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가치 세우고 원칙 지키면
작은 조합도 대기업 성장 가능함
스페인 몬드라곤 조합이 보여줘

승가 공동체 정신과 조합정신 닮아
스페인처럼 한국도 위기 극복 가능 

예전 주지 소임을 살 때, 기획사를 운영할 기회가 있었다. 젊은 청년들 몇 명이 모여 국악과 연극공연 등을 한다기에 사찰 사무공간과 연습실을 내 주었다. 제법 사람들이 모여 몇 년 활동하더니 규모가 커졌다. 그러다 연극과 공연을 하는 작은 기획사를 운영하게 됐다. 대표를 부탁했지만 거절했다. 주지 소임에 매진해야 하는데 이익을 추구하는 회사를 운영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이 당시 생각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회사도 점차 성장했다. 정부보조금을 받는 사업도 진행하더니 3년 만에 수십억대 규모로 커졌다. 청년들 중 한 명이 대표를 맡았는데 독단적으로 운영하다 잘못된 투자로 결국 부도를 내고 말았다. 청년들은 흩어지고 대표는 도망가 끝이 좋지 않았다. 좋은 청년기업 하나가 그렇게 사라졌다. 청년기업 시작을 도와주고 발전을 지켜봤던 입장에서 리더 한사람에게 권한이 집중된 기업의 형태는 안정성이 떨어지고 지속가능한 발전이 어렵다는 점을 알게 됐다. 

그로부터 십 여년이 지나 사회적 기업과 관련된 것들을 배우고자 스페인을 방문했다. 처음 방문한 곳은 몬드라곤이었다. 몬드라곤은 몬떼 드라곤의 준말인데 몬떼는 ‘산’, 드라곤은 ‘용’, 한국말로 풀이하면 용산이다. 이름부터 친근한 이곳은 호세 마리아신부가 창립한 몬드라곤 협동조합의 발상지다. 스페인 내전 이후 인구의 80%가 빠져나가 희망이 사라진 시골도시에 청년들의 미래를 만들어주고자 직업학교를 세웠다. 졸업생을 중심으로 협동조합을 만들어 난로를 생산하고 판매하기 시작했다. 작은 회사가 성장하여 연매출 120억 유로에 스페인 기업순위 7위에 오를 정도로 커졌는데 바로 몬드라곤 협동조합이다. 

몬드라곤은 협동조합은 작은 일을 한다는 편견을 무너뜨렸다. 중공업과 은행업 대학교와 기업연구소 등 미래형 사업을 중점적으로 펼치는 대형 협동조합이다. 모든 경영진과 노동자는 1표를 행사하는 조합원이기도 하다. 몬드라곤 협동조합이 설립되면서 세웠던 가치는 인간의 존엄성과 연대, 노동의 가치, 교육 등 네 가지 철학이다. 모든 조합원이 경영에 참여하고, 직무 간 임금 격차를 6배 이상 나지 않도록 하는 등 조합의 10대 경영원칙에 그 가치가 녹아 있다. 기본 원칙을 지키고 좋은 가치를 잘 보존했기에 성공적인 협동조합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기업이나 조합도 공동체로서 노동의 소중함, 연대의 중요성을 공유하고 기본 원칙이 지켜져야 함께 성장할 수 있다. 

몬드라곤 협동조합을 돌아보며 작은 깨달음 하나를 얻었다. 기업이 이익만 ◎⃝는다 여겼던 편견이 사라졌다. 조합형태를 구성하여 사람이 함께 협력해 좋은 상품을 만들고 이익을 직원들과 나누어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간다면 모두가 행복한 기업을 만들수 있음도 배웠다. 예전 청년기업을 지원할 때 이 원칙을 알았더라면 그렇게 쉽게 부도 나고 청년들이 흩어지도록 내버려두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불교도 공동체를 중요하게 여기고 함께 살아가는 원칙이 있다. 승가의 운영원칙은 정신적으로는 화합중심의 만장일치제, 물질적으로는 의식주의 공평한 분배다. 협동조합의 기본원칙과 많이 닮았다. 우리 사찰은 대부분 소도시 지방에 자리잡고 있다. 이들 소도시는 대체로 교육수준이 낮고 경제적 자립도가 열악해 인구가 줄어드는 위기에 처해 있다. 내전 이후 80%의 인구가 빠져나간 스페인의 소도시 몬드라곤과 비슷한 처지다. 승가 공동체 정신을 되살려 청소년과 청년학생들을 위한 공동체를 구성하고 사찰 농지나 유휴지를 활용한 농업이나 문화 예술활동을 청년들과 함께 만들어 간다면 지방소도시를 사람이 모여드는 희망의 공간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 까? 그런 꿈을 품어본다. 

[불교신문3415호/2018년8월15일자]

묘장스님 논설위원·더프라미스 상임이사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