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받은 중진 스님들 “불쾌하다”…기본 절차 무시 ‘비판’

전국승려대회준비위원회가 지난 6일 "혁명적으로 종헌종법을 바꾸겠다"면서 8.23 승려대회 개최를 예고하는 기자회견 모습. 앞줄 오른쪽부터 전국승려대회추진위원회 상임대표 월암스님, 원인스님, 퇴휴스님 모습.

오는 8월23일 전국승려대회를 강행하려는 승려대회추진위원회가 교구본사 주지 등 전국의 중진 스님들에게 대회의 지지와 참여를 압박하는 문자를 무차별적으로 발송해 물의를 빚고 있다. 문자를 받은 스님들은 불쾌하고 무례하다는 반응이다.

전국승려대회 추진위원회는 상임대표 원인·월암·퇴휴스님의 명의로 지난 13일 교구본사 주지를 비롯한 중진 등 다수의 스님들에게 ‘8.23 승려대회 안내’라는 제하의 문자를 보냈다. 승려대회 추진위는 문제를 통해 “승가공동체 회복을 이뤄내는 거룩한 불사에 스님을 봉행위원으로 모시려고 한다”면서 “동의하지 않을 경우엔 답변을 부탁드리며, 답변이 없으면 동의한 것으로 알고 봉행위원으로 모시겠다”고 밝혔다.

이와 같이 기본과 절차를 무시한 문자를 받은 스님들은 불만을 터뜨리고 있는 모습이다.

제8교구본사 직지사 중진인 A스님은 “수좌라는 스님들이 세속적 정치인들이나 할 법한 꼼수를 쓰고 있다”면서 “불쾌함을 넘어 수준미달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특히 깨끗해야 하고 투명해야 할 수좌 스님들이 비겁하고 정당하지 못한 행위를 왜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며 “23일에 열리는 전국승려대회에 동참할 뜻도 없으며, 그런 사람들을 지지할 마음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무엇보다 승려대회 추진위원회는 ‘승려대회 적극 반대’ 입장을 결의한 교구본사 주지 스님들에게도 문자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B 교구본사 주지 스님은 “종헌종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는 종단 스님들이 오히려 이를 무력화하겠다고 나선 셈”이라며 “극 소수 스님들이 승려대회를 한다는 것 자체부터 명분이 없고, 종도들의 지지도 받지 못할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C 교구본사 주지 스님은 “교구본사주지협의회에서 종헌종법의 범위를 넘어서는 승려대회를 용납하지 않는다고 결의한 만큼 그런 문자에 아예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며 “‘답변이 없으면 동의한 것으로 알고 봉행위원으로 모시겠다’라는 문장 자체에 대답할 가치를 못 느꼈다”라고 밝혔다.

이로써 전국승려대회가 1주일 여 앞으로 다가왔으나 다수 종도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당한 여론몰이로 평가되는 이번 사건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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