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성은 自在性에서 나온다
사실이며 진리에 기대있기에 
걸림이 없는 것이 자재성이다
독립기관일수록 자재성 갖춰야 

과거 감사원의 회계감사에 있어서 ‘감사필’이라는 도장을 찍어가면서 한 번 이루어진 감사대상에 대한 중복감사를 경계하던 시절이 있었다. 요즈음 4대강사업 중복 감사를 둘러싸고 언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이른바 최고감사기구(Supreme Audit Institution)인 감사원을 지켜보는 심정이 참담하다.

시민단체의 공익감사 청구 형식을 빌린 청와대 하명의 억지춘향 감사, 파고 또 파고 맹탕으로 끝난 4번째 감사, 조치도 못하는 감사 논문 쓰려고 한 것인가, 매번 정권의 입맛에 맞는 감사만 한다면 스스로 문을 닫는게 낫다는 등 헌법상의 독립기구에 대하여 더 갈 데 없는 비판을 모든 언론이 쏟아내고 있는데도 감사원은 감사중점이 다르다는 궁색한 변명 뿐이다.

이번 감사결과를 보면 사업결정에서 집행에 이르기까지 재판기록까지 검토하는 등 4대강사업에 대해 비교적 정밀하게 접근하였을 뿐 아니라 서울대, 연세대 그리고 대한환경공학회 등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아 이·치수(利·治水)효과 분석과 수질평가와 더불어 사업의 경제성 분석까지 감사요원들의 노력과 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감사였다. 그러나 감사원의 설명대로 중점과 시기가 다른 감사라 하더라도 정권 별로 네 번씩이나 이루어지는 감사에 그 결론 역시 일관되지 못한 점에 대해서 설명이 궁색할 것이다.

세계감사원장기구(INTOSAI)의 준칙에 따르면 감사기구의 운영에 있어 독립성과 객관성이 훼손된 것으로 비추어지거나 인식되는 것은 실제로 그런 것과 똑같은 피해를 초래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감사원이 추구해야할 우선적 가치는 독립성과 객관성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하는 대목이다. 독립성이란 양면성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헌법이나 법률에 의해 독립성을 보장받는 기관의 경우 그 위상이 어느 정도 확보되는 측면이 있지만 독립기구의 구성원들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독립성을 지켜내지 못하면 일순간에 조롱거리가 되는 것이다. 능력과 힘의 뒷받침이 없는 독립성은 곧 고립성으로 전락한다. 독립기관 스스로의 자존의 의지야 말로 독립성의 요체라 할 수 있다.

부처님 탄생게인 천상천하 유아독존은 인간의 존엄에 대한 선언이다. 왜 부처님이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존재인가. 부처님은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이루었고 가르친 모든 것은 사실과 같았고(如如), 진실에 어긋남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유자재한 존재이다. 독립성은 곧 자재성(自在性)에서 온다고 본다. 사실과 같고 진리에 기대어 있기 때문에 걸림이 없는 것이 자재성이다.

독립기관일수록 자재성을 갖추어야 한다. 감사직무에 있어서는 사실에 기초하여 최고의 능력을 발휘함으로써 부정과 비리를 발본색원해야 할 것이고 감사원장을 비롯한 모든 구성원은 사욕과 권력에 기대지 말고 진실만이 힘이라는 믿음을 저버리지 않아야 한다.

이번 감사결과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름대로 실무진의 능력과 정성을 찾을 수 있다. 그럼에도 이를 무위로 만든 것은 관리자들의 비겁함에 있지는 않은지 잘 살펴볼 일이다. 권력자의 관심보다는 국민이 진정으로 바라는 감사대상이 산적해 있다. 청와대를 향한 더듬이를 과감하게 뿌리치고 오로지 진실의 힘에만 의지하겠다는 자재성을 갖춘 최고감사기구를 기대한다.

[불교신문3410호/2018년7월21일자] 

하복동 논설위원·동국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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