보존방안 마련, 홍보 등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찰 내 건물신축을 비롯한 종합정비계획, 관광객 관리방안 역시 통합관리단에서 한다. “7개 사찰을 처음부터 끝까지 관리하고 파악하고 있는 산사추진위가 같이 투입돼 등재신청서대로 이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효율적인 방안”이라고 제시한 스님은 “연속유산이라고 해서 7개가 함께 지정된 것은 처음이기 때문에 종단과 사찰, 지자체, 정부기관, 세계유산센터가 긴밀히 협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캐나다 이코모스 디누 붐바루 씨와 이야기나누는 문화부장 스님 사진=조계종

숨은 공신 정오표와 지지자료
이코모스도 오류 지적 수긍해
12개 중 11개 항목 받아들여

‘산사’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담겼다. 특히 산사세계유산추진위원회(위원장 설정스님, 조계종 총무원장, 이하 추진위)는 2014년 발족 이후 지금까지 국내외 학술회의와 등재신청서 작성, 해외전문가 초청 예비실사 등을 진행하며 산사의 가치를 세계적으로 알리는 데 일조했다.

무엇보다 종단과 추진위가 준비한 정오표와 외교교섭 지지자료는 숨은 공신이기도 하다. 이코모스가 4개 사찰만 등재권고한 평가서가 공개된 이후 추진위는 평가서에서 오류를 찾아냈다.

김정은 추진위 선임연구원은 “주유네스코대한민국대표부로부터 정오표를 제출해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역사와 문화를 바라보는 관점이나 해석이 분분하기 때문에 받아들여지든 안 받아들여지든 정오표 작성에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등재신청서와 함께 오래도록 남을 자료였기 때문에 추진위는 정오표 작성에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이코모스 평가서 내용 중 오류가 있는 부분을 하나씩 짚어 수정안을 제시했다. 추진위가 제출한 정오표는 유네스코센터를 거쳐 이코모스로 전달됐다. 추진위는 정오표 내용이 얼마나 받아들여졌는지 모른 채 24일 바레인으로 향했다. 발걸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김 선임연구원은 “25일 정오표가 업로드 됐다는 소식을 듣고 확인한 결과 이코모스는 추진위가 제출한 12개 항목 중 11개 오류를 인정했음을 알 수 있었다”며 “이코모스가 정오표에 대해 주간적인 주장이라며 각하하는 경향이 큰데 ‘산사’ 관련해서는 11개나 받아들인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라고 전했다. 

다른 나라 사례를 분석해 봐도 이코모스가 자신들 오류를 인정하고 수정한 예가 많지 않다. 이용윤 총무원 문화부 팀장은 “권고안에서 역사성 발전가능성에 대한 오류가 집중돼 있어 그에 대한 수정안을 제출했다”며 “이코모스 측에 3개 사찰을 제외해달라는 의견을 삭제 요청한 것 외에는 11개 항목이 다 받아들여졌다”고 설명했다.

정오표와 이를 토대로 작성한 외교지지 교섭자료의 가치는 등재 당일 확실히 드러났다. 21개 외교국 움직였던 비결은 바로 정오표였다. 노르웨이는 4개 사찰만 지정됐을 때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추가 보안자료를 보고 마음을 바꿨다고 했다. 헝가리도 정오표를 직접 언급하며 7개 산사가 갖는 우수성을 역설했다. 7~9개 나라가 아니라 19개국이 지지발언 해 준 것은 정오표 외교교섭자료 충분히 활용한 덕분이었다.

종민스님은 “각 나라 대표들이 공통적으로 한 얘기가 정오표가 완벽해서, 그것을 보고 설득됐고 지지발언을 했다“며 “종단 추진위 연구원들도 고생했지만 특히 외교부 도움이 컸다. 문화재청 지방자치단체들이 함께 한 덕분에 큰 성과를 얻었다”고 평했다.

[불교신문3407호/2018년7월11일자]

어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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