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구출

저자 족첸 뾘롭 린뽀체 지음·이종복 옮김/ 담앤북스

세계적 불교센터 설립한
불교학자의 ‘대중명상서’

행복한 삶에 다가가도록
알려주는 현실적인 조언

“당신이 ‘화’라는 에너지
부채질 않는다면 사라져”

티베트 출신 명상지도자 족첸 뾘롭 린뽀체가 감정 다스림에 대한 티베트의 지혜를 전하는 대중명상서 <감정 구출>가 최근 우리말로 번역돼 출간됐다. 사진은 대중 강연을 하고 있는 족첸 뾘롭 린뽀체. 사진=날란다보디

인간에게 감정이 사라진다면 우리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아마도 공상과학영화에 나오는 인공지능이나 로봇들로 가득 찬 무채색의 재미없는 흑백의 일상이 될지 모른다. 이처럼 감정은 우리 삶에 에너지, 색깔, 다양성을 불러온다. 하지만 그 감정에 휘말려 오랜 시간을 허비하기도 한다. 감정은 우리를 가장 환희로운 상태로 올려 줄 수도 있고, 착각과 절망의 심연으로 끌어내릴 수도, 이 둘 사이의 어떤 것으로도 이끌 수 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은 감정을 사물이나 소유물처럼 여기는 우를 범한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르면, 우리의 감정들은 거대한 에너지 장, 광활한 생생함, 아름답게 빛나며 충만한 불꽃 속에서 노닌다. 이 에너지 장은 순수한 물과 같아 깨끗하고, 투명하다. 여기에 생각이 치고 들어와 이 깨끗한 에너지 위에 이름표, 판단, 이야기들을 덧대기 시작한다. 각각의 생각은 마치 물과 섞일 때 색을 뿜어내는 염료 한 방울과 같다. 그리고 이 순수한 에너지가 생각과 섞이면 마음은 매우 다채롭고, 화사하고, 표현이 넘치게 된다. 이것이 바로 부처님이 찾아낸 ‘감정’에 관한 진실이다.

국제적인 불교센터 네트워크인 날란다 보디의 설립자이며 현재 단체를 이끌고 있는 명상지도자 족첸 뾘롭 린뽀체는 최근 펴낸 <감정 구출>에서 감정 다스림에 관한 티베트의 지혜를 전한다. 특히 감정을 다루는 동서양의 차이점을 직시하면서, 감정을 두려워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고요히 직시할 수 있게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어 주목된다.

북미에서 활동하고 있는 티베트 불교학자이기도 한 그는 “감정 안에는 에너지와 관념 등 오직 두 가지 재료만 들어 있다”면서 “밝고 생기 넘치고 영양분 가득하며 지속적인 것이 에너지이고, 그 에너지에 색깔과 맛까지 입히는 분별적인 것이 생각”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감정이 우리 삶을 이끄는 힘이라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행복, 기쁨은 우리의 일상을 뒤흔드는 감정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그렇다면 화, 질투, 욕심, 공포 등 우리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부정적인 감정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때문에 저자는 “분별과 이름표를 떼어놓고 억눌린 감정에서 자유로워지며, 감정 본연의 에너지를 느끼려면 몇 가지 수련이 필요하다”면서‘ 감정 구출의 3단계’를 제시한다.

첫 번째는 알아차리며 거리 두기(mindful gap). 나와 감정 사이에 안전거리를 만드는 연습이다. 자신의 감정과 마음을 열고 소통하는 심리적 공간을 만들 수 있다. 무엇을 느끼건 그 순간에 반응하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마음을 연 채 그 감정을 느끼고 그 느낌을 붙잡고 응시하는 과정을 통해 감정들을 아무런 선입견 없이 경험할 수 있다. 감정들이 일어날 때 억누르지 말고 그들 고유의 모습으로 일어나도록 내버려 두고 그 장관을 바라보기만 한다. 쓸모없거나 나쁜 감정은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두 번째는 명확하게 바라보기(clear seeing)다. 감정과 감정을 둘러싼 주변 환경을 바라보는 연습으로 화를 내는 순간, 깨진 화병과 같은 것들을 더 이상 마음에 하나하나 담아 두지 않음을 뜻한다. 대신 그 일이 일어났던 전반적인 상황을 주시하는 것이다. 자신의 감정 반응에 담긴 습관적 패턴을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 단계는 내려놓기(letting go)다. 오감명상 및 몸과 연결되는 경험을 통해 억눌린 에너지를 풀어내는 연습이다. 상황을 관찰하면서도 간섭하지 않으며,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열려 있는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단계가 숙련되면 부정적인 감정에서 긍정과 창의성의 에너지를 발견하는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저자는 “감정이란 반짝이는 불빛 혹은 청량음료 위의 거품과도 같은 만큼 불꽃처럼 번쩍인 다음 다른 불꽃으로 일어난다”면서 “이 불꽃들은 연관되어 있지만 동일하지 않으며 오래가지도 않는데, 이것이 감정들의 진면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신이 ‘화’라는 에너지를 부채질하지 않는다면, 사라질 것”이라며 “‘화’라는 감정에 친절, 연민, 용서와 같은 긍정적인 생각을 계속 먹이면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살펴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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