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모습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모든 중생 공경하고 옳고 그름
시비하지 않으면서 수행해가면
전생 죄업까지 소멸할 수 있어

불자들의 일상생활에서 떼어 놓을 수 없는 경이 <금강경>입니다. 이 경을 받아 지녀 읽고 외움으로써 업장이 소멸되는 공덕을 대주스님은 말합니다.

원문 번역: 문) <금강경>에서 “이 경을 받아 지녀 읽고 외우는 선남자 선여인이 만약 다른 사람들에게 업신여김과 천대를 받는다면, 이들이 지은 전생의 죄업으로는 지옥, 아귀, 축생계로 떨어져야 하겠지만, 금생에 다른 사람들이 업신여기고 천대하였으므로 이 일로 전생에 지은 죄업이 소멸되어 높고도 올바른 깨달음을 얻게 되리라”고 하였는데 그 뜻이 무엇입니까? 답) 아직 훌륭한 선지식을 만나지 못한 사람은 나쁜 업만 지어, ‘본디 맑고 깨끗한 마음’이 탐욕, 성냄, 어리석음의 무명에 덮여 그 마음을 드러낼 수 없으므로, “다른 사람들에게 업신여김과 천대를 받는다”고 말한다. “금생에 다른 사람들이 업신여기고 천대하였으므로 이 일로 전생의 죄업이 소멸되어 깨달음을 얻으리라”고 한 것은, 금일 도를 닦을 마음을 내자 무명이 다 사라지고 탐욕, 성냄, 어리석은 마음이 생기지 않으니, 곧 본디 마음이 밝아져 다시 망념이 없어 모든 악이 영원히 사라졌기 때문이다. 금생에 사람들이 업신여기고 천대하였지만 이 일로 발심하여 무명이 사라지고 망념이 생겨나지 않아 자연스럽게 해탈하므로 “깨달음을 얻게 되리라”고 말한 것이다. 곧 ‘도를 닦는 마음을 드러낼 때’를 금생이라 하지 한 생을 건너뛰어 말한 것이 아니다. 

강설: “다른 사람들에게 업신여김과 천대를 받는다”는 것은, 사람마다 지니고 있는 ‘본디 맑고 깨끗한 부처님의 마음’을 드러내줄 ? 훌륭한 선지식을 미처 만나지 못하여 탐욕, 성냄, 어리석음 속에 있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금강경을 아무리 열심히 읽고 있더라도 이들이 전생에 지은 업으로 지옥, 아귀, 축생계로 떨어져야 할 모습이 아직 많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업신여기고 천대를 하더라도, 오히려 이 일로 발심하여 전생의 죄업을 없애고 그 자리에서 바로 깨달음을 얻으니, 대주스님은 ‘도를 닦는 마음을 낼 때’를 금생이라 하는 것입니다. 전생의 죄업이 있더라도 금강경 이치로 한 생각 돌이킬 때 그 자리에서 온갖 죄업이 사라져 깨달음을 얻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 번 정리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업신여김과 천대를 받는다”는 것은 스스로의 맑고 깨끗한 부처님의 마음이 무명에 덮여 나타나지 않으므로 이 마음을 볼 수 없어 천하다는 것을 강조하여 말한 것이지, 실제로 어떤 사람에게 업신여김과 천대를 받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업신여기고 천대한다”는 것은, 이 일로 도 닦을 마음을 일으켜 무명을 없애므로 부처님 마음이 드러나는 계기가 된다는 것입니다. 불법과 선지식을 만나기 전에는 무명이 부처님의 마음을 덮고 있어서 천대받았지만, 도를 닦는 마음을 드러낸 뒤에는 도리어 무명을 업신여기고 물리쳐 깨달음을 얻으니, 이것을 “금생에 다른 사람들이 업신여기고 천대하여 깨달음을 얻으리라”라고 표현한 것입니다.

육조 혜능스님은 <금강경>의 이 부분에 대하여 “전생의 업장이 무거운 사람은 금생에 경전을 받아 지녀 외우더라도 다른 사람의 업신여김을 받는다. 그러나 이 사람은 경전의 가르침대로 배우고 실천하여 늘 모든 중생을 공경하고 옳고 그름을 시비하지 않으면서 수행해 나가므로, 전생부터 금생의 모든 죄업까지 다 소멸할 수 있다”고 말하였습니다. 

‘나라는 모습에 집착하는 것’이 없어 업을 짓지 않고 온갖 장애를 끊어 깨달음을 이루는 것은, 모두 경을 받아 지녀 읽고 외움으로써 드러나는 힘에서 나옵니다.

[불교신문3410호/2018년7월21일자] 

원순스님 송광사 인월암 삽화=손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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