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가 되려면...최선을 다해 자기를 낮춰야“

올해로 공직생활 30주년을 맞은 김춘순 국회예산정책처장. 금년 불자대상 수상자 가운데 한 명이다.

 

올해 불자대상 수상자
상금 전액 종단에 보시
공직자 투명성 ‘모범’
안으로는 ‘수양’
밖으로는 ‘화합’
30년 공직생활하며
국가재정 발전 기여

 

‘국가재정 이론과 실제’
그간의 경험 모아 발간
“위기를 잘 관리하면
그것이 곧 기회”
군부대 병원 교도소
정기적인 봉사활동
불교 핵심은 지혜 자비

김춘순(金瑃淳) 국회예산정책처장은 올해 조계종 불자대상 수상자 가운데 한 명이다. 30년 간 공직자로 일하며 나랏돈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불자로서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온 청심(淸心)을 인정받았다. 상을 받은 이후에도 마음은 들뜨지 않고 깔끔했다. 종단의 집행부의 자비나눔과 중앙신도회 행복바라미 기금으로 써달라며 상금 1000만원 전액을 기부했다. 지난 9일 국회의정관에서 그를 만났다. 국가재정 전문가로서 또한 국회 신행모임인 정각회의 고문으로서, 성실하게 걸어온 삶의 궤적을 들려주었다.

집무실에 들어서면 족자 2개부터 만난다. 먼저 백련금천균노(百鍊金千鈞努). <채근담>에 나오는 격언으로, “수양을 할 때는 백년을 단련한 쇠처럼 꾸준히 하고, 일을 할 때는 천균(3만근, 18톤)이 나가는 활을 쏘듯이 무게감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휴수동행(攜手同行)은 그의 친구가 서예대회 입상을 기념해 직접 써 준 글씨다. <시경(詩經)>속의 ‘북풍(北風)’이라는 시에 나오는 구절로, “북풍이 몰아치는 벌판에도 서로 의지하며 손을 잡고 함께 가자”는 뜻이다. 미루어 보아, 가슴의 한쪽에는 ‘진중(珍重)’을, 다른 한쪽에는 ‘인화(人和)’를 새기고 있는 듯하다.

김춘순 처장은 “공직에 임함에 있어 항상 수양하고 일을 경솔하게 하지 않으려 노력해 왔다”며 “강한 조직은 어려운 일이 있을수록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힘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회 예산정책처장은 차관급. 일반직공무원으로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자리라는 점은 남들에게나 스스로에게나 명예롭다.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고 주위를 돌아보며 살아온 선과(善果)로 보인다. 몸짓과 말투 하나하나가 조심스럽다. 결국 자신을 누구보다 열심히 낮춰왔기에 최고의 자리에 올랐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김 처장을 인터뷰한 날은 공직에 입문한 지 정확히 30주년이 되는 시점이었다. 국회에서 일할 5급 공무원을 선발하는 입법고시에 합격한 뒤 1988년 8월16일 국회 입법조사국(현재는 ‘처’로 독립 승격)으로 발령받아 공복(公僕)으로서의 첫발을 내디뎠다. 국회의 핵심 업무인 예결산 분야에서 잔뼈가 굵었다. 알다시피 입법부인 국회는 행정부인 정부를 견제 감시하는 게 본업이다. 예산정책처(예정처)는 정부가 1년 국가예산을 짜오면 각 사업에 투여되는 예산의 타당성과 적정성을 분석하고 심의한 뒤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따지는 역할을 맡는다. 

예정처는 정부의 재정운용에 대한 국회의 견제 기능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2003년 설립된 입법부의 독자적인 재정전문기관이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 및 결산에 대해 분석해 보고서를 작성하는 예산분석실 △법안이 의결될 경우 소요될 비용을 계산하는 추계세제분석실 △세법 개정안과 조세제도를 분석하고 국회 차원에서 독자적으로 경제를 전망하는 경제분석국 △기획관리관 등 4개 실국으로 구성된다. 정원은 138명. 예·결산을 전문으로 하는 일반직 공무원, 석·박사, 공인회계사, 변호사 등의 재정전문가로 꾸려졌다.

김춘순 처장은 “인터뷰에 응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기획재정부에 비해 주목도가 적은 예정처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높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며 웃었다. “평상시 업무량도 상당한데, 특히 국회 예결산 심사 시에는 전 직원이 밤낮없이 업무에 매진합니다. 우리는 ‘국회와 국민에 봉사하는 최고의 재정전문기관’이라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있습니다. 재정은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되는 만큼, 앞으로도 최대한 효율적으로 운영해 국민 경제를 지원하는 동시에 건전성 또한 유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가 최근 전면개정판을 낸 <국가재정 이론과 실제>는 30년간 쌓은 식견과 성실함의 결정판이다. 2012년 초판을 냈는데, 행정고시나 입법고시를 준비하는 청년들이 필독하는 교재가 됐다. 현업에 종사하면서 대학노트에 틈틈이 필기했던 내용들을 토대로 만들었다. 800페이지 가까운 분량인 책의 뒤표지에는 “오랜 기간 국회 예산안 심의의 생생한 현장에서 얻은 저자의 지식과 경험을 이 한 권의 책에 담았다”고 적혔다.

스스로가 ‘고준생(고시준비생)’이었기에 고준생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 수험생들이 국가재정을 좀 더 수월하게 이해하고 시험을 더 잘 준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다. 그는 최악의 실업난에 허덕이는 청년들을 위한 당부라며 “위기와 기회는 한 몸”이라고 지적했다. “위기를 잘 관리하고 넘어가면 기회가 오지만, 다가온 기회를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하면 위기가 찾아올 수 있으니, 위험을 적기에 찾아내어 선제적으로 관리해 나갈 수 있는 역량을 기르라”는 조언은 탁견(卓見)으로 들린다.

시련 없는 인생은 없다. 지금이야 누구보다 존경받고 부러움을 사는 위치에 올랐지만, 10대 시절은 매우 위태로웠다. 김 처장은 허리를 크게 다쳐 중학교를 1년 쉰 채 하루 종일 누워서 지냈다. 평생을 실패자로 살지 않을까 정말 지독하게 걱정하고 방황하던 시기였다. 남들보다 1년 늦게 입학한 대전 보문고는 종립학교였고, 그때 만난 불교에 힘입어 이제는 부처님의 가피란 게 무엇인지 대강은 짐작할 수 있는 연륜에 이르렀다.

“부처님 가르침 중에 지혜와 자비를 중요하게 여기고 실천하려 노력합니다. ‘지혜’는 육바라밀의 으뜸으로 스스로 돌아보는 ‘성찰’이라 생각합니다. <보왕삼매론>에 따르면 ‘일을 도모하되 쉽게 되기 바라지 말라’ 했습니다.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공직자의 업무는 고민의 연속입니다. 그 무거운 책임을 받아들이면서, 항상 스스로를 돌아보고 발전시키며 업무에 충실하려 애씁니다. 다음으로 ‘자비’는 베푸는 것입니다. 재정 분야에 대입하면 사익이 아닌 공익의 관점에서, 재정의 온기가 미치기 어려운 사각지대에까지 국가 예산을 나누는 것도 포함되겠습니다.”

한센병 환자를 치료하는 국립소록도병원 봉사활동을 비롯해 교도소 병원 군부대 장애인시설을 정기적으로 돌며 봉사활동을 한 이력이 남다르다. 발로 뛰며 자비를 실천해온 공직자의 모범이라 할 만하다. 머리로도 자비를 실천한다. “자원봉사를 위해 복지현장을 찾으면, 국가예산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점검할 수 있다는 게 또 다른 보람입니다.” 태생이 공무원이고 본능적으로 국가재정 전문가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의 법명은 보문고에서 받았던 도경(道耕). 언제나 부처님의 마음을 본받으며 세상을 밭 갈고 자신을 밭 갈려 한다.

 

김춘순 불자는...

1963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났다. 연세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제8회 입법고시에 합격하며 공직의 길에 들어섰다. 미국 코넬대학에서 석사학위를, 성균관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금까지 국회사무처 기획조정실 기획예산담당관 총무과장 국제국장, 국회정무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위원회 전문위원, 국회예산정책처 예산분석실장,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수석전문위원 등을 역임하며 국가 예산을 분석하고 심의하는 일에 매진해왔다. 제10회 OECD 독립재정기구(IFI; Independent Fiscal Institution) 회의 공동의장을 맡기도 했으며 미국 콜로라도주립대 객원교수로 활동한 바 있다. 불교계에선 조계종 중앙신도회 지도위원, 정각회 산하 국회직원불자회 고문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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