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신부들이 조계사 앞에 모여서 불교관련 사업 수사를 촉구하고 총무원장 스님 퇴진을 주장했다. ‘설조스님과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라는 이들은 이해동 목사, 개신교 집사인 전태일재단 이사장, 함세웅 이명준 안충석 신부 등 타종교 성직자들과 진보적 성향의 시민단체 원로들이다. 

이들 중 장영달 우석대 총장은 민주당 국회의원을 지내고 현재 정부의 ‘기무사개혁TF’ 위원장을 맡고 있는 고위 공직자 신분이다. 다른 종교 성직자가 조계종을 비리 집단으로 낙인 찍고 검찰 수사와 종단대표자 퇴진을 촉구하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다른 곳도 아닌 조계종 총본산 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추기경 물러나고 전국 지자체에서 진행되는 천주교 성역화 사업 비리 수사하라고 스님이 명동성당 앞에서 시위하는 꼴이다. 

시위를 주도하는 불자들도 문제가 많다. 이들 중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종단과 사찰로부터 혜택을 받아 생활을 영위하던 재가자들이다. 지난 날 그들이 했던 일과 받았던 은덕을 생각하면 종단을 향해 손가락질 할 것이 아니라 함께 참회하는 태도가 마땅하다. 종단의 잘못, 스님의 허물이 있다면 그들 역시 한 때는 가담자이며 동조자였다. 스님들도 남을 탓 하기 보다 먼저 자신의 허물부터 보기를 바란다. 

수행자로서 계를 잘 지키고 정진을 게을리 하지 않으며 대중과 화합하며 힘들고 어려운 일에 먼저 나서고 자신을 먼저 경책하는 모범을 보였던가? 나를 거둬 먹여주고 재워주고 공부시켜준 종단과 본사 스님들을 위해 나는 어떤 기여를 하고 희생을 했는가 되돌아보기 바란다. 그래도 부끄러움이 없고 허물이 없다면 자신을 드러내고 분명한 주장을 펼쳐 종단을 올곧게 세우는데 나서기를 바란다. 

종단 대표자 퇴진과 조계종에 대한 검찰 수사 촉구는 종단을 낭떠러지로 떠미는 것과 같다. 취임 1년도 안된 총무원장 스님이 퇴진하면 조계종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으로 빠져든다. 선거 한번 치르면 종단이 만신창이가 되고 온갖 음해가 난무하고 스님들은 서로 나뉘어 분열 갈등한다. ‘선거망불론’(選擧亡佛論)이 나올 정도로 폐해가 심각했다. 

지난 집행부 부터 선거 후유증에서 겨우 벗어났는데 1년도 안돼 다시 옛날로 돌아가라니, 망하라고 고사 지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문화재를 화재나 도난으로 부터 방지하기 위해 국책사업으로 진행하는 방재사업과 외국인들에게 한국문화의 정수를 보여주고 국민들에게 진정한 쉼을 체험하도록 만든 템플스테이 수사 요구도 종단을 흔드는 훼불이다. 

종단 소속 대부분 사찰이 두 사업과 관련이 있는데 검찰수사를 요구하는 것은 전국 사찰과 스님을 잠재적 범죄자로 바라보는 끔찍한 발상이다. 검찰 수사는 또 종단을 다시 사법부 손에 맡기자는 위험한 주장이다. 검찰과 사법부 손에 의해 종단 대표자가 바뀌고 종단 운명이 좌우되던 과거로 회귀하려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주장이다. 

타종교 성직자들이 몰려와서 요구하는 주장의 본질을 종도들은 분명하게 인식해야한다. 

[불교신문3411호/2018년7월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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