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장으로 지목한 맨 좌측방 내부를 살펴보고 있는 의혹규명위 위원스님들.

“불국사 정혜료에서 도박? 사실 무근
멸빈자 일방적 말만듣고 보도 비판”

제11교구본사 불국사 회주 성타스님을 비롯한 주요 소임자 스님들이 불국사 경내 정혜료가 도박장으로 사용됐다는 PD수첩 보도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조계종 교권 자주 및 혁신위원회 산하 의혹규명위원회(위원장 원행스님)가 ‘불국사에 도박장이 있다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지난 7월25일 현장을 찾은 자리에서다.

이날 의혹규명위원장 원행스님을 비롯한 간사 초격스님, 무관스님, 종민스님, 철산스님, 일법스님, 수현스님과 김성권 대한불교청년회장 등의 위원들도 방송에서 지목한 ‘정혜료 맨 좌측방’을 직접 방문하고, “노스님들이 상주하는, 사중 스님들에게 공개된 공간에서 도박을 벌인다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위원장 원행스님은 “실제로 오늘 와서 보니 10여 평 남짓한 공간에서 (도박을) 할 만한 장소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다. 방(좌측방)에 노스님도 10년 째 살고 있다”며 “PD수첩을 통해 의혹을 제기한 장주스님 주장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불국사 경내 정혜료 전경.

이날 위원들은 현장방문에 앞서 불국사 회주 성타스님과 주지 종우스님, 부주지 정문스님과 40여분 동안 면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회주 성타스님 등은 해당 의혹이 “사실이 아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특히 종단으로부터 체탈도첩 된 이대마(장주) 씨의 근거 없는 일방적 주장을 토대로 방송을 강행한 MBC 측에도 깊은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이날 성타스님은 “종단을 음해하는 사람들 때문에 종단이 상처를 입고 혼란에 빠졌다”며 “(PD수첩이 도박장으로 지목한 장소는) 대중 스님들에게 개방된 공간이고 70~80세의 노스님들이 거주하는 공간이다. 현장에 가보면 (도박 장소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고 말문을 열었다.

특히 객관적 검증과정을 거쳤다고 보기 어려운 특정 인물을 내세워 폭로성 주장을 제기한 PD수첩 측을 강하게 비판했다.

성타스님은 “(이대마 씨는) 정상적 사고를 하는 사람도 아니고 종단에서도 체탈도첩 됐는데, 그런 사람들이 자꾸 문제를 제기하는 것 같다”며 “종단을 혼란에 빠트리려는 불순한 의도를 갖고 있는데, 언론에서 이 사람 말만 일방적으로 믿은 것이다”고 지적했다. 또 “언론 역할이 중요한데, 우리 쪽에도 확인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주지 종우스님도 “당시 불국사 주지가 하우스를 제공했다는 등 엉터리 제보만 듣고 방송에 냈다. 이는 불국사와 불교를 음해하려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와 함께 이대마(장주) 씨가 지난 2013년 16명의 종단 중진스님들과 함께 국내외에서 상습적으로 도박 했다는 내용을 대구지방검찰청 포항지청에 자수 형식을 빌어 고발했으나, 2014년 혐의 없음으로 종결된 사안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부주지 정문스님으로부터 도박사건에 연루된 불국사 스님들이 ‘검찰 조사결과 혐의가 없어 내사 종결됐다’는 내용의 확인서도 제출받았다. 또 이대마 씨가 멸빈되기 전인 불국사 부주지 시절(2006년 10월~2010년 10월) 매월 470만원의 보시금을 받았다는 통장내역서도 관련 자료로 제출받았다.

이날 면담 과정에서는 폭로성 의혹 제기가 불교 내부에서부터 나온데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일법스님은 “밖으로 엉뚱한 말을 내뱉는 사람이 없도록 우리 스스로 조심해야 하지만, (이대마는) 불국사 스님이었고 평생을 절집에서 살았는데 어떻게 그렇게 성장했는지 깊이 생각해 볼 문제”라고 말했다. 무관스님도 “전 대중을 통솔하기가 쉽지 않고 일도 많을 수밖에 없다”며 “문중을 잘 이끌어 나갈 책임이 회주 스님께 있는 만큼 많은 고심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도 대중을 위해 오늘 이 자리에 나와 주셔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성타스님은 “좋은 말씀 무겁게 받아들이겠다. 감사한다”고 답했다.

“1990년대 초반 디스크 수술…선학원 음해
비구니 자매 모두 선학원 도제…폭로 이후 분원장 임명”

의혹 규명위 위원들은 이날 ‘자매 성폭행 사건’이란 의혹이 제기된 제8교구본사 직지사 주지 웅산스님과의 면담도 진행했다. 이날 직지사 주지 웅산스님은 PD수첩 방송 직후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발표한 입장을 재천명 하고, “공영방송 MBC가 선학원 앵무새 역할”을 한데 대해 유감을 표했다.

직지사 경내 입구에 걸린 MBC 규탄 현수막.

이날 웅산스님은 1990년대 초반 자매관계인 두 명의 비구니를 추행한 의혹이 있다고 보도한 PD수첩과 관련해, 자신과 대척점에 서 있는 선학원의 음해라는 점을 강조했다. 웅산스님은 “의혹이 최초로 기사화된 것은 선학원 정상화를 위해 노력할 때”라며 “비구니 자매는 모두 선학원의 도제(徒弟)이고 자매 중 첫째는 (폭로 이후인) 2017년 1월 선학원 소속 사찰의 분원장으로 임명됐다”고 밝혔다.

또 “1990년대 초부터 당했다고 주장하지만, 1990년부터 허리 디스크를 앓았고, 지병을 치료하느라 1993년 5월7일 강남세브란스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사실이 있다”며 “일상적 생활도 어려운 허리 디스크 환자가 그런 일(성폭행)을 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항변했다. 이에 위원들은 주지 웅산스님의 적극적인 해명에 대체로 공감의 뜻을 나타냈다.

무관스님은 “선학원 정상화 추진위원장을 맡고 있었을 때 선학원 측이 음해하기 위해 내놓은 주장이라는 스님 말씀에 신뢰가 간다”고 말했다. 수현스님도 “얘기를 직접 들어보니 일방적인 주장이라는 확신이 든다”고 말했다.

돈명스님 “해외 도박설 사실 아냐…”
사실무근 일축…관련 자료 제출키로

직지사 방문에 앞서 해외 도박 의혹을 받고 있는 은해사 성보박물관장 돈명스님도 만났다. 이 자리에서 돈명스님은 “해외 도박설은 전혀 사실 아니다”고 일축하고, 이미 “2014년 검찰 조사 결과 혐의 없음으로 종결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돈명스님은 “20여 년 전 제가 종상스님과 정대큰스님을 모시고 하와이를 갔다 온 적이 있고 거의 외국에 나가 본 일이 없다”며 “그동안 은사 스님 계시지 않는 이 자리에서 템플스테이 건물을 신축 개관하고, 지역 학교를 인수해 전국에서 손꼽히는 학교로 위상을 끌어올리고, 1원 짜리 하나 받아 본 일 없이 열심히 살았다”고 밝혔다. 이어 “더욱더 열심히 살아서 모범이 되겠다. 마지막을 아름답게 회향하는 공인으로 최선을 다해 살겠다”고 말했다.

의혹규명위 위원들은 돈명스님 의견을 충분히 경청했으며, 혐의 없음을 증명하는 자료를 별도로 요청했다. 이날 김성권 대불청 회장은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각별히 힘써주시고, 앞으로는 거론되는 일 자체가 없었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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