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사회현안 부처님은 어떻게 풀었을까? <3>'남혐·여혐' 이성 간 혐오

지난 4일 홍익대 누드 크로키 수업 몰카 사건 피해자가 남성이어서 경찰이 이례적으로 강경한 수사를 한다고 주장하는 여성 단체 시위대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대규모 규탄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

지난 2016년 한 노래방 화장실에서 자신과 일면식도 없던 여성을 칼로 찔러 살해한 ‘강남역 살인사건’ 피의자는 “여성으로부터 무시를 당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우리사회에 ‘여혐(여성혐오)’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사건이었다.

2년이 지난 지금, 일부 여성들이 ‘여혐’에 맞서 말 그대로 받은 대로 되돌려준다는 ‘미러링’ 방식으로 ‘남혐(남성 혐오)’ 현상을 만들어냈다. ‘일베’나 ‘워마드’ 등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진행됐던 성(性) 대결은 이제 오프라인까지 나오는 모습이다.

온라인에서 진행된 이성간 혐오논란
거리에서까지 나와 사회문제로
女 “남자는 되고 여자는 왜 안돼?”
男 “여자들, 겉으론 평등 안으론 약자 주장”

꼬삼비 승단 분열 해결법 참고해야
‘상호보완적’인 관계라는 인식 필요
차별금지법 제정도 방법 중 하나

여성단체 ‘불꽃페미액션’은 지난 7월 남성의 상의탈의 사진은 삭제하지 않으면서 여성의 반라 사진은 삭제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페이스북의 규정을 규탄하기 위해 서울 강남 페이스북코리아 사옥 앞에서 반라 시위를 펼쳤다. ‘불편한 용기’라는 여성단체는 “홍익대 누드크로키 수업시간에 유출된 나체 사진 피해자가 남성이라 경찰 수사가 신속하게 이뤄졌다”고 반발하며 5월부터 시위를 펼치고 있다.

지금까지 혜화역과 광화문에서 대규모로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를 열고 있으며 여성 단일 시위로는 최다 인원이 모이고 있다. 경찰청장이 직접 나서 “편파 수사가 아니며 성별에 관계없이 불법 촬영물을 게시 유포하면 엄중하게 처벌하겠다”고 말했지만 이미 격화된 이성 간 혐오는 더 커져가는 모양새다.

거리까지 나와 여성의 권리 신장을 강조하는 일부 여성단체들의 이야기를 요약하면 “남자는 되지만 왜 우리는 안 되는가”이다. 외모로 인한 차별 등 성적 대상화가 여성에게 더 심하게 작동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뜻이다.

또한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한 ‘세계 성 격차 보고서’에 우리나라 성 격차지수가 0.650점으로 총 144개국 중 118위인 것을 근거 삼아 성차별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피력한다. 이에 여성에게 가해진 모든 고정관념을 벗어던진다는 ‘탈코르셋 운동’에 참여하는 여성들도 늘고 있는 추세이다.

반면 남성단체들은 일부 여성들이 주장에 대해 “오히려 역차별”이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남성은 병역 의무, 취업 시 군 가산점 폐지, 공용 주차장 내 여성전용 공간 등 남성으로서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반론이다. 여성가족부라는 정부부서의 존재도 지적하는 남성들도 있다. 이들은 “여성들이 밖으로는 평등을 외치지만 안으로는 약자를 운운하는 이중성을 지니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근 이성 간 갈등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합리적이며 논리 정연한 논쟁이 아닌 ‘한남충(한국 남성을 벌레에 비유하는 말)’ ‘김치녀(한국 여성을 김치에 빗대 비하하는 말)’와 같은 조롱섞인 말부터 ‘삼일한(여자들은 무식하기에 3일에 한번씩 패야한다)’ “남자 인생 망치려고 울면서 미투한다” 는 등 성차별적인 비난과 혐오만 난무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센터가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결과에서 성별을 기반으로 한 혐오 표현문제가 심각하다고 답한 사람이 80%에 달하는 점도 이를 대변한다.

이런 가운데 부처님 당시 꼬삼비 승단 분열을 해결했던 ‘디가부이야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하박가-율장대품>에 따르면 한 스님이 작은 죄로 인해 권리정지를 당하면서 시작된 꼬삼비 분열은 부처님이 직접 스님들을 꾸짖고 경책했지만 부적절한 신체 행위와 언어로 싸움이 그치지 않았다.

이에 부처님은 원수를 살해하지 않고 원한을 여읨으로써 문제를 해결한 디가부 이야기를 통해 꼬삼비 분열을 해결하게 된다. 다시 말하면 혐오는 혐오로 맞대응 했을 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혐오라는 감정을 버릴 때 비로소 풀린다는 것이다.

통도사 영축율학승가대학원장 덕문스님은 남녀가 서로 대립하는 관계가 아닌 ‘상호보완적’인 관계에서 문제를 풀어가길 주문했다. 스님은 “부처님은 승단 전체의 화합이 깨지는 것을 누구보다 경계했다”면서 “재가자들의 일상생활의 윤리를 제시하고 있는 <육방예경>에서 보면 부부 간 서로 예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하듯이 이성 간 서로 존중하고 부족한 점을 보완해 주는 도반이라고 생각하는 자세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율장에서 부처님은 비구 스님에게 ‘친척 아닌 비구니 스님한테 옷에 물을 들이는 것과 같은 궂은일을 시키지 말라’고 하신 부분이 나온다”며 “이는 곧 서로 안 좋은 감정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사전에 계율로 차단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적으로 해석했을 때 성별 나이 외모 장애 등 어떤 이유든지 간에 차별과 혐오를 막는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으로 귀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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