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군삶의쉼터 개관 10주년 기념식 현장

7월19일 거창군삶의쉼터 개관 10주년 기념행사에는 복지관 이용자와 지역주민들, 전국 각지서 몰려온 불교사회복지계 하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사진은 10돌 기념 무지개떡 절단식. 맨 왼쪽에 종로노인복지관장 정관스님과 서울노인복지센터 관장 희유스님도 나란히 참석했다.

“참말로 오래 살고 볼일이네. 여기가 바로 천국이구먼!” 여든 넘은 김덕락 할아버지가 복지관 의견나눔란에 손수 적은 글귀다. 삐뚤빼뚤한 어르신 손글씨는, 거창군삶의쉼터(관장 일광스님) 개관 10주년을 맞아 제작된 기념동영상 마지막 한 컷을 조용한 울림으로 장식했다.

지난 18일 거창군삶의쉼터 노인·여성복지관 지하1층 대강당. 노인과 여성, 그리고 장애인까지 아우르는 거창의 명실상부한 통합복지시설인 거창군삶의쉼터 개관 10돌을 맞아 복지관 이용자와 지역 기관장·시설장은 물론이고 전국 각지서 몰려온 축하객으로 대강당은 발디딜 틈이 없었다. 37도가 넘는 폭염의 날씨가 무색할 정도로, 10여년 세월동안 아픔과 고충을 딛고 일어나 전국 최고의 통합복지시설로 우뚝 선 거창군삶의쉼터에는, 그간의 노고를 찬탄하고 감사하는 인파들로 후끈 달아올랐다. 강당의 뜨거운 열기는 식전행사로 무대에 오른 거창우리문화연구회 난타공연팀의 우렁차고 신명나는 북소리가 시원한 에너지로 식혀줬다.

조계종사회복지재단 대표이사 설정스님을 대신해서 거창군삶의쉼터 운영위원장 선용스님(가운데)이 거창군청 복지정책과 정상준 과장과 거창군삶의쉼터 관장 일광스님에게 공로패를 수여했다.

거창군삶의쉼터 개관 10주년 기념식은 ‘함께 걸어온 10년, 행복한 삶을 꽃피우다’를 주제로 약 120분간 펼쳐졌다. 다소 유사한 격려사 축사가 난무하는 기념식도 많고, 내빈 중심으로 상패를 주고받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이 날 거창군삶의쉼터 기념행사는 조금 달랐다. 아이유가 리메이크한 대중가요 ‘너의 의미’를 ‘OST’로 깔고 단편영화처럼 만든 10주년 기념동영상부터 눈길을 끌었다. 영상물에는 오직 복지관 이용자와 자원봉사자, 후원자와 지역주민들이 함께 걸어온 지난 10년이 오롯이 담겼다.

유공자 표창이 이어졌다. 조계종사회복지재단 대표이사 설정스님이 거창군삶의쉼터 관장 일광스님에게 공로를 치하하는 표창패를 수여했고 구인모 거창군수가 최병철 NH농협 거창군지부장과 신혜정 거창읍자원봉사회장에게 직접 감사패를 전달했다.

거창군삶의쉼터가 개관한 2008년부터 10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복지관을 쉼터삼아 살아온 이용자들에게 관장 일광스님이 감사의 표창을 수여했다.

이어 거창군삶의쉼터 터주대감들이 잇따라 무대에 호명됐다. 복지관 개관 때부터 지금껏 초심으로 일해온 윤채민 통합운영팀장, 최종수 노인여성복지팀장, 장세정 장애인사회재활팀장 등 3인은 상장을 받자마자 꽃다발을 든 복지관 이용자들이 무대위로 올라와 고마움을 전했다. 이번에는 반대다. 10년을 하루같이 복지관을 내 집처럼 드나들면서 그야말로 삶의 쉼터로 삼아온 3인, 노인복지관 대표 제용화 어르신, 여성복지관 대표 조수아님, 장애인복지관 대표 이현아님이다. 관장 스님이 이들을 호명하면서 상패를 건네고 힘껏 안아주자 지켜보던 복지사와 직원들은 우르르 무대에 올라가 서로를 얼싸안았다. 서른 나이에 아픈 몸으로 복지관을 찾아온 이현아씨는 급기야 참았던 눈물을 왈칵 쏟아냈고 곁에 있던 어머니는 입술을 깨물면서 울음을 참았다.

오늘부터 명예직원으로 명찰을 받은 정현숙 어르신은 80 연세에도 날마다 복지관 자원봉사를 자청하고 경로식당에서 온갖 궂은 일을 해왔다.

이례적으로 명예직원 공로패 수여식도 있었다. 10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셔틀버스를 타고 복지관에 출근하다시피 해서 경로식당 자원봉사를 이어온 올해 여든의 정현숙 어르신에게 관장 스님은 명예직원 명찰을 직접 가슴에 달아주며 감사인사를 전했다.

10년 세월을 변함없이 거창군삶의쉼터에서 일해온 터줏대감들에게도 감사의 표창을 전했다.

일광스님은 “거창군삶의쉼터는 2008년 개관 이래 10여년간 어르신과 여성, 장애인, 후원자 6000여명 구성원들이 아름드리 숲을 이루는 지역사회 행복공동체”라며 “보건복지부 지정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되는가 하면 최근에는 전 영역이 모두 우수해서 타기관 벤차마킹의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앞으로 10년도 신뢰와 청렴을 기반으로 다양해진 복지수요와 욕구에 발맞추어 끊임없이 성장 발전해 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일광스님은 또 “노년기 고립과 우울에 빠진 어르신들이 우리 복지관에 오셔서 지금이 내인생의 봄날이라고 말씀하시고 못먹고 못배운 지난 삶에서 이제야 비로소 사람사는 것처럼 살게 됐다고 하신다”며 “이것이 우리 복지관의 역할과 존재이유”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그동안 경험 바탕으로 마지막까지 어머니품속처럼 따스한 삶의쉼터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소통과 화합으로 활력넘치는 복지관으로 힘찬 날개짓을 할 수 있도록 애정어린 격려 응원의 박수 부탁드린다”고 하자 우렁찬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거창삶의쉼터 주인공은 언제나 이용자 어르신들이다. 이 날도 마치 당신들의 생일인 것처럼 즐거워했다.

구인모 거창군수는 “2012년 거창군청에서 일할 때 삶의쉼터 목욕시설을 지원하는 업무를 해서 그런지 이 곳을 지날 때면 언제나 마음이 훈훈하다”며 “10년간 거창의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이끌어준 복지관에 감사인사 드린다”고 말했다. 이홍희 거창군의회 의장은 “정채봉 시인의 시에 손수건 같은 만남을 갖자는 싯구처럼 이웃의 눈물을 닦아주고 땀을 닦아주는 거창군삶의쉼터에 감사드리고, 복지관을 이토록 반듯하게 가꾸어서 위상을 높여준 관장 일광스님께도 고마움을 전한다”고 말했다.

조계종사회복지재단 대표이사 설정스님의 치사를 거창군삶의쉼터 운영위원장 선용스님이 대독하기도 했다. 치사는 “종단에서 운영하는 유일한 노인여성장애인 통합형 복지기관으로 어르신들의 건강하고 활기찬 노후생활, 장애인 재활 등을 기조로 사회통합과 화합, 자율과 긍정을 담아 모든 직원이 소임을 다해서 여타 다른 기관보다 모범적으로 평가되고 있다”며 “2008년 개관 때의 초심을 기억하며 앞으로 10년도 거창군삶의쉼터에서 즐거운 삶을 꽃피우기 바란다”고 말했다.

폭염 무더위에도 시원한 에너지를 선사한 거창우리문화연구회 난타공연단.

이 날 기념행사에는 거창군삶의쉼터 운영지원사찰 아림사 회주 선용스님(2대 관장), 5대 관장 은산스님, 해인사 사회국장 불암스님 거창불교사암연합회장 학암스님, 조계종사회복지재단 시설협의회 부회장 희유스님, 서울 종로노인족합복지관장 정관스님, 조계종사회복지재단 시설협의회 영남지역개표위원장 도선스님, 구인모 거창군수, 이홍희 거창군의회 의장, 김향란 거창군의회 부의장 등 사부대중 300여명이 참석했다. 거창군에서는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셔틀버스를 NH농협 거창군지부에선 500만원의 후원금을 각각 전달했다. 또한 거창군삶의쉼터 10주년 행사를 맞아 불교신문 논설위원이기도 한 관장 일광스님은 지난 2015년부터 2년간 불교신문에 연재한 글을 모아 수행에세이집 <스님의 남자친구>를 출간했다.

불교신문 논설위원이기도 한 거창군삶의쉼터 관장 일광스님은 이 날을 기념하면서 수행에세이집 <스님의 남자친구>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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